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배경, 실존 인물, 관련 영화 정리해보았습니다.
이 자료를 만들게 된 계기는 하나다. 나는 이 책이 제공하는 많은 정보 조각들을 확인하고 이해하고 싶었다. '정보'라는 것이 범주화되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야 비로소 '지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지식화 하는 과정을 '이해'라고 한다면, 나는 그 작업에 매우 서툴러서 그저 읽는 것만으로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정보를 소화하기 어려웠다. 시대적으로, 지리적으로 방대한 여행을 해야 하는 책이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실존 인물들이 언급된다.
시간 흐름과 공간을 이해하고 싶어서 읽으며 틈틈이 조사를 하기 시작했고, 조사하다 보니 단순히 정보를 조회하는 것만으로는 어떤 한계를 느꼈다. 찾아보고 읽어봐도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서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정리를 하다 보니, 모임에서 모임원분들과 나누면 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다.
아래 자료는 매우 강력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자료는 「바다의 긴 꽃잎」의 지리적 배경과 시간, 그리고 책에서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을 위주로 정리했다.
마지막엔 그냥 마치기 아쉬워 비슷한 사건이나 인물을 다루고 있는 영화를 몇 편 소개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의 삶의 터전이 여러 번 바뀌기도 하고, 다양한 나라들이 언급된다.
중남미 국가들의 위치나 크기, 각 국가 간 거리감을 느끼기 쉽도록 주요하게 언급된 나라들을 정리했다.
이야기는 스페인에서 시작되어, 프랑스로 탈출했다가, 칠레로 망명을 가며 전개된다.
소설이 시작되는 곳.
스페인 내전이 일어났고, 격전지가 된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다.
스페인왕국과 다른 뿌리를 가진 카탈루냐는 이 전쟁 이후 언어 말살 정책 등 많은 차별을 겪었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독립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카탈루냐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스페인 내전 종식 전후로 많은 피난민들이 이주했다.
카르메가 난민으로 지내던 안도라는 스페인과 프랑스와 국경을 접하는 아주 작은 나라다.
빅토르와 로세르가 위니펙 호를 타고 망명을 가게 된 중남미의 나라다.
칠레까지 가기 위해 위니펙 호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장면이 있다.
빅토르와 로세르가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적 신변 위협을 느끼고 두 번째로 망명을 가게 된 나라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아르헨티나로도 망명이나 은신 생활을 위해 떠났다.
빅토르와 로세르가 카르메의 생존 소식을 듣고 떠나는 여로에서 페루와 뉴욕을 경유한다.
마르셀은 미국 콜로라도에서 공부한다.
그리고 이사벨 아옌데 본인이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기도 하다.
시간 감각을 갖고 싶어 각 나라의 독재 정권이 들어섰던 시기와 기간을 시대순으로 정리해보았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정치가는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프랑코와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다. 그리고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도 여러 번 언급된다.
이 외에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 북한의 김일성과 박정희의 독재 기간도 함께 정리해, 시간적인 위치 감각을 이해를 돕고자 했다.
얼마 전 서거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1926~2022)은 이 모든 시기를 목도하였다는 점도 놀랍다. 참고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재위 기간은 1952년 2월 6일~2022년 9월 8일로, 70년 4개월 간 권좌에 있었다.
이 작품을 둘러싼 실존 인물들을 조사해 정리했다.
이 책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페루에서 태어나 칠레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였다.
그러나 피노체트가 군사 쿠데타로 무너뜨린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과 혈연관계(이사벨 아옌데의 아버지의 사촌)로 인해, 신변 위험을 피해 베네수엘라로 망명했다.
망명 이후 이사벨 아옌데는 본격적으로 소설가로 살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모티프가 된 실존 인물이다.
빅토르 페이는 스페인 내전으로 인해 위니펙 호를 타고 칠레로 망명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사벨 아옌데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이사벨 아옌데는 이 이야기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빅토르 페이는 빅토르 달마우와 직업적(엔지니어와 의사)으로나 인생에 있어서 매우 다른 삶을 살았다.
