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은 시험 준비보다는 자격증 취득 이후 내 직업 생활의 변화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려 하니, 시험에 관한 사항이 궁금하시다면 스크롤을 쭉 내려 관련 글 링크를 확인하시기 바란다.
되겠어?
내가 처음 데이터 아키텍처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 IT컨설턴트분들의 반응은 이랬다.
그거 웬만한 DBA도 어려워하는 자격증이야.
원래 그쪽 경험이 있나?
힘들 텐데.
취득해서 DA 일 하려고?
어렵지 않겠어?
그래. 따면 좋지.
열심히 해 봐.
.
주변분들의 걱정의 요지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업무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니 취득이 힘들 것이다. 두 번째, 취득한다고 해도 실제 커리어 전환은 어려울 것이다. 맞는 말들이었다. 나도 같은 걱정을 했다. 열심히 하고, 운이 좋아서 DAP를 취득한다고 쳐도, 내가 과연 데이터 아키텍트 업무를 감당할 수가 있을까?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다른 분야에 시간 투자를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 같았다.
그렇지만 당시에 나는 BA(Business Architect), AA(Application Architect), TA(Technical Architect), SA(Solutions Architect)도 다 재미없어 보였다. 오로지 DA(Data Architect)만이 재미있어 보였다. 아마 당시 회사에서 볼 수 없는 직무였기에 더 큰 환상을 품었는지도 모르겠다.
DAP가 영구히 내 것이 되다
환상을 동력으로 꾸준히 공부했고, 결국 DAP를 취득했다. 그리고 얼마 전엔 영구 자격자가 되어 감회가 또 새롭다.
DAP 취득 후 1년
데이터 아키텍처 전문가(Data Architecture Professional, 이하 DAP) 자격증은 취득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보수교육을 들어야 한다. 보수교육 수강을 완료하면 자격증의 유효기간이 사라진다. 나도 얼마 전 부수교육 기간이 시작되었다. 시간 참 빠르다. 벌써 DAP를 딴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니. 나는 지체 없이 보수교육을 들었다. 간단한 온라인 교육을 듣고 나니 DAP의 유효기간이 '영구'로 변경되었다.
합격자들은 뭘 하고 살고 있을까
DAP를 취득하고 정확히는 1년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DAP와 SQLD 시험 준비에 관한 과정이나 Tip을 글로 여러개 썼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해당 시험 정보를 찾아보고 계셨다. 나도 시험을 준비할 때 다른 분들의 수기를 열심히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합격 후 그들은 뭘 하고 살고 있을까?
합격하면 뭐 하는데?
합격 수기는 많았지만, 합격자들이 이후 어떤 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글은 찾기 어렵다. 다들 합격 직후 수기를 남겨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오늘 나는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DAP가 무엇을 바꿔 놓았고, 무엇은 그대로인지.
변화한 것들
취득 이후 겨우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지만, 그간 여러 변곡점을 겪었다. 그중에서도 DAP 자격 취득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고 굵직했던 변화들을 추려보았다.
1. 이직 제안
DAP 합격 소식을 함께 공부하던 스터디에 알리자마자 이직 제안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어떤 업체의 입사 제안을 받았는지는 밝힐 수는 없지만, 데이터 아키텍처 컨설팅을 하는 중소업체였다. 당시 재직하고 있던 회사와 규모 면에서는 비슷했지만 데이터 컨설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업체였고, 재직 중이던 곳이 공공 컨설팅을 주로 하는 업체였던 데 반해 주 고객이 대기업인 곳이었다.
해외정부 IT컨설팅이라는 당시 직무를 데이터 아키텍처 쪽으로 전환하기에 좋은 제안이었지만 숙고 끝에 거절했다. 당시 팀에 대한 애정이 깊었고, EA(Enterprise Architecture) 관련 프로젝트에서 데이터 아키텍처 분석 업무도 하고 있었기에 아직 배울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2. 이력서 내볼 용기
당시 공공 IT컨설팅 업체에 근무한 지 7년 차였지만, DAP 자격증 없이는 데이터 아키텍처나 모델링 쪽 직무로 이직을 꿈꾸기 어려운 상태였다. 사내에서 데이터 관련 프로젝트 경험을 할 기회를 얻고자 해도 '운'에 기대는 것 말고는 내가 달리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왜냐면 DA는 소수 정예의 인원이 투입되어 일당백을 해야 하는 포지션이라, 나 같은 데이터 무관의 초급기술자가 낄 수 있는 자리는 없다.
