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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수강은방학때 Sep 09. 2019

산티아고 순례길 31일차

포르투마린(Portomarín) - 펠레스 데 레이(Palas)

31일차


29. 포르투마린(Portomarín) - 펠레스 데 레이(Palas de Rei) (24.6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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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꿈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대를 등지고 깊은 생채기만 남겼대도

잊지는 말아줘 너에게 정말로 필요한 그 모든 것들은

그대의 안에 다 있어요.”


심규선 - 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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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아니면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과 못해주는 사람으로 구분하기 시작하면 종종 그 사람을 이해하기 힘든 순간이 생기게 돼.

예를 들어, 정말 착하다고 생각하던 아이가 갑자기 버럭 화를 낸다던지, 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누구도 나서지 않던 일에 나서서 솔선수범한다던지 하는 경우처럼 말이야.

그렇게 구분 짓기보다, 그저  사람의 행동을 보고서는  사람 마음은 지금 저게 하고싶은가보구나,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게 나아. 그렇게 이해하면 사람들을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구분 짓는  아니라 그저  순간,  행동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거지.

그러면 어떤 사람이 갑자기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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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잠을 거의 못 잤다. 새벽 세시까지 뒤척이다가 너무 더워서 지하에 있는 식당에 내려가 쥬스를 마셨다. 근데 식당이 너무 시원해서 의자 두 개를 붙이고 누워서 잠깐 잤다. 그러다 곧 추워져서 다시 침대로 가 겨우 잠이 들었다.

같이 다니는 일행들은 너무 부지런하다. 오늘도 마지막 일행이 나가기 직전에 깨워줘서 일어났다. 처음 만나는 바에서 커피랑 빵을 먹을 생각으로 열심히 걸었다. 그런데 첫 바가 7킬로 후에 나올 줄이야.

열심히 걸어 도착해보니 일행들이 모두 바에서 쉬고있었다. 커피랑 쥬스중에 뭘 마실까 고민하다가 쥬스와 토스트를 시키고는 냠냠 먹었다.

바 근처에 있던 고양이 가족들 아침밥을 조금 챙겨주고 다시 떠났다.


오늘은 걸음이 느린 일행들과 같이 걸었다. 그늘 밑에서 죽은건지 쉬는건지 헷갈렸던 멍뭉이도 만났다.

잠시 후 어느 입구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길래 따라 들어가봤다. 자원봉사자 분들이 순례자들을 위해서 간식과 쉬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장소였다. 쎄요를 받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 지도에 표시를 해달라고 했다. 쥬스를 한잔 마시고 입구에 있던 복숭아를 하나 먹었는데 복숭아가 진짜진짜 맛있었다.


나무가 드리워진 길을 걷고, 수국이 이쁘게 핀 담장을 지나고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으면서 걸으니 금방 마을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바로 마트에 가서 저녁거리를 사왔다. 쌀을 불리고, 소시지와 돼지목살 그리고 양파와 라면스프를 넣은 국을 끓였다. 저녁으로 볶음밥과 왠지 모르지만 맛있는 국을 먹고 나른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이제 글피밖에 남지 않은 순례길. 걸으면서 계속 보이는 표지석은 이제 60킬로밖에 남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이 길이 끝나는 날, 이 길이 끝나 아쉬워하기보다 걷길 잘했다고,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고, 이 길 위에서 행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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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gue San Marcos


6인 1실. 시설은 괜찮은데 체크인할 때 직원들이 무뚝뚝하다.

주방은 작다. 자판기에는 음료와 맥주, 간식거리가 있는데 가격이 조금 있는 편. Dia가 바로 근처에 있어서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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