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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임 Jul 27. 2022

아이가 말을 걸었다 13

대화가 시작되자 아이의 모든 말은 내게 질문이 되고 답이 되었다

오늘은 한 권만 골랐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참고 다 읽어줘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남과 비교하는 건 내가 피할 수 있는 문제지만, 비교당하는 건 피할 길이 없다는 걸 알았다. 부러움은 정말 좋은 감정이 아니다. ‘부럽다’라는 감정이 드는 순간 ‘질투’ 혹은 ‘자기 비하’의 부정적 감정이 동시에 올라온다. 특히 엄마가 되고보니 내 의도와 다르게 내 아이가 남들에게 비교의 대상이 되는 일이 너무 쉬웠다. 인스타그램을 지우는게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라 생각해서 지웠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500만원이 넘는 친구의 명품가방 언박싱을 보고나서랄까. 그렇다고 내가 사치를 부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얼마전 나를 위해 거금을 들여 가방을 샀다. 하지만 굳이 인스타그램에 올릴 필요가 있을까 싶어 올리지 않았을 뿐. 그러나 더 비싸고 좋은 가방이었다면 올렸을수도 있겠다. 아무튼 친했던 친구에게 경쟁심을 느끼는게 용납이 안됐고 더이상의 스트레스를 방지하고자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덕분에 휴대폰을 만지는 내 손이 심심해졌다. 아이들 세상도 그렇다. 요즘 솔비는 매일 친구와 자기를 비교한다. 친구를 질투하고, 시샘하고, 자기 것을 챙기려 든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 아이는 이제 자기의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엄마라는 틀 안에서, 엄마가 주는 것, 엄마가 입히는 것, 엄마가 챙겨주는 것에 의존하고 살아온 여섯살 인생이었다.


밤마다 책읽기는 요즘 나의 가장 큰 과제다. 멀쩡하다가도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잠이 오는데, 귀찮음과 수면욕을 극복하며 책 세권을 읽는게 여간 쉽지 않다. 버틸 재간이 없다. 일부러 책을 여러장 넘기기도 하고, (글을 모를 땐) 몇 문장씩 빼먹고 읽었다. 하지만 집안에 대부분의 책을 다 외워버린 아이에게 나의 꼼수는 다 걸려버린다.


어젯밤이었다.

책을 읽으려 잠자리에 누워 있었다.

책을 손에 들고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의도치 않게 두 장이 넘어갔다.


“엄마, 그런데 말이야? 빨리 자려고 책을 빨리 넘기면 안돼. 엄마가 자고 싶은걸 알아. 하지만 나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게 좋아. 나 그래서 오늘은 한 권만 골랐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참고 다 읽어줘. 


가장 솔직하게, 누가 보든 안보든, 내세울것 없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나에게 가장 솔직한 글의 주제는 ‘아이’에 관한 것이다. 부끄러울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자랑스러울 필요도 없이. 아이의 지금 이 시간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화두다. 아무도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걸 모르니, 더 솔직해질 수 있기도 하다. 이제야 글을 제대로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하루의 대화가 이토록 신비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음을 배울 수 있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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