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궁금하다.. 한국학생들이 왜 정치에 무관심한지

질문은 고맙지만 선생님이 저희들을 무시하는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

저녁 식탁에서 하루 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놓기 좋아하는 호비가 어제 저녁 식탁에서 갑자기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왜 그런가 물었더니 자기네 학교 선생님 중 한 명이 자기 반에 들어와서 새로 뽑힌 한국의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질문했단다. 고등학생들에게 정치적 견해를 물어본 것이다.


"너희들은 이번에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한국 학생들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했을까? 대부분의 한국 학생은 그저 "I don't know"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나마 몇몇 학생들은 "우리 부모님들은 이렇게 저렇게 말하더라"라고 답변했지만, 선생님의 집요한 질문은 계속되었단다. "아니, 부모님의 생각 말고... 너 자신의 생각 말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걸 말해봐..."




한국의 분위기를 되새겨 보면 '학생이 공부에 열중해야지 무슨 정치 이야기야... 어허 버르장머리 없이...'가 가장 보편적인 정서일 것이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것들이 감히 나랏님들(ㅎㅎ)의 이름을 함부로 들먹이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용납 못하는 부모들도 많은 것이다. 또는, 아이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정치에 관심이라도 가졌다가 대학 들어가서 하라는 공부도 안 하고 데모나 할까 봐, 특정한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 앞에서 잘 꺼내지 않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개중에는 '너네 선생님은 나가라는 학교 진도는 안 나가고 왜 그런 쓰잘데기 없는걸 질문하냐? 혹시 전교조냐?'라고 오히려 역공세(?)를 펼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의 학생들 특히나 고등학생들이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갖는 것은 물론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터부 아닌 터부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하지만, 서양의 사회, 그리고 서양의 학교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아무리 나이가 어린 고등학생이라 하더라도 정치적 견해를 갖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오히려 정치적 견해가 없는 사람을 (조금 심하게 말하면) '무지한 사람' 내지는 쉽사리 선동할 수 있는 '우매한 군중'으로 얕잡아 보는 분위기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들이 교육정책이 바뀔 때마다 수천 명씩 거리에 몰려나와 데모를 한다. 언론사에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열심히 고등학생들을 인터뷰하고 마이크를 마주한 고등학생들은 프랑스인 특유의 진지함으로 잔뜩 무장한 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조리 있게 정치적 의견을 밝힌다. 세계 주요 나라의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문제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어른들을 훈계하며 거의 힐난에 가까운 언어를 내뱉었던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2003년생) 역시 중학생일 때부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또렷하게 밝히기 시작하였다.




호비와 호지가 다니는 학교에 한국 학생이 많은 탓이려나? 아니면 한국의 위상이 과거와 비교해서 많이 올라간 탓이려나? 한국에서 중요한 이벤트가 생기면 호비와 호지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들은 한국 학생들에게 이러저런 질문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 속에 아직도 한국이나 동양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야릇한 차별이 담겨 있을 때가 있다. 물론, 질문을 하는 사람이 이러한 차별을 의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질문을 받는 사람이 그러한 뉘앙스를 느꼈다면 기분이 당연히 나쁠 것이다.


선생님에게 "왜 한국 학생들은 이렇게 심할 정도로 정치에 무관심하냐?"라는 질문을 들은 호비가 그러한 뉘앙스를 느꼈나 보다. 마치 그 선생님은 한국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실망한 듯한 표정이었다는 거다. (이쯤 되면 군필자들의 귓가에는 이 문장이 들려온다. "중대장은 오늘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정치를 포함하여 나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 대해서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서양식 교육이다. 그리고 그런 교육을 전달하는 교사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의도와는 상관없이) 호비의 귀에는 살짝 차별적으로 들린 때문일까... 저녁 식사가 끝나갈 무렵 호비가 한 마디 한다.


"내가 정치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다는 걸 깨달았어. 이건 좀 문제인 거 같애."




우리의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만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더 많은 지식을 알게 되는 것? 더 많은 정보를 암기하게 되는 것? 과연 그것이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목표일까? 아니면 좀 더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게 되는 것?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했을 때 그것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분석하고 결론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글쎄... 이미 정보와 지식은 손가락 끝에서 검색만 하면 나오는 현대 사회에서 교육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은 이미 나와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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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출처 : '[카드뉴스] 군대생활 알아보기, 군인 직급별 주요 업무 소개', 매거진 한경, '19. 4. 20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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