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뻔뻔해져도 될 텐데

by 늘보니

"목수님, 여기 좀 봐주세요!"


그냥 '목수'도 아니고 '목수님'이란다. 이런 젠장! 내 끝끝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운 걸 포함해서 작업 나흘째, 현장은 이제 거의 정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아직 행사에 지장을 줄 만큼 늦지는 않았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경황이 없긴 했지만 '목수님'이란 그 한마디만큼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린다. 가슴이 쓰리다. 손은 쉴 새 없이 타카를 쏘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오만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목수, 목수라….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은 일부터 끝내 놓고 보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모두 쏟아버리고 난 다음에야 일은 끝이 났다. 내 할 도리는 다 해놓고 난 다음 뒷정리를 부탁하고 돌아와 내처 이틀을 쉬었다. 몸은 금세 회복되었지만 그날 들었던 목수라는 말만큼은 쉽사리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자리에 누워 있어도, 바람을 쐬러 뒷산에 올라가도 귓전에서 앵앵거리며 좀체 떠날 줄 모르는 그 소리에 정신만 사나워졌다.


예전에 목수 말고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때도 지금과 같은 증상이 있었다. 그때는 견디다 못해 도망치는 길을 택했다. 워낙 저질러 놓은 일이 많았던 터라 도망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여태 그때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그대로 달고 있으니 말 다했다.


나는 낯가죽이 얇아서 탈이다. 남들은 꼬리표를 밖으로 드러내 놓고 다니기도 한다는데 나는 오히려 감추기에 급급하니…. 그런 일이 왜 그리 낯간지러운지 모르겠다. 엄밀히 따지고 들면 아주 없는 말이 아닌데도 나 스스로 견딜 수가 없으니…. 천성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니 힘들 때가 많다. 바로 며칠 전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스스로에게 좀 너그러워져도 될 텐데, 지금보다 조금만 더 뻔뻔해져도 될 텐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와서 또 도망칠 생각은 없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더 이상은 도망칠 데도 없다. 그러니 결국엔 둘 중의 하나다.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거나, 좀 뻔뻔해지거나…. 아무래도 후자는 진작에 그런 것 같으니 어쩔 수 없다. 죽자고 그 이름에 합당한 사람이 되는 수밖에. 지금은 얼치기 목수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된 목수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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