알폰소 13세는 스페인에서 제2공화국이 세워지며 퇴위하여 이탈리아 로마에서 망명생활을 한다.
스페인의 마지막 왕이 될 뻔하였다.
이후 스페인 내전을 일으켜 40년 간 스페인을 통치했다.
프랑코는 스페인을 왕정 체제로 되돌려 놓고 섭정을 했다.
노년에 이르러 후안 카를로스 1세에게 통치자의 자리를 되물려주기 위해 그를 스페인으로 다시 불렀다고 한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1975년, 프랑코 사망 직후 왕위에 올랐다.
프랑코의 기대와 달리 민주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한다.
이 부분은 책에서도 잠시 언급된다.
살바도르 아옌데는 세계 최초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출된 사회주의 대통령이었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 소아과 의사였으며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의 이야기부터 책에 등장한다.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로 대통령궁이 폭격을 받던 당시의 사진이다.
폭격 당시 살바도르 아옌데는 대통령궁 안에 있었고, 마지막까지 국민들을 향해 라디오 연설을 송출했다.
연설문 전문은 링크로 남긴다.
https://peria1024.tistory.com/43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옌데는 AK-47로 머리를 쏴 자살했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최종 연설문을 읽어보고 나면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믿기 어려운 마음 상태가 된다.
자신들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던 정치인이 생을 이런 식으로 마감했다는 이야기는 누구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1973년 칠레에서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약 18년 간 칠레를 통치하였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다.
피노체트의 사진들을 찾아보며, 민중 앞에서 연설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느껴지던 살바도르 아옌데와의 대비가 새삼 놀라웠다.
아옌데와 피노체트는 칠레 근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들인 만큼 여러 작품에서 언급되기도 한다.
로베르토 볼라뇨의 「칠레의 밤」에서도 언급되는데, 이사벨 아옌데가 묘사한 이 두 인물과 로베르토 볼라뇨가 묘사한 이 두 인물 사이의 차이가 선명해 재미있게 느껴진다.
「칠레의 밤」에 대한 자세한 리뷰 브런치 글 링크를 함께 남긴다.
https://brunch.co.kr/@hnote/90
지금까지 언급된 어떤 인물들보다도 「바다의 긴 꽃잎」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인물은 칠레의 민중 시인 파블로 네루다이다.
네루다가 정치 운동을 잠시 했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정부 행정관(영사)로 일을 했었다는 사실은 이 소설을 통해 처음으로 접했다.
대통령 후보로 대선운동을 하다가 살바도르 아옌데와 후보 단일화를 하며, 살바도르 아옌데의 대통령 선출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전설이 된 작가는 특출 난 작품성을 잉태할 뿐 아니라 그의 인생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이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위니펙 호를 통한 난민 구제와 시를 통한 민중 운동, 그리고 정치 운동에 참여해 정치적 뜻을 선포하면서도 종국에는 다시 시인으로 귀화하는 그의 삶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여기에서부터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 「바다의 긴 꽃잎」에 실제성을 부여하는데 지대한 힘을 발휘한 인물들이다.
이사벨 아옌데는 더 실감 나는 이야기를 창조하고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존 인물들 여럿을 이야기에 등장시킨다.
빅토르 하라는 피노체트의 쿠데타 직후 경기장에 끌려가 고문 끝에 처형당했다.
민중 음악을 하던 인물로 군부 정권에는 위험이 되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카르메 할머니가 손주 마르셀의 외모를 평가하는 부분에서, 투우사 도밍긴을 닮았다고 언급한다.
마르셀이 과연 얼마나 잘 생겼다는 말인 걸까, 궁금해져 찾아보았다.
이 소설은 다양한 예술가들을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파블로 피카소는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1937년, 독일군이 스페인 게르니카에 가한 폭격 소식을 듣고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기 위해 <게르니카>를 그리는데, 이 부분이 이야기 속에서 잠시 언급된다.
