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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수강은방학때 Sep 05. 2019

산티아고 순례길 7일차

푸엔테 라 레이나(Reina) - 에스텔라(Estella)

7일차


5.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에스텔라(Estella) (21.9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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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빅터 프랭크 - 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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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이 길을 걷고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말했고,

누구는 너무 힘들다며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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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벽 다섯시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바로 출발했다. 어제 뙤약볕 아래서 너무 고생을 했기 때문에.

해 뜨기 전 출발은 처음이었는데, 달빛과 가로등 덕분에 생각보다 밝은 출발 길이었다.

우리가 걷는 방향에는 달이 떠 있었고, 등 뒤로는 하늘이 점점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는데, 이 모습이 마치 밤을 놓치기 아쉬워 달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가는 길목 곳곳에는 노란 꽃이 가득 피어서 꽃 냄새가 났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길을 가면서 예전에 한참 고민했던, 운명이라고 말해야 하나, 자유의지라고 하나, 아무튼 그런 거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르게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서,

선택은 자기가 속한 환경에 국한되어 아주 적은 보기 중에 이루어지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온전히 자기 몫이 아닐까 하는 그런 이상한 생각.

마을에서 잠깐 쉬는 동안에 그네도 탔다.


일찍 출발한 덕분에 12시 전에 에스텔라에 도착했다. 도착하면 일단 해야 되는 것들이 있는데, 샤워랑 빨래가 최우선이다. 손빨래를 하는 동안 미국에서 온 조를 처음 봤다.

잠깐 낮잠을 자고, 근처 마트에 가서 내일 먹을 간식과 오늘 저녁거리를 샀다. 요리를 할 줄도 모르고 귀찮기도 해서 샐러드에 치킨너겟으로 메뉴를 정했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식사를 마치고 마을 구경을 나갔다. 킥보드 타고 지나가는데 우리를 보자마자 한국어로 ‘안녕!’하고 인사해준 아이. 낮에 가서 쥬스와 스크램블 에그를 먹었던 가게. 그리고 성당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숙소로 와서 잘 준비를 했다.

내일은 20분 더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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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uchinos Hostel


왠지 커피랑 관련이 있을 거 같은 알베르게.

주인아저씨가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신다. 한방에 여섯 명 정도가 같이 사용하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복도에 공용으로 있다.

주방시설이 따로 있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Dia와 데카트론이 있어서 필요한 걸 사기 좋다.

마을에서 아주 조금 더 걸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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