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고(Órbigo) - 무리아스(Mur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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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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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황에서 이성과 감성의 감상이 비슷하다면,
인생이 가까이에서 봐도 희극이고 멀리서 봤을 때도 희극이라면,
삶이 얼마나 행복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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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게 자는 바람에 오늘 늦은 출발을 했다. 얼마 걷지 않아서 해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제 만난 뮤지컬 배우님이랑 같이 길을 나섰다. 첫 마을부터 11킬로 떨어져 있어서 한참을 걸어야 했다.
걸어가는 도중에, 며칠 전 칼자딜라 알베르게에서 만났던, 아기와 함께 순례길을 걷고 있는 스페인 사람을 다시 만났다. 아가야, 너 며칠 사이에 더 귀여워졌구나?
아스트로가로 들어가는 언덕 내리막에서는 한 아저씨가 밴치에 앉아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앞에 멈춰서서 배우님과 함께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이 아저씨는 우릴 보더니 ‘꼬레아노~’ 하면서 노래를 불러준다.
오늘 걷기로 생각했던 거리가 엄청 짧아 열두시가 되기도 전에 아스트로가에 도착했다. 아스트로가에는 가우디가 설계했다는 주교 궁이 있는데, 모든 유명한 성당이나 건물들이 그렇듯 여기도 역시 입장료를 내야 출입이 가능했다. 밖에서 구경만 하고, 그 앞 바에 앉아서 콜라를 한잔 마셨다. 그런데 서빙해주는 분이 얼마나 덤벙거리던지, 가는 직전까지 서빙 트레이를 떨어트리는 모습이 웃겼다.
콜라를 마시면서 4킬로 정도 더 가서 멈추기로 결정했다. 다음 마을이 꽤나 가깝게 붙어있어서 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었다. 게다가 가는 동안에 먹구름이 드리워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그리고는 도착 직전에 비가 쏟아졌다.
도착 1킬로 전부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알베르게 앞에 다다랐다. 그런데 처음 가려고 생각했던 숙소 앞에 공립 알베르게가 있었다. 공립은 어떨까 하고 구글에서 사진을 찾아봤는데 띠용, 공립이면서 싱글배드가 있다고?
처음 생각했던 알베르게를 가지 않고 공립 알베르게로 향했다. 넓은 방에 침대들이 놓여있는 구조였는데 너무 좋았다. 게다가 사람들이 많이 멈추지 않는 마을이라 시끌벅적하지도 않았다.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아까 오는 길에 만났던 아기와 엄마가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있었다. 빨래를 하고 낮잠을 조금 잤다. 그리고는 배가 고파져 배우님이랑 근처 바에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엄청 배부른 상태로 돌아와 그동안 밀린 일기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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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ias de Rechivaldo Pilgrims Hostel
공립이라 5유로로 싸지만 침대는 싱글 침대. 사람들이 많이 멈추는 마을이 아니라서 한적하기도 하다. 샤워실이 하나밖에 없지만 불편하지도 않고, 편하게 쉴 수 있다. 다만 오직 샤워실과 침대뿐, 따로 주방이나 휴게 공간은 없다.
아침에는 작은 책상 위에 빵과 요거트, 잼이 놓여있는데 알아서 먹고 도네이션을 하는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