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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Jul 02. 2022

인도가 굳이 거기서 G20회의를 열겠다는 이유

인도 도시 이야기 (6) : 잠무 카슈미르

[# 1] G20,  사실상 세계를 이끌어가는 나라들의 모임...


자.. 오늘은 G20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 보자..


일단 G20은 19개의 주요 국가와 EU로 구성된 다자기구이다. 19개의 나라에 반드시 선진국만 포함된 것은 아니고, 인구 규모나 지역에서의 정치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여 포함된 나라도 있다. 전 세계 GDP의 약 80%, 전 세계 교역량의 약 75%, 전 세계 인구의 약 60%가 G20 국가에 몰려있다. 한 마디로 G20을 빼놓고는 세계 경제와 무역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회원국가들을 알파벳순으로 살펴보면, Argentina, Australia, Brazil, Canada, China, France, Germany, India, Indonesia, Italy, Japan, Republic of Korea, Mexico, Russia, Saudi Arabia, South Africa, Turkey, the United Kingdom, the United States, and the European Union 등이다.


G20 정상회담은 다른 외교회담과는 살짝 분위기가 다르다. 사무실이 빼곡한 대도시의 한복판에서 열리는 실무적인 회담이 아니라, 주요국 정상들이 약간 캐주얼하게 세계 유명 휴양지나 관광지에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친분도 쌓으면서 업무 관련 회담도 하는 절반은 친목모임 절반은 업무 연장선인 회담이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G20 정상회담이 열린 곳들을 살펴보면 2011년 프랑스 칸, 2014년 호주 브리즈번, 2015년 터키 안탈리아, 2019년 일본 오사카, 2022년 인도네시아 발리 등 유명 휴양지 또는 관광지에서 정상회담이 열렸거나 또는 예정되어 있다. 물론, 정상회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관급, 실무자급 회담도 연중 꾸준하게 열린다.


[# 2] 2023년 G20의장국은 다름아닌 인도


참고로, G20 의장국은 19개의 국가가 돌아가면서 1년 임기로 맡게 되며 그 의장국의 주요 도시에서 1년에 한번 열리는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수십 개에서 많게는 100여 개의 장관급, 실무자급 회담이 꾸준하게 열리게 된다. 보통 매년 12월까지 의장국 지위를 가진 국가가 각종 고위급, 실무급 회담을 개최한 후 의장국 임기를 마무리하고 다른 나라에게 의장국 지위를 물려주기 직전인 11월쯤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된다.


2022년 12월 인도네시아로부터 G20 의장국을 물려받아 2023년 12월까지 의장직을 수행하게 될 인도는 벌써부터 준비에 착수했다. 2023년 11월로 예정된 G20 정상급 회담은 뉴델리에서 개최하기로 이미 결정되었다. G20과 관련된 각종 회담과 행사는 총 190여 개에 달할 예정인데, 그중 일부 행사를 하필이면 잠무 카슈미르(Jammu & Kashmir) 지역에서 개최하겠다고 인도가 22년 6월 말에 발표했다.


[# 3] 잠무 카슈미르 지역은 어떤 곳일까?


복잡하고 어려운 지리, 역사적 기본 지식이 상당히 많이 있어야만 카슈미르를 둘러싼 전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지만, 아주 짧게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카슈미르는 ‘파키스탄, 인도, 중국이 접경하고 있는 고산지대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하여 독립한 1947년 이래 파키스탄과 인도 그리고 인도와 중국 사이에 국경을 맞대고 신경전이 끊이지 않는 분쟁지역’이다. 크게는 무슬림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카슈미르 지역이 왼편에 위치하며 불교도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라닥 지역은 오른쪽(중국에 가까운 쪽)에 위치한다. 그리고, 무슬림들이 많이 사는 카슈미르 지역은 파키스탄과 인도가 분할하여 통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는 힌두교도가 소수를 차지하는 이들 지역의 지역적 특성을 인정하여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인도 헌법에 특별한 조항을 넣어주었는데, 짧게 줄여서 말하자면 '잠무 카슈미르는 인도에 속하지만 자치권을 폭넓게 인정해 주겠다. 이 지역 주민이 아닌 사람들의 이주 및 재산 매입 등도 제한하겠다'라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인도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힌두인들이 이 지역에 이주하여 무슬림 주도의 사회 구성을 해치는 것을 막아주겠다는 특별 조항이 인도 헌법에 명기가 되어 있었던 거다.


