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새 2

그 뒷이야기

by 늘보니



아침 일찍 작업장 문을 연다. 코를 찌르는 나무 향이 먼저 나를 반긴다. 이제는 좀 무디어질 만도 한데 아침나절 작업장 문을 열 때마다 온갖 나무 향이 새롭게만 느껴진다.

작업장 안에 가득 쌓여 있는 나무들은 그 생김새와 색도 제각각이지만 풍기는 향 또한 다 다르다. 친숙한 소나무 향부터 시작해서 첫 키스의 달콤함을 떠올리게 하는 녀석, 눈물이 쏙 빠지게끔 매운 녀석, 절로 코를 막을 수밖에 없게 구린내를 풍기는 녀석까지.


요즘 주로 만지고 있는 오크라는 서양 참나무는 달콤하기도 하면서 고소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 약간 붉은 기가 감도는 갈색에 다른 나무에 비해 큼직한 기공은 천상 비스킷을 연상케 한다. 한입 베어 물면 다이제스트란 비스킷과 같은 맛이 날 것만 같다.


작은 새가 내 작업장을 찾아온 것은 아마도 이것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온갖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에 저도 몰래 홀려...

어제 천연덕스럽게 대들보 위에 앉아 있던 것을 끝으로 작은 새는 어디에서도 다시 보이지 않았다. 작업장 안에 작은 새의 먹이가 될만한 게 있을 리도 만무하고 편히 쉴 자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안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가 들어왔던 곳을 찾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갔다면야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어쩐지 그러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앞섰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세게 유리창에 부딪친 것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창이나 출입문이 아니면 나갈 구멍이 따로 없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혹시라도 작업장 구석 어딘가에서 숨을 할딱이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작은 새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오동나무가 잔뜩 쌓여 있는 구석진 자리에서부터 시작해 앞쪽으로 나오며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지만 작은 새는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넓은 작업장에서, 그것도 빈틈이라곤 조금도 없이 뭔가 서 있거나 쌓여 있는 이 어수선한 곳에서 애기 주먹보다 더 작은 새를 찾기란 애초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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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내가 찾아낸 것이라곤 작은 새가 남겼을 것이 틀림없는 이 진한(?) 흔적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상처로 가득한 테이블에 이 무슨 예의 없는 짓인지...

갑자기 작은 새를 찾는 게 다 부질없는 짓인 것처럼 느껴졌다. 설령 작은 새를 찾는다 한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하늘을 날고 있으면 날고 있는 대로, 땅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또 떨어져 있는 대로...

작은 새를 확 움켜잡지 못한 그때 이후로, 작은 새가 내 손길을 벗어난 그때 이후로 이미 작은 새와 나의 연은 다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작은 새가 부디 자기가 들어왔던 곳을 찾아 이곳을 벗어났기를, 그리하여 다시 저 푸른 하늘을 맘껏 훨훨 날아다니기를 비는 것뿐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작업장 어느 구석에서 쓸쓸히 죽어간 작은 새의 주검을 발견하게 되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비겁하게도 한 생명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런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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