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초향, 꽃향유, 향유
마치 세 쌍둥이처럼 서로 닮은 꽃 배초향, 꽃향유, 향유...
꽃도, 잎도, 줄기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펴봐도 갈피를 잡을 수 없으리만치 흡사하게 생겼다. 그나마 배초향은 꽃 피는 시기가 좀 일러서 구분이 쉽지만 꽃향유와 향유는 거의 같은 시기에 꽃이 피니 헛갈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때때로 향유가 꽃향유가 되기도 하고, 꽃향유가 향유가 되기도 한다.
헛갈리는 걸로만 따지자면 흔히 들국화로 불리는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 등도 만만치 않다. 나는 아직도 이들을 정확하게 구별해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큰 갈래부터 헤매고 있으니 그 밑의 작은 갈래는 말할 것도 없다. 쑥부쟁이면 그냥 쑥부쟁이지 까실쑥부쟁이는 뭐며, 생뚱맞게 미국쑥부쟁이는 또 뭔가? 가는잎구절초, 넓은잎구절초만 해도 버거운데 한라구절초와 포천구절초는 어쩌라는 건지...
식물학자가 될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시시콜콜 따지지 않아도 좋으련만 어찌 된 셈인지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아마도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나의 배초향, 나의 꽃향유, 나의 향유가 아니라 배초향의 배초향, 꽃향유의 꽃향유, 향유의 향유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조금 더, 조금만 더 사랑해야겠다. 너의 빛깔과 너의 향기를 마저 다 알 수 있을 때까지. 왜 이리 까다롭고, 왜 이리 헛갈리게 만드냐고 불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속속들이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배초향 1
배초향 2
꽃향유 1
꽃향유 2
향유 1
향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