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이유에 관한 이야기
사람을 쉽게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이다.
신경 쓰기 싫은, 굳이 고민하고 이해해보기 귀찮은 경우, 미움이란 좋은 해결책이 된다.
운전 도중에 별다른 이유 없이 뒤차가 경적을 울리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뒤차가 경적을 왜 울렸을까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미워하기 시작한다.
혹시나 실수로 누르진 않았을까, 정말 급한 환자를 태우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앞차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 경적을 울리진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가능성들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한번 어떤 대상을 미워하기로 마음먹으면 그 이유를 찾는 건 간단한 산수 문제를 푸는 것 보다도 쉬운 일이다.
뉴스에 나오는 살인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를 떠올려보자.
사람을 죽였다는 점에서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받을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류애를 망각하고 피의자가 사람을 죽였다는, 다른 사람들 삶에 큰 상처를 남겼다는 것을 떠올리며 미워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단지 뉴스 헤드라인만 읽은 채, 별다른 생각 없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살인자를 미워하는데 별다른 큰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내가 왜 상대방을 미워하는가, 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을 쉽게 미워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이웃나라인 일본과 관계가 좋지 않다.
멀게는 임진왜란부터 가까이는 강점기와 독도문제에 이르기까지 따지고 보면 일본과 사이가 나쁠 이유는 여럿 떠올릴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이유들을 따져보고 일본에 대한 미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막연히 일본을 미워하는 사람은 차이가 있다.
2년 전 후쿠시마에 큰 지진이 왔던 적이 있다. 갑작스런 재해에 갈 곳을 잃어버린 일본인들과 지진에 원전 문제까지 더해져 힘들어하던 일본 정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일본에 대한 미움을 숨기지 않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잘 됐다 망해버려라.'라는 식이나 '더 죽어버리지 아깝다.'는 식으로 말하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왜 상대방을 미워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
굳이 따지자면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평소에 미워하던 그 사람(단체)이니까.'
그에 반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것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사랑은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주길 바람과 동시에 나 또한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수반되는 감정의 소모와 관계 유지에 필요한 노력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이 마냥 분홍 빛이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 깨닫는 그 순간, 포기해버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받았던 고마움이나 심지어 내가 남에게 했던 선행마저 쉽게 잊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받았던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평소에 내가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이유를 곰곰이 고민해 본다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미움은 적어지고 고마움은 늘어나지 않을까.
2018.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