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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Oct 02. 2022

인도 교육...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인도 교육의 질, 그리고 엄청난 대입 경쟁률...

2015년 3월. 예년과 마찬가지로 인도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고등학교에서 10학년과 12학년 졸업시험이 일제히 치러졌다. 그리고,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10학년 졸업시험에 응시한 자녀에게 컨닝페이퍼를 전해주기 위해 학교의 벽을 스파이더맨처럼 타고 오르는 부모 수십 명의 모습이 전 세계로 보도되었다. 몇몇 외국 언론들은 이런 어이없는 행태를 비웃으면서 인도 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방식을 질타했다. 허름한 공립학교의 벽면에 달라붙은 가난한 옷차림의 학부모들, 비좁은 교실에 모여 앉은 수많은 가난한 행색의 수험생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무기력하게 방치하고 있는 인도 현지 경찰의 모습들... 선진국 사람들의 눈에는 인도의 입시 소동이 한낱 조롱거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의 교육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더 이상 우스꽝스럽지 않게 보이게 될 것이다. 


인도의 교육 현실을 좀 더 알아보자.


[# 1] 백오십만 개의 학교가 있는 나라, 인도...


일단, 인도에는 몇 개의 학교가 있을까? 인도 교육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합하여 약 151만 개의 학교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나뉘어있지만, 인도의 경우 하나의 학교에 1학년에서 5학년, 6학년에서 10학년, 때로는 1학년에서 12학년까지 재학하고 있기 때문에 콕 집어 중학교나 고등학교가 몇 개 학교인지를 말하기는 어렵다. 대신, 인도의 교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크게 ‘정부학교(Government School)’와 ‘사립학교’로 나뉘는 현실부터 이해해야 한다.


총 151만 개의 학교 중 약 103만 개의 학교는 ‘정부학교(Government School)’이다. 우리말로 하면 공립학교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0학년까지는 무상교육 대상이므로 누구나 다닐 수 있다. 이외에도 정부의 재정보조를 일정 부분 받는 정부보조(Government Aided) 학교가 약 8만 4천여 개, 나머지 약 40만 개의 학교가 다양한 재단이 설립한 사립학교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보조학교란 종교재단이나 특정 부족집단 등 민간주체가 설립하여 운영하지만 정부의 재정보조를 받고 각종 정부의 규정을 따르는 학교를 말한다. 2021년 현재 인도에는 총 2억 6천만명 가량의 초중고 학생이 학교에 재학 중인데, 이중 정부학교에는 약 1억 3천5백만 명, 정부보조학교에는 2천7백만 명, 사립학교에는 약 9천5백만 명이 재학 중이다.




[# 2] ‘정부학교(Government School)’을 질 낮은 교육 수준


우리를 포함하여 인도 교육의 현실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인도 교육에 대해서 잘못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수학을 잘하는 나라, 뛰어난 공대생들을 배출하는 공학교육의 나라,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졸업생들을 배출하는 나라... 이런 환상들 말이다. 하지만, 인도 학생들 열 명 중 여섯 명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학교부터 살펴보면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정부학교 교사들에 대한 형편없는 처우, 각종 잡무 등으로 인해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교사들이 상당히 많고 이러한 현상은 시골에서 더 빈번하다. 학생들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땡땡이를 치고 있는 것이다. 2010년에 인도 전역에 소재한 1,800개가량의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교사가 학교에 출석하지 않은 비율이 23.6%에 달했다. 그나마 2003년 조사에서는 26.3%를 기록했는데 그때보다 근소하나마 개선된 수치였다. 연수를 받거나, 선거 개표사무 등에 동원된 경우도 일부 있었으나,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나오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인도 중부의 마디야 프라데시 주에서는 정부학교 교사의 결근율이 50%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었다.


교사들이 학교에 제대로 출근조차 안 하고 있는 실정인데 정부학교에서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2015년 1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정부학교에 재학 중인 초등학교 5학년 학생에게 초등학교 2학년 교재를 주고 읽어보라고 했더니 100명 48명 가량만 읽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의 경우에는 좀 더 심각했다. 6학년 학생 중 뺄셈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학생수는 25.8%에 불과했다. 초등학교 5학년생 중 간단한 숫자의 나눗셈을 할 수 있는 학생 비율이 40%를 넘은 지역이 인도 28개 주 중에서 단 한 개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인도의 초등학생 10명 중 6명은 졸업연도인 5학년이 되도록 나눗셈을 못한다는 것이다. 영어의 경우 2009년에는 10명 중 6명 가량이 간단한 영어 문장을 읽을 수 있었으나, 2014년에는 오히려 그 비율이 46.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제대로 출근하지 않고, 사용 가능한 화장실(2014년 기준 전체 학교 중 65.2%가 화장실 보유)과 마실 물(75.6%)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학교에서 교육은 고사하고 학생들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학교의 현실은 이렇지만 중학교 및 고등학교 졸업시험은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어려운 난이도로 출제되다 보니 학생들은 부정행위를 통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졸업시험을 통과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정부학교의 교육 수준은 빈곤지역, 농어촌 지역으로 갈수록 더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종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도 이런 지역에서 더 극심하다. 참고로 2015년 학교 벽에 붙어있는 ‘거미 같은 학부모’로 인해 세계적인 비웃음거리가 된 비하르주는 인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다.




