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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Mar 19. 2022

오늘 나의 한 발자국

방송 녹음이라는 생애 처음의 경험


  

일상이 위협받는 나날들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되며 파생되는 비극은 거세어지고 있고, 코로나 확진자는 급증하며 다시 일상의 불안이 거세어지고 있다. 당장 코로나 검사 키트 및 비상약을 상당히 구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방까지 침투했다. 게다 스페인의 지인이 보내준 자료를 보니, 스페인 지역이 모래폭풍으로 인해 온통 모래먼지로 뒤덮였다고 한다. 주로 2-3월 알제리와 튀니지의 저기압 영향으로 발생하는 모래폭풍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영국과 아이슬란드까지 위협할 정도로 심했고, 스페인 북부는 물론, 피레네 산맥에 있는 프랑스 스키장, 피오 알갈리까지 모래 담요로 덮였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하라 사막의 확장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유럽에서의 더 큰 모래 폭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걱정되는 소식이 가득인 삶의 한가운데, 오늘 나는 개인적으로는 태어나서 처음 방송 스튜디오에 가서 방송을 위한 녹음을 했다. 브런치 작가들로 구성된 팀라이트 내의 조영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오디오 클립 방송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방송이었다.  오늘은 팀 라이트의 신입작가 인터뷰로 마련된 시간으로 스윗드림 작가님과 함께 참석해서 브런치 작가라는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게 뭐라고 어제부터 많이 긴장이 되었다.  

 

방송 전 기다리며 내려다본 시내 풍경

워낙 긴장되어, 시작되기 전에 일찍 도착해서 라운지에 마련된 커피를 마시면서 혼자 창가에 앉아 애써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했다. 높은 빌딩의 창가에 앉으니 아득히 멀리 남산 타워와 함께 서울의 도시가 내려다보였다. 갑자기 공간은 시간으로 변하며 1년이라는 시간이 내 눈앞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내 생활에 일어난 변화들. 코로나까지 겹쳐 그리 단조롭고 재미없는 일상이었는데 새로운 무늬가 생기고 색깔이 칠해지기 시작했던 1여 년. 글과 함께 한 흔적들이었다. 글로모인사이 집필에 참석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내가 원할 때 글을 발행하고, 팀라이트 멤버가 되어 글벗들과 함께 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여정 중에 오늘 방송 인터뷰를 하는 날이다. 참 신기하다. 이렇게 열리는 새로운 세상이라니....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이다. 오디오 클립 녹음이 끝나고 이어 위젤라티비와의 인터뷰까지 마치니 오후가 다 지났다.   

   

인터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동안의 글쓰기 시간과 팀라이트와 함께 한 시간이 정리가 되었다.      


◼ 글쓰기는 무엇입니까?      

스테르담 작가님의 표현처럼, 글쓰기를 잘 정의하는 것 없는 것 같아요. 글쓰기는 삶쓰기에요. 삶과 함께 가는 글이라 삶이 아프면 글도 아프고 삶이 기쁘면 글도 기뻐요.      


◼ 팀라이트와 함께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팀의 역동성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글로모인사이 집필에 참여하며 함께 쓰면 개인적으로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군요.      


◼ 팀라이트에 들어와서 좋은 점은요?

글 가족이 생겼어요. 정서적인 지지를 얻습니다. 

직업이 생겼어요. 제가 글 쓰는 사람이라는 직업 말이죠. 아침에 눈을 뜨면 가는 직장처럼, 제가 글을 쓰는 사람임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게 하는 장치가 되어 줍니다. 

젊음을 얻었어요. 심심할 겨를이 없으니, 삶의 다른 부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어 위젤라와의 개인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진행되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야기에 빠져 내가 방송 중이라는 걸 잊을 정도였다. 다시 말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나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 시작한 글쓰기였습니다. 글쓰기는 구원입니다.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하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글을 쓰는 담력을 키우는 중입니다. 아직도 진화 중이고 아직도 벗겨버리지 못한 껍데기가 많습니다. 그래도 나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대통령도 부럽지 않고, 빌 게이츠도 부럽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삶이 있듯 나는 나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려거나 주춤거리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나는 아침마다 묵상을 합니다. 시끄러운 소리들을 비우고 조용히 내 내면의 소리를 듣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묵상을 했습니다. 나는 성경말씀으로 하고 있습니다. 꿈쟁이 요셉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형들이 꿈꾸는 사람이 온다라며 비아냥 거리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도 꿈쟁이였거든요.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기에 늘 꿈만 꾸고 있었어요. 나는 내 꿈이 하찮은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하찮은 꿈이라도 그 꿈은 진짜 내 소망이고, 그것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걸 알았어요. 어느새 내 꿈이 이루어졌고 이루어지고 있어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목소리를 따라 산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보이고, 내가 쓸 수 있는 글도 보이는 것 같아요. 누구나 귀하고 누구나 특별해요. 그래서 자기 자신의 소리를 듣기 위한 묵상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략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을 글이 해결해준다는 말은 아니다, 삶의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고 그중의 중요한 축으로서의 글쓰기의 역할을 말한다. 유기적인 관계들이기에, 글쓰기가 빠지면, 함께 허물어질 수 있기에 본질적인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여하튼 글이 내게 준 너무 많은 변화는 오늘 나의 새로운 경험으로도 확인이 되고 있다. 무사히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참석했던 작가님들과 간단한 식사를 하고 오늘 첫 실물 영접을 한 회포를 풀었다. 작가님들의 꿈, 작가님들의 고뇌를 안주삼아 마시는 보리음료가 시원했다. 늘 새로운 도전의 아이콘 조영 작가님, 여행작가가 꿈이신 스윗드림 작가님 함께해서 행복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대통령도 부럽지 않다던 내 삶에는 여전히 많은 숙제들이 있다.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 전쟁의 공포, 그리고 환경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소식들, 자잘한 일상의 처리해야 할 일들... 

     

그럼에도 나는 대통령이 부럽지 않다. 아니, 내가 당당하게 말했던 그 말이 흔들리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는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주 흔들린다. 나는 지금 이 순간도 내가 되지 못하게 하는, 나를 두렵게 하는 목소리와 싸우는 중이다. 


현실은 교묘하게 나를 속이지만,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며 내가 나의 목소리를 지지하며 나는 오늘의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그야말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노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정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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