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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Dec 10. 2021

그냥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고 싶다는 농담」

다가오는 죽음을 대하는 그의 태도.

생사生死를 가지고 생각을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니까 죽고 싶다거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살아 있으니까 그냥 살아가고 있다. 사는 게 나을지, 죽는 게 나을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왜 사는지 자문해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죽거나 다치는 상상을 자주 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난데없이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상상을 한다. 횡단보도 초록불을 기다리며 도로로 와락 뛰어드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는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는 상상을 한다. 점심시간 식당 가는 길엔 오토바이 괴한이 나를 찌르는 상상을 한다. 점심밥을 먹으면서는 오늘 먹은 고기 때문에 앓는 상상을 한다. 퇴근길 교통사고를 상상한다. 러닝머신을 달리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넘어지는 상상을 한다. 오븐에 구울 고구마를 손질한다. 고구마가 굴러 미끄러지며 고구마 대신 손을 자르는 상상을 한다. 


이런 상상들에 오래도록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장면으로 그려보거나 하나의 이야기로 진전시켜 보는 것도 아니다. 그냥 번뜩 스치는 불길한 예감처럼 한 컷씩 이런 상상들이 눈앞에서 깜-빡- 하고 지나간다. 나는 왜 자꾸 그런 상상들을 할까? 죽고 싶어서? 아니다. 나의 상상은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무조건 반사 같다. 눈 깜빡임 같은 상상들을 나는 주체할 수가 없다.


자주 죽음을 상상해서일까, 나는 죽음이 가깝다는 느낌 속에서 살아 간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는 공기와 같은 죽음이, 턱 끝까지 차오른 물과 같은 죽음과 같을 리 없다. 허지웅이 보고 느낀 죽음은, 내쉬고 뱉어낼 수 있는 죽음이 아니라 밀려 들어오는 죽음이었고 휩쓸릴 수 있는 죽음이었다. 

Tarrazu 카페에서

「살고 싶다는 농담」은 갑작스레 가까워진 죽음과의 좁다란 거리에 대한 체험과 그 이후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적어도 1/3 지점까지는 그렇다.)


다가오는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나의 태도는 무엇인가. 나의 태도는 '그냥'이라는 말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살고 있듯이 그냥 죽으면 될 일로 생각한다. 때로는 죽음을 준비해놓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죽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남겨질 이들을 위해서. 나야 오늘 죽는다면 오늘 죽는 거지만, 죽은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애통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죽은 나는 울지도 못할텐데.


또 다른 태도가 있다면, 누군가는 죽음을 거부하고 피하고자 필사의 노력을 한다. 죽을힘을 다해서 죽지 않을 노력을 한다는 게 웃기게 들린다. 웃기잖아요. 나는 그런 사람들이 웃기다. 죽음에 대한 최종 해결책이 나온다면 나도 웃음을 멈출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까지는 웃기다.

 

그렇다면 허지웅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허지웅은 니부어의 기도문과 같이 죽음을 대한다.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e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that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Dios, concédeme la serenidad para aceptar las cosas que no puedo cambiar, el valor para cambiar las cosas que puedo cambiar y la sabiduría para conocer la diferencia;

_ Karl Paul Reinhold Niebuhr


허지웅의 태도가 구체적으로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1시간 이내로 그의 태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전직 기자라 그런지 빠른 정보 전달에 유능하다.) 그의 영화에 대한 생각이 더 궁금한 게 아니라면 Part I 뒤로는 넘기시라. 본래 신문이란 필요한 기사만 취하고 버리는 것이다. (내일 다시 읽을 일도 없지.)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의 표지

목차


들어가는 글

Part 1.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론이 아니라 결심이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

천장과 바닥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

만약에

당신 인생의 일곱 가지 장면

8층으로 돌아가다

기억 1 ― 존 허트, 나는 사람입니다


Part 2.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믿지 않고, 기대하지 않던 나의 셈은 틀렸다

미시마 유키오와 다자이 오사무의 전쟁

선한 자들이 거짓말을 할 때

우리는 언제나 우리끼리 싸운다

악마는 당신을 망치기 위해 피해의식을 발명했다

스스로 구제할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기억 2 ― 김영애, 그녀는 아름답고 위태로웠다


Part 3. 다시 시작한다는 것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평정

기억 3 ― 조지 로메로, 절대 멈추지 않았던 사람

가면을 벗어야 하냐는 질문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이름

보통사람 최은희

순백의 피해자는 없다

불행을 동기로 바꾼다는 것

포스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말



작품 정보

작품명    살고 싶다는 농담

저자명    허지웅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사진 출처

1. 본인 촬영, 2021.12.04.

2. 리디북스, https://ridibooks.com/books/606002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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