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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수강은방학때 Sep 07. 2019

산티아고 순례길 21일차

레온(León)

21일차


19. 레온(Leó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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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까운 시간을 그깟 고양이에 쏟아붓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논리적인 이유는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새끼 고양이가 색색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값비싼 자기 옷의 소매를 잘라냈다는

어느 중국인의 심정을 이해한다.”


로버트 A. 하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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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게 최고야.


-


오늘은 레온에서 하루 쉬는 날이다. 잠에서 깬 후에도 한참 동안을 뒤척거리다가 여덟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아침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렸다. 그동안 침대에서 딩굴딩굴거리고 있는데 리아가 쫓아왔다.

그냥 여기서 리아랑 같이 살까 생각했다.

자꾸 그르릉 오토바이 소리를 내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나랑 뽀뽀도 했다. 침대에 누워있으니 곧장 노곤노곤해져서 졸고 있는데, 리아도 내 품에 와서는 잠을 잔다. 내심장.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잠을 못 잤다.

그렇게 빨래가 끝날 때까지 사랑스러운 리아랑 놀다가 밖으로 나왔다.


맛있다는 베이커리에 가서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대성당 광장으로 나왔다. 어제 마주쳤던 미국인 숀 아저씨를 또 만났다. 여기서 언제까지 쉬는지 서로 묻고, 주변에 볼게 뭐 있는지 얘기를 하고 헤어졌다.


광장에서는 햇빛이 비쳐서 마땅히 앉을 자리를 못 찾고 있었는데, 저기서 오버 더 레인보우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어제랑 같은 자리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

건물을 등받이 삼아 그냥 길가에 앉아서 연주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방금 헤어졌던 숀 아저씨가 관광열차를 타고 내 앞을 지나가면서 손을 흔든다ㅋㅋㅋ


성당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다시 숙소로 가서 낮잠을 잤다. 이전에 같이 다니던 일행들이 레온에 도착하는 날이라서 시간에 맞춰 다시 성당 앞으로 나갔다. 며칠 만에 보니 반가운 얼굴들, 여전히 말이 많다. 곧장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려고 했는데, 레온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얼굴마다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한참을 움직이질 않는 일행들을 보면서 먼저 카페에 가서 기다렸다.


카페에서 더위를 식히고, 저녁거리를 사고, 아파트에 도착하니 벌써 일곱시가 넘어간다. 최대한 빨리 저녁 준비를 했는데도 아홉시가 넘어서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여러 명이 모였으니 이야기꽃은 정말 활짝 피었고, 열한시가 넘도록 얘기를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귀여운 리아를 잠깐 보고, 잘 준비를 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부터 다시 걸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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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ortable y espaciosa hab a 5 min de la Catedral(에어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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