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by 늘보니

어느 도시에 이름난 보석 세공사가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보석들은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도시에서 일 년에 딱 한 번만 열리는 큰 파티에서 콧대 높기로 소문난 두 세도가 부인끼리 '내 루비 반지가 더 예쁘네, 내 사파이어 목걸이가 더 예쁘네' 하며 드잡이 직전까지 갔던 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물론 그 반지와 목걸이 모두 그 보석 세공사의 솜씨였다.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듬해에 열릴 파티에서 두 부인이 어떤 보석을 선보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주위에서 뜯어말리는 바람에 흐지부지 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사파이어 목걸이 쪽이 조금 밀린다는 게 세간의 평가였다. 제아무리 아름답게 가공되었더라도 사파이어가 루비를 넘보기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안달이 난 사파이어 목걸이 쪽에서 밤이면 밤마다 다이아 타령을 하며 남편을 닦달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적당한 크기의 원석과 그 보석 세공사의 솜씨만 있다면 루비 반지로서는 다이아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 판이었다.


파티가 열리기 백여 일 전쯤 그 세공사에게 다이아몬드 원석 가공 의뢰가 들어왔다. 그 세공사조차도 이런 건 처음 볼 정도로 크고 좋은 원석이었다. 가공을 부탁한 것은 물론 사파이어 쪽이었다.


세공사는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그 원석을 가공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이 어쩌면 그가 지금껏 했던 일보다 더 그의 이름을 빛나게 해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그의 손끝이 원석을 어루만져 나가자 단지 돌덩이에 불과했던 원석에서 조금씩 빛이 나기 시작했다. 세공사는 집에서는 한밤중에도 불이 꺼질 줄 몰랐다. 그렇게 백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세공사의 작업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별 가치도 없을 것만 같던 원석이 세공사의 손끝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존재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세공사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가공된 다이아몬드를 밝은 불빛에 비춰보며 꼼꼼히 살펴보았다. 순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세공사의 얇은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점차 딱딱하게 굳어갔다. 완전무결하게 가공된 줄로만 알았던 다이아몬드에 아주 작은 흠이 보였던 것이다. 물론 일반인이 봐서는 전혀 알아차릴 수 없는, 세공사 정도의 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도저히 찾아낼 수도 없는 아주 작은 흠이었다. 세공사는 기운이 쭉 빠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세공사가 기운을 다시 차렸을 때는 이미 다이아몬드가 다됐다는 연락을 받고 그 세도가가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일모레면 파티가 열릴 판인데 세공사는 선택해야만 했다. 아무 문제없다는 듯이 흠이 있는 그 다이아몬드를 넘기고 고생했다는 칭찬과 함께 넉넉한 수고비를 받거나, 당장은 약간의 소란이 있을 테지만 다이아몬드를 다시 손을 봐서 완전무결하게 만들거나... 물론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그 세도가는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 도시 아니 그 나라 전체를 통틀어서 이 다이아몬드의 흠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은 세공사 자신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니까.


세공사는 마침내 결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도로의 노란 중앙선처럼 선명하기만 하다면 선택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러나 산다는 게 어디 그런가. 흑과 백, 선과 악, 참과 거짓... 이렇게 이분법으로 명쾌하게 나눌 수 있는 문제도 막상 삶 속에서는 그 경계가 흐릿해지곤 한다. 그런데도 삶은 매 순간 선택을 강요하니 그것 참 곤욕스러운 일이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지경인데 이 세공사는 대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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