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텔라(Estella) - 로스 아코스(Los Ar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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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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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이별이 있지만,
이 길 위에서는 유독 짧은 만남들이 오고 간다.
이 짧은 인연마저 뒷모습이 보인다면, 쫓아가 붙잡고 싶을 정도로 아쉬운데
어째서 나는 그동안 내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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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잠이 덜 깬 채 어기적어기적 어두운 마을을 빠져나갔다. 한밤중 산길을 지날 때는 너무 어두워서 랜턴으로 길을 비추면서 가야 된다.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온 산 정상에서 무심코 뒤를 돌아봤을 때 복숭앗빛 노을을 마주했다.
아름다웠다.
오늘은 유난히 구름이 많았고 바람도 꽤 많이 불어서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오늘 마지막 목적지였던 로스 아코스에 오기 전에는 12킬로 동안 마을이 없었는데, 중간에 바를 만났다.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딱 맞춰서 영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나는 팝송에 시원한 맥주와 간식.
여태껏 걷는 도중에 알콜 섭취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왜 이렇게 졸리고 발이 무거워지는지... 이제부터 음주 보행은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기 전에는 바람을 쐴 겸 알베르게 마당에 나왔는데, 냐옹이가 찾아왔다.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갈까 봐 멀리서 사진을 찍었는데, 너 왜 안 도망가냥...??
오늘은 21킬로 밖에 걷지 않았다.
대략 800킬로 여정에 32일정도 일정이니 하루 평균 25킬로를 걸어야 한다. 그래서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걸어볼 생각이다.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 모두 자기만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중이다.
요 며칠 동안 얼굴이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지만 내일부터는 아마 각자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걸으면서 어쩌면 다시 못 만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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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ac Santiago Pilgrims Hostel
12시 오픈 시간에 맞춰 접수를 받기 시작한다.
마당에 주인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접수를 받는데,
스페인 특유의 느긋함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그럭저럭 평범한 시설들.
자판기가 있어서 맥주를 뽑아먹을 수 있다.
해가 지면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멍 때리기 좋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