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감나무 한 그루를 잘라 놓았으니 가져갈 테면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굵기도 꽤 된다 했다. 금방 건너가겠노라고 전하고는 수화기를 내려놓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디에 서있던 감나무인지는 몰라도 이 근방에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감나무 중에는 먹이 들지 않은 것이 거의 없었으니 이것도 혹시...
득달같이 달려가 확인한 감나무는 주책없이 뛰는 가슴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굵기가 자반은 될 것 같은데 너무 짧게 잘라 짜리 몽땅 방 빗자루가 되고 말았다. 짧은 건 그렇다 치고 먹이라도 잔뜩 들었으면 좋으련만 먹은 눈 닦고 찾아봐야 보일동말동이었다. 차라리 굵지나 않았으면 짜리 몽땅이어도 아쉽지나 않았을 것을, 숫제 먹이 든 낌새라도 없었으면 이렇듯 차바퀴 바람 빠지듯 허탈하지도 않았을 것을...
김칫국부터 한 사발 먼저 들이킨 것치고는 뒷맛이 영 씁쓸하다. 말없이 김 빠지는 소리만 내고 있는 것도 모처럼 생각해서 불러준 지인께 결례라 서둘러 감나무를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떨쳐버릴 수 없는 아쉬움은 덤으로 싣고서...
감나무를 앞마당에 부려놓고 오고 가며 한마디씩 해주고 있다. 너는 왜 이렇게 짧냐, 먹은 또 어디다 팔아먹었냐... 너무 맥없이 내려놓았던 욕심이란 걸 내 안에 다시 살려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