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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Sep 01. 2022

망설이다 드디어 쓰는 '카스트' 제도 이야기 (1)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그러나 외국인은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인도를 설명하면서 카스트 제도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치 왕실 제도를 언급하지 않고 영국을 설명하거나 노예제도를 설명하지 않고 미국 역사를 설명하는 것과 똑같을 것이다. 그 만큼 카스트 제도는 인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할 기초지식이다. 영국 왕실제도나 미국의 노예 제도는 우리와 같은 외국인도 조금만 마음을 먹으면 다양한 기록을 통해 읽고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우리와 같은 외국인이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카스트 제도는 4개의 큰 분류(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 나뉜다는 둥 브라만이 머리를 상징한다는 둥 웬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 말고 좀더 내밀하고 예상밖의 반전으로 가득찬 진짜 카스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Q 1] 카스트별 인구 구성은 어떻게 될까?


얼핏 생각하면 4개의 카스트 계급과 불가촉천민 이렇게 5개의 계급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전체 인구가 계급별로 20%씩 공평하게 나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큰 오산이다. 2011년 인도정부의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등으로 대표되는  상위 3계급의 인구가 약 30.8%에 불과하고 수드라 계급이 약 41.1%를 차지하며 불가촉천민집단이 대략 1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수드라 계급과 불가촉천민이 전체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반면, 상위 3개 계급을 다 합쳐봤자 그 절반인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Q 2] 현재 인도에서 카스트 계급은 어떻게 불릴까?


수천년 동안 내려온 브라만, 크샤트리아라 등의 계급도 물론 사용되지만 보통 1, 2, 3계급은 ‘일반 카스트(General Caste)’, 또는 ‘상위 카스트(Upper Caste 또는 Forward Caste)’라고 함께 묶여서 불린다. 전체 인구중 30%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한꺼번에 분류하는 것이다. 수드라 계급을 통칭하는 하위 카스트는 보통 ‘기타 하위카스트(Other Backward Caste, OBC)’라고 부르며 불가촉천민은 ‘지정 카스트(Scheduled Caste)’라고 부르고 이외에도 ‘지정 부족(Scheduled Tribe)’이라는 집단도 있다. 


여기서 잠깐만 살짝 어려운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등으로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다 설명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훨씬 더 복잡하다. 우선, 인구 전체를 4개의 큰 계급으로 나누는 제도는 힌디어로는 ‘바르나(varna)’라고 부른다. 피부색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훗날 인도를 점령한 인도인들은 ‘바르나’라는 단어 대신 카스트(인종이나 종족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카스타’에서 유래했음)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 대분류 밑으로 수많은 세부 분류가 이루어진다. 쉽게 생각해서 직업의 종류만큼 많은 세부 분류가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것을 힌디어로 자티(Jati)라고 부른다. 좀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우리가 ‘카스트 제도’라고 알고 있는 ‘자손 대대로 직업이 전승되고 같은 계급 내에서 결혼이 이루어지는 계급제도’라는 개념은 인도어로 자티(Jati)에 더 가깝다. 어떤 연구자들은 인도 전역에 자티가 약 3,000개 정도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연구자들은 무려 25,000개에도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까지 세부적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자티 역시 추가적으로 분류가능하다는 뜻이다.    


[Q 3] 그렇다면 카스트계급에 속하지 않는 공동체도 있을까?


인도의 독립 시기부터 헌법에서 정하여 보호하는 부족집단이 있는데, 애초에는 북동부 8개주나 북부의 산악지역에 살면서 힌두교를 신봉하지 않는 부족을 지칭한다. 인도 헌법에서는 이들을 ‘지정 부족(Scheduled Tribe)’이라고 분류한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산악지역은 물론 주요 대도시 등에도 골고루 분포하여 살아간다. 2011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이들 비중이 약 8.5%가 된다. 결국 상위 3개 계급(30.8%), 수드라계급(41.1%), 지정 카스트라 불리는 불가촉천민(19.7%), 기타 부족(8.5%)로 인도 인구는 구성된다. 참고로, 인도 헌법 제 366조 제 25항이 ‘지정 부족’의 요건을 정하고 있고 제 342조는 그 지정 절차를 정하고 있다.

     

[Q 4] 그렇다면 카스트 계급중 왕중왕이라 할 수 있는 브라만 계급은 대략 몇 퍼센트를 차지할까?


인도 전체 인구의 약 5% 내외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 100명중 5명밖에 안 되는 집단이지만 인도 현대사를 좌지우지한 집단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적인 예로 1947년 독립 이후 2014년 5월에 현 14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하기 전까지 13명의 총리 중에서 무려 6명이 브라만 출신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이전에 총리를 역임한 13명중 시크교도인 만모한 싱 총리를 제외한 12명이 힌두교도였다. 이중 브라만 출신 6명은 자와할랄 네루, 인디라 간디, 모라르지 데사이, 라지브 간디, 나라심하 라오, 아탈 비하리 바즈파이이다. 나머지 6명중에서도 딱 한명만 하층카스트였고, 5명은 크샤트리아 또는 바이샤 계급이었다. 한 마디로 상위 3개 카스트가 아니면 인도 총리는 꿈도 꿀 수 없는 자리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브라만은 인도 인구의 5%에 불과하다. ^_^;;;) 


재임기간으로 따지면 인도 독립부터 2014년까지의 약 67년의 기간중 무려 54년 가량을 브라만 출신 총리가 인도를 다스렸다. 브라만 계급이 아니었던 7명의 총리중에서 약 10년간 재임한 만모한 싱 총리(힌두교도가 아닌 시크교도였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임기간이 짧았다.


작은 꿀팁 하나... 인도인들은 상대방의 성을 들으면 대략적으로 상대의 카스트를 짐작할 수 있다. 더군다가 브라만은 워낙에 전체 인구중에서도 그 비율이 작기 때문에 굳이 ‘내가 브라만이요’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그저 자신의 성만 밝히면 인도인들 대부분은 상대가 브라만 계급인 것을 눈치챈다. 가장 대표적인 브라만 성들은 뭐가 있을까? 샤르마(Sharma), 바타차리야(Bhattacharya), 무케르지(Mukherjee), 데사이(Desai), 미슈라(Mishra), 바네르지(Banerjee) 등이 있다.


[Q 5] 각 주별로 카스트 분포는 같을까?


그렇지 않다. 2021년 인도의 유명 일간지가 최근 10년간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의 카스트 계급을 분석한 결과 각 주별로 카스트 분포는 매우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분석 기사는 초등학생 카스트를 일반 카스트(상위 3개 계급), OBC, SC, ST 이렇게 4개로 분류했다. 우선, 남인도의 타밀나두에서는 일반 카스트가 4%에 불과하고 OBC가 71%, SC와 ST가 각각 23%와 2%를 차지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경우 비율이 18%, 54%, 27%, 1%로 나타난 반면, 북동부의 웨스트 벵갈 주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55%, 13%, 25%, 7%로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참고로 이 분석에 따르면 인도 전체의 비율 분포는 25%, 45%, 19%, 11%였다. 하위계층이 상위계층에 비해 조금 더 많은 자녀를 갖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11년 인구센서스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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