DAP 취득 전, 나의 강점과 약점
강점: 데이터 아키텍처에 관심 있음
약점: 나의 관심을 보여줄 증적 없음
하지만 소기한 이직 제안을 받은 이후로, '원하면 이직할 수 있을지도?'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관련된 프로젝트가 나왔을 때 팀장님께 투입을 요청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DAP 취득 이후, 나의 강점과 약점
강점
- 데이터 아키텍처에 상당한 관심 증빙 가능
- DA 업무에 대한 이론적 이해 보장
- 프로젝트 관리, 해외사업 등 IT컨설팅 실무 경험
약점
- 데이터 컨설팅 실무 경험 없음
실무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으나, 여러 IT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해 보았다는 강점이 있으니, 원하는 기업에 원하는 보직으로 공고가 나오면 이력서를 던져보기로 다짐했다.
3. 진짜 이직
그리고 어느 날, 내가 꿈꿔왔던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경력직 사원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채용 공고 체크리스트(개인적 견해)
상시 채용이 아닌, 정기 채용 공고인가 (YES)
경력직 모집 공고인가 (YES)
내 경력도 경력으로 인정되는가 (YES) - IT컨설팅
해당되는 우대사항이 있는가 (YES) - DAP
입사자 교육이 있는가 (YES)
나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합격 통지를 받아볼 수 있었다.
이직 후 1년 정도가 경과했고, 이직에 대한 만족도는 몹시 높다. 업무에 대한 적응도 내 우려와 달리 순조롭게 해나가고 있다. 물론 연차에 비해 DA 실무 경험이 짧다 보니 부족함도 있지만 동료들이 큰 힘이 되어주어서 업무 스트레스도 크지 않다.
4. 정책 컨설팅에서 데이터 컨설팅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업무도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해외 정부 대상으로 IT 정책 컨설팅 프로젝트를 해왔다면, 지금은 바라던 대로 데이터 아키텍처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 데이터 구조 진단, 모델링, 표준화와 같은 데이터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직 후 1년이 갓 지난 시점이라 이제 두 번째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만,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데이터 구조 진단
첫 번째 프로젝트는 제조기업의 판매 시스템에 대한 구조를 진단 및 개선방향성을 제시하는 프로젝트였다. 현행 시스템의 데이터 구조상 새로운 비즈니스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은 없는 지, 비즈니스 변경이나 확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데이터 구조적 개선 사항을 도출했다. 향후 시스템 개선 구축 시 개선된 데이터 구조가 적용될 수 있도록 개괄적 수준의 To-Be 모델 설계도 필요했다. 10인의 컨설턴트가 투입된 프로젝트였어서, 내가 맡은 부분은 일부 주제영역에 한정되었지만 판매 계약에서부터 로지스틱 과정에 필요한 데이터들의 구조와 흐름을 파악해볼 수 있었다.
데이터 표준화 및 품질
두 번째 프로젝트는 신용 정보를 다루는 기업의 데이터 거버넌스 개선 프로젝트이다.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가동에 필요한 조직, 정책 수립과 데이터 표준화, 데이터 관리 솔루션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표준단어사전 및 도메인사전을 구축하고 있다. 표준화 작업 이후로는 표준용어를 적용한 데이터 모델을 생성하고, 데이터 품질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론으로만 접하였던 데이터 표준화를 실무로 접해보면서 체화하는 과정을 즐겁게 하고 있다.
