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인도(1):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수 있을까

중국이 인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세계 속의 인도는 어떤 지위일까? 특히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인도의 위상과 역할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세계 속의 인도 위상과 지위를 바로 보는 두 개의 극명하게 다른 관점을 차례로 정리하면서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과 의견을 나누고자 희망한다. 첫 번째로 중국인의 시선을 빌어 인도의 지위를 바라보는 글이다.


이 글은 '과연 인도 경제는 중국 경제를 추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2017년 이후로 미중 갈등관계가 심화되고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연결하는 쿼드가 활성화되면서 많은 정치평론가와 경제전문가들이 인도가 제2의 중국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측을 내놓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러기에는 격차가 너무 크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필자가 조심스럽게 예측하자면 최소한 30년 이내에 인도 경제는 절대로 중국 경제를 추월할 수 없다.


너무 부정적인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좀 더 '긍정적'으로 적어보자. 중국이 지금 당장 경제성장을 멈추고 30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인도가 과거 30년 동안의 경제성장률 평균인 5.8% 성장을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계속한다면 인도는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다만, 30년이 걸릴 뿐이다. ㅠㅠ


실제로 그런지 아주 쉽게 검증할 수 있다.


현재 중국과 인도는 인구 규모가 거의 비슷하다. 다만 중국의 1인당 GDP(세계은행 추산, 2020년 기준)는 약 1만 434달러 수준으로 1,935달러인 인도의 약 5배다. 이제 단순한 계산식 하나만 계산하면 된다. 1,935달러×(1+0.058)^30=1만 501달러. 인도가 지난 30년 동안의 평균 성장률(5.8%)을 앞으로 30년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시현하고 중국 경제가 단 한걸음도 성장하지 않으면 인도는 중국 경제를 따라잡을 수 있다. 딱 30년만 기다리면 된다. 좀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하면 지금 대학원을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뛰어든 인도 노동자들이 정년퇴직할 때쯤이면 인도가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30년간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가정은 매우 억지스러우니 좀 더 현실적인 가정을 해보자. 인도가 과거 성장률(5.8%)을 유지하는 동안 중국의 성장률이 반토막(4.65%)이 난다고 가정하면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는 기간은 154년이 걸린다. 참고로, 지금부터 154년 전이면 서기 1868년(고종 5년)으로 이해에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인 오페르트가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묘를 도굴했고,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1603년 창설한 에도 막부가 260년 만에 마침내 무너졌으며,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의 영웅인 그랜트 장군이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인도가 최소한 한 세대 이내에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복잡한 경제학적 지식이나 거창한 거시경제 모델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제곱식을 계산할 수 있는 중학교 정도의 수학 실력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처럼 최소한 경제 수준에 있어서는 인도가 중국에게 엄청나게 뒤져있다. 실제로 중국인들도 인도를 그러한 시선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 전 과거 인도 외무부장관을 지낸 쉬암 사란(Shyam Saran)이 중국이 인도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적은 책('How China sees India and the World: The Authoritatie Account of the India-China Relationship') 을 한 권 펴냈다.


책을 낸 후 저명한 언론인인 카란 타파르(Karan Tapar)와 인터뷰를 했는데, 저자는 자신의 책 속에 있는 문장으로 중국이 인도를 바라보는 시선을 매우 날카롭게 묘사했다. '인도는 중국이라는 자동차의 백미러 속에서 빠르게 뒤처지는 이미지'(India is a retreating image in China's rear-view mirror')라는 것이다. 좀 더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중국이라는 자동차는 매우 빠른 속도로 앞으로 전진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아도 뒤처진 인도는 그 자동차의 백미러 속에서 더욱더 뒤처지고 있는 나라라는 뜻이다. ㅠㅠ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한 시기까지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또는 '친디아'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인도가 그나마 중국과 동급 대접을 받았지만, 그 이후로는 중국인들이 인도를 더 이상 자기들과 같은 급의 나라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1960년대 거의 똑같았던 두 나라의 1인당 GDP는 이제 메꾸기 어려운 수준인 5배의 격차로 벌어져 버렸다. '개혁개방' 조치 이후 거의 한해도 쉬지 않고 무서운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룬 중국과 달리 인도는 소비에트식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택해 1991년에 이르기까지 40년이 넘게 헛발질을 해왔다. 1990년대 초에 뒤늦게 경제개방 조치를 취했지만 중국을 따라잡기에는 이미 그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었다. 커진 경제규모를 기반으로 국제 정치 무대에서 입김을 키우고 있는 중국과는 달리 인도는 아직도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다.


정치와 경제 부문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부패,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수백 년 동안 겹겹이 쌓여온 문화적, 종교적 편견과 차별, 깜짝 놀랄 수준의 빈곤과 빈부격차, 게다가 점점 강화되는 힌두교 근본주의 물결 속에 고조되고 있는 사회 불안 등. 인도가 안고 있는 과거의 문제점들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은 채 새로운 도전은 더욱더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수십 년이 지나 봤자 중국을 따라잡지 못할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서 더 이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려도 되는 걸까? 지금까지 수십 년간 ‘기회의 땅’이라는 듣기 좋은 수식어로 불려 왔지만 결국 ‘앞으로도 영원히’ 기회의 땅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런 나라는 머릿속에서 지워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인도의 미래가 온통 핑크빛 세상이라고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35세 미만 청년층이 만들어갈 인도의 역동적인 미래에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고 본다. 500만 명에 육박하는 실력이 뛰어난 IT 엔지니어들이 창조하는 인도의 미래, 매년 1,000만 명씩 취업시장에 새롭게 공급되는 젊은 세대가 만들어갈 미래의 인도 경제는 계획경제와 수입 대체제 산업 육성이라는 좁은 시야에 매몰되었던 과거의 인도 경제와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서남아시아의 지역패권국 지위에서 벗어나 이제 미국, 일본 등 세계를 이끌어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중국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는 인도는 과거와 달리 미래의 세계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14억의 인구가 승선하고 있는 3조 달러 규모의 이 거대한 항공모함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각종 경제정책과 법률을 개혁하고, 빈부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궁리하고, 복잡해지는 국제 정치와 경제 질서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험한 파도를 이겨냈고 지금 순항하고 있다. 밀림 속 오랜 은둔 생활에서 벗어난 인도라는 거대한 코끼리가 중국이라는 용이 입에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 그 기회를 잡을지, 아니면 경쟁 국가에 사냥당하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국제 정치와 경제 무대에 인도가 등판한 이상 우리나라와 인도의 정치/경제적 관계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제 지구 상에 마지막 남은 거대한 신흥시장인 인도에 대해서 더 많이 연구해야만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제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적, 정치적 차원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공부해야 할 이유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91AIoXGdnw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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