[# 3] 퍼블릭 스쿨이 공립학교가 아니라고요?


인도에 출장 온 출장자들은 길거리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을 보고는 공립학교라고 착각을 하곤 한다. 뉴델리를 포함해 인도 전역에 델리퍼블릭스쿨(Delhi Public School)이라는 이름을 단 학교가 200개가 넘고, 인도 육군에 복무 중인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를 보낼 수 있는 육군퍼블릭스쿨(Army Public School)도 인도 전국에 130개가 넘게 존재한다. 하지만 학교 간판에 적힌 Public이라는 단어를 보고 공립학교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무슨무슨 퍼블릭 스쿨이라 이름 붙인 이러한 학교들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사립재단들이 세우고 운영하는 거대한 사립학교 체인이다. 정부학교(Government School)에 비해 훨씬 튼튼한 재정과 우수한 교사진 그리고 질 높은 교육환경을 제공한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정부학교가 아닌 이러한 퍼블릭 스쿨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우리 같은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교육다운 교육’이 이루어진다.


인도의 교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어학교(English medium school)와 힌디어학교(Hindi medium school)의 개념도 이해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인도의 학교는 학교에서의 수업이 영어로만 이루어지는 학교와 힌디어 또는 각주의 토착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학교로 나뉜다. 대개의 경우 전자가 수업료도 비싸고 교사의 질도 높고 수업의 수준도 뛰어나다. 같은 사립학교 체인, 예를 들어 똑같은 델리퍼블릭스쿨 체인 내에서도 어느 학교는 영어학교이고 어느 학교는 힌디어 학교인 경우도 있다. 반면, 정부학교는 거의 예외 없이 힌디어 학교이다. 영어학교의 인기가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학교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에서는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영어로만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힌디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하여 언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왕왕 있다. 실제로 공대나 의대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더라도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게 큰 도움이 되며, 민간부문은 물론 공무원과 같은 공공부문에서도 영어 구사 능력은 엄청난 무기가 된다. 그렇다 보니 중산층 이상의 인도 가정에서는 기를 쓰고 영어학교에 자신의 자녀들을 입학시키려고 노력한다.




[# 4] 무지막지한 대입 경쟁률이 상업주의와 만났을 때...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라자스탄 주에 코타라는 도시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치동이 있다면 인도에는 코타라는 도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백여 개의 입시학원으로 가득 찬 곳이다. 매년 인도 내 다른 주에서 15만명 가량의 '공부깨나 한다'는 고등학생들이 이곳으로 유학을 온다. 인도 일반 가정에게는 꽤나 부담스러운 연 만 오천에서 이만 달러에 이르는 수업료를 내고 이 도시로 유학오는 고등학생들은 닭장 같은 호스텔에서 2년을 숙식하면서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수험생활을 보낸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이다. 인도의 의과 및 치과대학 입학시험인 NEET 또는 인도공과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과 같은 공과대학 입학시험인 JEE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인도 전역에 23개 캠퍼스를 가진 IIT의 합격률은 학교별로 0.5%에서 2% 내외이니 이쯤 되면 전생에서 나라 하나 정도는 구해야만 합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라자스탄주의 경우 고등학교를 꼬박꼬박 출석하지 않고 졸업 시험에만 합격해도 대학 입학시험 자격을 주는 유연한 교육정책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인도 내 각 주에서 나이 어린 고등학생들이 코타로 조기 유학을 오는 것이다. 라자스탄 주정부는 코타를 인도의 교육허브로 만들겠다는 공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타지 유학생들이 먹고, 자고, 소비하는 각종 부대시설을 활용해서 돈을 벌겠다는 지극히 상업적인 마인드가 자리 잡고 있다. 매년 많은 수의 학생들이 살인적인 학업 강도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도시를 떠나거나 심지어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중앙정부도 라자스탄 주정부도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그저 상업주의에 찌든 입시 시장에 파생되는 각종 경제적인 이득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인도에서는 매년 서울시 인구에 육박하는 천만명 가량이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하지만 이중 상당수는 정부학교를 졸업하여 제대로 뺄셈이나 나눗셈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인도 정부가 걸핏하면 들먹거리는 ‘인구배당’ 효과가 나타나려면 당장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노동력의 질이 높아야 할 텐데 인도의 평균적인 교육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해봤을 때 ‘인구배당’ 효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극소수의 사람들은 미국 내 유명 공과대학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고 사회에 진출한다. 어디에서나 극과 극으로 양분화되어 있는 인도의 다른 모든 분야처럼 인도의 교육도 이렇듯 철저하고 엄청난 수준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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