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건 아껴야 하니까, 나중에 씻을게"
아이를 관찰하는 건 늘 흥미롭다. 특히 내 아이는 고집스러운 아이가 아니라서, 바닥을 구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금쪽이같은 모습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다행히도 타협이 통하는 아이다.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나는 소위 '꿀빠는 육아'를 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제대로 고백하지 못한 게 있다. 아이와 큰소리내어 싸우지 않을 뿐, 우리는 수없는 수싸움과 머리싸움을 벌인다.
타협을 위해 필요한건 합당한 논리다. 나는 아이와 대화할 때 항상 적당한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아이의 니즈와 나의 니즈가 강한 충돌을 일으킬 때 수없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적합한 단어를 골라 대화를 한다. 최근에 느끼는 건, 이러한 대화방식이 정말 옳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아이가 어릴 땐 논리가 통하고 부족한 계산도 먹혀들어갔지만 문제는 아이도 내 방식을 배운다는 거다.
예전엔 두세번의 주고받는 대화가 끝나면 해결될 일이 이제는 오랜 시간 설득이 이어져야만 한다. 내 아이가 제일 싫어하는건 역시 씻는거다.
"자 이제 씻고 잘준비 해야지"
"나중에 씻을래요"
"빨리 씻어~"
"엄마, 소중한 건 아껴야 하는거잖아?
나는 샤워가 너무 소중하고 좋아.
그러니까 아껴뒀다가 있다가 하는거야."
"하..."
별.. 말같지도 않은 소리지만 생각해보면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예전엔 이랬다.
"엄마 지금 초콜렛 먹으면 안되요?"
"(방금 양치했으니까) 안돼. 정 먹고 싶으면 내일 먹어~"
"왜요?"
"맛있는건 조금 기다렸다가 먹으면 더 맛있거든~"
되도 않는 논리로 애를 꼬셨던 전적이 아주 많았던 나로서는 인정한다. 소중함의 의미를 아무데나 갖다붙였으니, 어쩌면 이런 말을 듣는건 인과응보다. 안씻으려고 머리굴리는 내 아이나, 못하게 하려고 머리 굴렸던 내 과거나. 도낀개낀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내 잘못된 과거를 끊임없이 반성하고 참회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