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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니 Sep 01. 2022

나의 작은 새

  작업장 안으로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왔다. 애기 주먹만한 아주 작은 새였다. 문이란 문은 다 닫혀 있었는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밖으로 통하는 곳이라곤 작업장 천장의 높다란 굴뚝밖에 없는데...

  환기를 위해 내놓은 천장의 굴뚝은 아무리 몸집이 작은 새라지만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보통의 굴뚝처럼 그냥 뻥 뚫려 있는 게 아니라 꼭대기에 벤츄레타가 달려 있는 데다가 그게 대류현상 때문에 잠시도 쉬지 않고 빙글빙글 돌고 있기 때문이다. 갈팡질팡 어지럽게 작업장 안을 날아다니고 있는 
작은 새를 보니 저도 어디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는 듯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작은 새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작은 새는 분주하게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며 밖으로 나갈 곳을 찾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무얼 봤는지 갑자기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창에 부딪친 작은 새가 맥없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무슨 슬로비디오처럼 보였다. 작은 새는 자신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날갯짓을 해댔지만 추락을 면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날갯짓이 아니라 충격으로 인한 경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새의 날개는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나서도 한참 동안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흥부의 마음씨까지는 아니지만 작은 새가 보기 안쓰러워서 창가로 달려갔다. 죽은 듯 널브러져 있던 작은 새는 내가 다가가자 다시 한번 안간힘을 다해 날갯짓을 했다.

  어디를 다친 걸까? 아니면 아직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걸까? 필사적인 날갯짓에도 작은 새는 날아오르지 못했다. 작은 새는 몇 번을 더 날개를 퍼덕이더니 날아오르기를 포기하고는 종종걸음으로 내가 만들어놓은 가구들 틈 사이로 숨었다.

  작은 새가 다시 기운을 차려 제멋대로 날아오르기 전에 붙잡아 밖으로 날려 보낼 생각이었는데 어째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에쿠니 가오리의 '나의 작은 새'처럼 사람 말귀를 알아들으면 참 좋을 텐데...

  "너를 해치려는 게 아냐. 널 다시 저 푸른 하늘로 돌려보내려고 그래. 여긴 네가 있을 만한 곳이 못돼."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는 작은 새를 얼러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작은 새는 막무가내로 내 손을 피하기만 했다. 이러다 영 일을 그르치지 싶어 무릎을 꿇고 양팔을 벌려 작은 새를 한쪽 벽 구석으로 몰아
넣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오른손을 뻗쳐 작은 새를 덮쳤다. 찰나의 순간, 보드라운 작은 새의 깃털이 손바닥을 간지럽히고 온기가 느껴진다 싶더니만 어느 틈엔가 새는 나의 손아귀를 빠져나가고 없었다.

  포르르, 포르르...

  작은 새는 땅바닥을 통통거리며 두어 번 뛰더니 가볍게 날아올랐다. 그리곤 작업장의 가운데 대들보 위로 냉큼 올라가 앉았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러운 모습이었다. 졸지에 나만 닭 쫓던 개가 되고 말았다.

  사람이란 때로 조금 과감하게 행동해야 할 필요도 있는 모양이다. 혹시라도 다칠까 싶어 확 움켜잡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작은 새가 달아난 것처럼, 그렇게 놓쳐버린 것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나의 선의가 악의로 오해받은 경우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나저나 천지도 분간 못하고 대들보 위에 앉아 있는 저 작은 새는 또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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