오펠리아가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에콰도르에 지낼 때, 과야사민의 화실에서 공부한다는 설정이 있다.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역시나 실존하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델리아 델 카릴은 화가였으며 파블로 네루다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이 둘은 네루다가 영사로 마드리드에서 근무할 때 만나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당시 네루다는 30세였고, 델리아 델 카릴은 50세로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20년 간 결혼생활을 지속했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바다의 긴 꽃잎」에서 다루는 역사적 사건들이나 인물들, 그리고 칠레와 관련된 영화들을 정리해 모아보았다.
이 이야기의 중심 사건 중 하나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와 그의 독재 정치를 다룬 영화는 두 가지가 있다.
1. 파트리시오 구스만의 <칠레 전투> 3부작
2. 파블로 래레인의 <피노체트, NO>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의 과정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당시 상황을 가장 상세히 담고 있는 영상 기록물이다.
살바도르 아옌데를 소개하는 장표에서 대통령궁 폭격 장면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뒤에서 소개할 <리마스터드: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에서도 이 영화 속 장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을 만큼 역사적 사료로써의 가치도 큰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배우를 좋아해서, 꼭 보고 싶은 작품인데 공식적으로 볼 방도를 찾지 못했다.
피노체트 독재 하의 산티아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피노체트, No>를 감독한 파블로 래레인의 다른 작품이다.
그는 <재키> , <스펜서> 등 역사 속 흥미로운 인물들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다양하게 찍고 있다.
파블로 네루다의 정치인으로서의 모습, 피노체트 정권 하의 그의 도주, 망명 생활을 담고 있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인데, 나는 원작 책 보다 이 영화를 더 좋아하고 추천하고 싶다.
네루다라는 인물에 집중하고 있다기보다는 시의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영화다.
다음은 직접적으로 이 책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칠레의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혁명'하면 떠오르는 전설적 인물 체 게베라가 아르헨티나에서부터 시작한 모터사이클 여행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혁명에 대해 결심해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로드무비라고 생각하면 좋다.
그의 여로가 칠레를 따라 북상하고 있어 소개에 넣어 보았다.
여담인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중남미 영화에서 국적을 불문하고 두문불출한다.
정말 부지런한 배우.
다음은 현대의 칠레 산티아고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두 편이다.
칠레 산티아고의 모습,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늙음과 사랑에 대해 굉장한 생각거리를 던져준 영화였기 때문에 꼭 칠레가 궁금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나도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앞서 언급된 감독 파블로 래레인의 최근작이라 나중에 꼭 챙겨봐야겠단 생각으로 남겨둔다.
칠레의 음악을 소개하고 싶어서 찾아보았는데, 생각만큼 명성이나 성공한 아티스트가 몇 없었다.
칠레 음악사에서 전설이 되어버린 인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로 인해 정치적으로 고문당하고 살해되었다.
칠레의 네오포크 음악가로, 누에바 칸시온이라는 운동을 창시했다.
누에바 칸시온은 기존처럼 사랑과 인생만을 노래하는 음악에서 탈피해서, 민속음악을 주제로 사회참여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음악을 말한다.
빅토르 하라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 그리고 그가 당한 폭력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이다.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 직후의 이야기와, 독재가 끝난 이후로도 처분되지 않는 죄들을 다루고 있다.
「바다의 긴 꽃잎」 속 인물들이 겪은 역사적 고통을 조금 더 실체적 영상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나의 검색력의 한계인지 칠레가 배출한 월드 스타 뮤지션을 아직 찾지 못했다.
가장 최초로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뮤지션은 Anita Tijoux라고 한다.
2011년에 칠레 아티스트 최초로 그래미상에 노미니 되었고, 2014년에는 라틴 그래미의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칠레 뮤지션
나는 평소에 라틴음악을 즐겨 듣는 편인데, 그간 듣고 있으면서도 칠레 뮤지션이라는 걸 몰랐다.
독특한 보이스와 넓은 음악 스펙트럼이 매력적인 뮤지션이다.
조사자료 끝.
모임에서 이 책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여기에서 읽으실 수 있다.
https://brunch.co.kr/@hnote/92
조사보다 글로 다시 쓰는 게 더 오래 걸리는구나...
참 힘들다 이것도... 이런 부지런함은 다시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