하지만, 힌두 근본주의자들에게는 잠무 카슈미르에 대한 이러한 특별 대접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도는 힌두스탄(즉, 힌두교도들의 땅)이다'라고 주장해온 그들은 '잠무 카슈미르가 누리고 있는 인도 헌법상의 특별한 지위를 폐지하고 다른 일반 주 또는 연방 직할지로 변경해야 한다'라고 수십 년간 주장해왔다.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의 소속 정당인 인도인민당(BJP) 또한 이러한 힌두 근본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정치세력이다.


[# 4] 잠무 카슈미르의 자치권을 박탈하다


2019년 5월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하며 2번째 임기를 시작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결국 힌두 근본주의자들이 품어왔던 염원을 이루어냈다. 2019년 8월 5일 모디 정권의 2인자라고 불리는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이 인도 상원인 라지야 사바에 잠무 카슈미르의 행정구역을 연방직할지로 재조정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같은 날 상원은 이를 곧바로 승인했다. 바로 다음 날인 8월 6일 BJP가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 하원(록 사바)도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결국 2019년 10월 31일 자로 이 법안은 발효되게 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잠무 카슈미르에 부여된 특별한 지위는 박탈되었고 잠무 카슈미르 지역은 불교도들이 다수인 동쪽의 라닥 연방직할지와 서쪽의 잠무카슈미르 연방 직할지로 양분되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한 개였던 지역이 둘로 갈라졌다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타 지역 주민들의 이주와 재산 매입을 막았던 조항도 덩달아 사라지면서 이제부터 힌두교를 믿는 타지역 주민들도 자유롭게 이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잠무 카슈미르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의 입장에 빙의해서 표현하자면, ‘무슬림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정착하거나 경제활동을 하지도 못하던 분쟁지역에 힌두교도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무슬림들의 주도권을 위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인도 내 무슬림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무슬림들이 정치/경제적으로 주도권을 갖고 있는 파키스탄 접경 지역을 '힌두화'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반발이 무슬림 커뮤니티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인도와 접경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도 당연히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집권 BJP는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인도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이 이러한 힌두 우월주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내지는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했기 때문이다.

[# 5] 굳이 잠무 카슈미르에서 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이유는?


자. 여기까지 읽었으면, 이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G20의 정상회담은 아니지만 일부 회담을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지 그 이유가 이해되기 시작하실거다...


인도 내 무슬림 세력과 파키스탄을 포함한 외국의 무슬림 세력에게 한방 먹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정상회담은 비록 아니지만 주요국 장관급 인사들이 잠무 카슈미르에 모여 회의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중계된다면 잠무 카슈미르의 자치권을 빼앗은 자신들의 행동이 슬며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인 것이다. G20 관련 행사를 잠무 카슈미르에서 치루려면 하다못해 호텔도 새로 짓고 도로와 인터넷 선도 새롭게 깔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투자와 함께 외국인 및 인도내 힌두교도들이 이 지역에 진입하면서 카슈미르를 지배하고 있던 무슬림이 영향력이 낮아진다면 인도 정부 입장에서는 '꿩먹고 알먹고'가 될 것이다.


당장 카슈미르를 분할 점령하고 있는 파키스탄이 발끈하고 나섰다. 파키스탄에 이어 중국도 잠무 카슈미르에서 G20 관련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인도의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인도 언론들은 '중국이 파키스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있다(china parrots Pak language). 파키스탄과 중국이 내년 G20 정상회담을 개최를 무산시키기 위해서 공동전선에 나섰다'라고 과민반응을 보이며 일제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은 G20 국가 중에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중국,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G20에 불참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G20이라는 외교적 행사를 접경 지역을 둘러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술수를 드러낸 인도의 이러한 움직임...


과연 계획대로 진행될까? 파키스탄이나 중국 등 인도와 경쟁하는 국가들의 희망 대로 좌절될까?


한번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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