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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수강은방학때 Sep 09. 2019

산티아고 순례길 29일차

오세브리오(O Cebreiro) - 사리아(Sarria)

29일차


27. 오세브리오(O Cebreiro) - 사리아(Sarria) (47.06km)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날이다. 어제 예약한 자전거를 여덟시에 받기로해서 일곱시가 넘어 일어났다. 일어나보니 백개 남짓한 배드 중에 나랑 다른 외국인 단둘만 아직까지 자고 있었다.

대충 준비를 하고 자전거를 받기로  곳으로 바로 갔다. 아침으로 커피와 빵을 먹고, 배낭은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보내기로 했다. 일행 중에 자전거 관련된 일을 했던 분이 있어서 이분을 대장삼아 따라가기로 했다.


그동안 걸어오면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을 엄청 부러워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시작 전부터 기분이 들떴다.

내리막길은 정말 시원하고 편하고 너무 좋았다. 두 번 다시 이런 순간이 내 인생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다.


하지만 중간중간 나오던 오르막은 진짜진짜 너무너무 힘들었고, 오늘은 땀 한 방울 안 흘릴 줄 알았던 내 예상은 가외로 빠지는 볼링공마냥 보기좋게 빗나가버렸다.

오르막끝에 만났던 바에서는 앉은자리에서 음료수 두 캔을 바로 비워버렸다.


이후에도 몇 번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리면서는, 이 시간이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페달을 밟는 것조차 망설였다.


결국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고서는, 맛있다는 스페인 문어요리 뿔뽀를 먹으러 갔다. 구글맵에서 평점이 가장 높은 가게를 찾았는데, 오후 네시에 문을 닫는 곳이었다.

점심장사만 하고 문을 닫는다는 건 맛집이라는 뜻이니 한껏 기대를 하고 갔다. 도착해보니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거의 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우리가 들어가니 쟤넨 뭐지,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자꾸 쳐다봤다. 필시 평양냉면 맛집에 들어온 외국인 무리를 보는 심경이었을 터.


뿔뽀와 맥주를 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뿔뽀가 나왔다. 와, 진짜 너무 맛있다. 야들야들한 문어와 뭔지모를 양념가루, 그리고 오일.

너무너무너무 맛있어서 금방 먹고서는 멍하니 감탄하고 있었는데 종업원이 와서는 디저트 치즈를 먹겠냐고 물어본다.

뭔지 모르겠으니 일단 달라고 이야기했다. 두 가지 치즈와 한 가지 잼 비슷한 음식을 내줬는데, 딱딱한 치즈 말고 야들야들한 치즈와 딸기잼 비슷한 두 개를 같이 먹으니 너무너무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나서 예약해뒀던 알베르게로 왔다. 미리 보내놨던 짐은 무사히 도착해있었고, 곧장 쉬다가 근처 마트에 가서 저녁거리와 간식을 사왔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나서 이제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얼마 남지 않은 일정을 다시 정리했다.

산티아고 도착 후에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고, 이후 포르투로 가는 버스와 숙소도 예약했다.


오늘 자전거를 타고와서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내일은 다시 천천히. 이제 100킬로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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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gue Casa Peltre


깔끔하고 좋다. 이층에 주방시설도 괜찮게 구비되어 있다. 근처에 마트도 가까워 저녁거리나 간식거리를 사기도 좋고, 공원도 근처에 있어 수영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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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antina Pulperia Luís


사리아 한복판에 있는 뿔뽀 가게. 제발 꼭 가서 드세요. 한그릇 더 시킬까 말까 하다가 안시킨게 아직도 후회되는 문어.

이번 여행하면서 처음 먹은 문어요리였는데, 이후로 이것보다 맛있는 문어를 못먹었음.

후식으로 마르멜로라는 과일잼이랑 치즈를 주문할 수 있는데 이것도 꿀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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