5. 가짜 IT 종사자라는 가면증후군, 안녕~
이전까지도 IT컨설팅 업체에서 일해왔지만, 해외 전자정부 컨설팅팀에 속해 있다 보니 특정 기술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정책이나 법제도와 같은 큰 흐름에 대한 이해가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따라서 키워드가 되는 핵심 기술이 달라져서, 커리어가 핵심 기술 없이 우왕좌왕 흔들리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테크니컬 한 전문성은 내가 별도의 노력을 들이지 않아서는 키우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항상 내가 기술자가 맞나?, 특기 없는 전문가가 전문가일 수 있나?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가면 증후군(임포스터 증후군, Impostor syndrome)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신이 뛰어나지 않다고 여기며 불안감을 느끼는 마음으로, 언젠가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다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상이다. 성취를 이루면 이룰수록 자신이 과대평가받는 것에 비해 실제로는 무능력하다는 느낌에 시달리는 증상을 말한다.
이직 이후로 데이터 분야에 대한 컨설팅만을 하게 되다 보니, 커리어 방향성이 한결 정돈되었다. 그와 동시에 데이터 아키텍처 관련 실무 경험을 계속 쌓아 나가면, 이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대로인 것들
반면, DAP를 취득한 이후로도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들도 있다.
1. 가짜 DA라는 가면증후군, 안녕?
데이터 컨설팅에도 여러 분야가 있고 좋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데이터 전반에 대한 혜박한 지식이 요구된다. 그래서 새로운 조바심에 시달리고 있다.
조바심 (New!)
나는 나를 DA라고 소개해도 되는 걸까?
내가 동료들에게 좋은 동료가 되어주고 있을까?
고객이 나를 전문성 있는 컨설턴트라고 생각할까?
좋은 징조로 느껴지기도 한다. 가면증후군이 주는 감정들은 대체로 부정적이지만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더 배워야겠다는 게 실감될 때 이러한 감정들을 느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때, 나는 늘 직장을 때려치웠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지금 직장 오래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알아야 할 건 많은 데 그중에 내가 아는 건 참 작고 소박하다.
2. 공부, 공부
DAP 취득 이후로 개인 공부는 오히려 늘었다. 위에서 언급한 가면증후군과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문 분야가 생긴 만큼, 어디가 부족한지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진단이 나왔다면 해결하고자 하는 게 당연하다. 현재 프로젝트에 필요한 지식을 채워넣는 일도 꾸준히 필요하고, 다음 프로젝트는 어떤 주제로 맡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점도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조직의 분위기도 학구적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고, 공부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사내에 시니어분들이 이끌어 주시는 스터디 동호회가 분야별로 여럿이 있어, 그중 하나에 참여하고 있다. 입사 동기 네 명과 함께 기초 지식 스터디와 업무 현황 공유를 정례화해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분들께
주변의 이야기에 너무 휘둘리지 마시고,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야 할 일이라고 느껴지신다면 공부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특히나 진로의 방향을 틀어줄 수 있는 자격증이고, 그 방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계시다면 과감히 시간을 투자하시면 좋겠다.
특히 DAP를 준비하신다면
많은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데이터 활용을 하려고 시도하면서, 데이터 애널리스트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에 대한 구인 바람이 한차례 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데이터를 분석할 사람들만 가지고는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경험하면서, 데이터 거버넌스와 데이터 자산화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를 다루는 다양한 직군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꾸준히 도전하셨으면 좋겠다. 특히 이번에 DAP 시험 횟수가 연 2회로 줄어들면서 취득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데이터 아키텍트에 대한 기업 요구가 더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취득에 꼭 성공하지 않더라도 얻을 것이 분명 있는 자격증이라고 생각한다. 취득에 실패하더라도 진입이 가능한 직군이기도 하다. 시험을 준비하며 얻을 수 있는 지식만으로도 데이터 모델 설계 시에 도움이 되고 공부만으로도 커리어 방향을 바꿔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금 재직 중인 회사도 데이터 아키텍트 전문 조직이지만, DAP 소지자는 절반이 되지 않는다.
모든 노력에 의미가 있으니 다들 포기하지 마시고 건승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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