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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Oct 08. 2022

강물을 벌컥벌컥 마셨던 그 주지사는 어떻게 되었나?

인도의 수질 오염... 갈 길이 먼 그 여정..

[# 1] 강물을 벌컥벌컥 마셨던 그 주지사는 과연 어떻게 되었나?


2022년 7월,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펀잡주의 주지사인 바가완트 만(Bhagwant Mann)이 극비리에 뉴델리에 위치한 최고급 민간 병원인 아폴로 병원에 입원했다. 인도의 유명 정치인들은 경호원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데, 복통이 너무나도 갑자기 시작되는 바람에 경호원들도 대동하지 못한 채 작은 헬리콥터에 실려 펀잡주의 주도인 찬디가르(Chandigarh)에서 뉴델리까지 호송된 것이다. 그의 안전을 우려한 펀잡 주 정부는 그의 입원 사실을 비밀에 부쳤지만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주지사 비서실에는 그의 입원 여부를 확인하려는 언론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그 와중에 입원 사실을 확인도 부인도 못하고 쩔쩔매던 주지사 비서실의 한 직원은 ‘주지사가 하루 종일 꽉 찬 일정을 보냈다’는 뻔히 보이는 거짓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병원에 실려간 이유는 금방 밝혀졌다. 병원에 입원하기 불과 이틀 전에 주지사는 펀잡주에 있는 칼리 베인(Kali Bein) 강에 대한 정화작업이 시작된 지 22주년을 기념하는 작은 기념식에 참석했다. 강가에 묘목을 심는 행사도 가진 그는 지지자들과 함께 강가를 걷다가 강물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보여주겠다는 듯 주저 없이 한 컵 가득 강물을 떠서는 벌컥벌컥 마셨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인도 한복판에서, 정수장도 아니고 흘러가고 있는 강물에서 직접 물을 떠서 한 컵을 깨끗하게 원샷했으니 배탈이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펀잡 지역은 인도의 곡창지대라 불리는 곳으로 한때 인도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인도의회당(Congress Party)이 인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지사 자리를 내주고 거의 마지막까지 주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던 지역이었다. 전직 코미디언이자 배우였던 그는 불과 4개월 전에 열린 주의회 선거에서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된 인도의회당 출신 주지사를 몰아내고 새롭게 주지사로 선출되었다. 주지사 선출 이후에도 코미디언 시절의 실없는 언행과 행동을 계속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조롱거리가 되었던 그의 또 다른 기행을 네티즌들이 그냥 지나칠리 없었다. 그가 강물을 마시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에는 ‘한번 어릿광대는 영원히 어릿광대(once a joker, always a joker)’, ‘올해의 코미디언(comedian of the year)’ 등등의 댓글이 달렸다.




[# 2] 지표수의 약 70%가 오염되어 있는 인도


깨끗한 물의 중요성은 인도의 산스크리트 경전이나 구약성경에서도 언급된다. 기원전 15세기경에 만들어진 이집트 벽화에서는 물을 정화하는 원시적인 형태의 정수기가 발견되며, 물을 끓이거나 모래나 자갈 등에 통과시키는 정수 방법 또한 이미 수천 년간 인류와 그 역사를 같이해왔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460-354 B.C.) 역시 인간의 질병이 물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연 상태의 물을 정수해서 마셔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 시대와 그리스 시대에서 수천 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인도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렇지 못하다.


인도가 급격하게 도시화 및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인도 전역의 수질도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인도의 지표수 중 약 70%가량은 너무나 오염이 심해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을 정도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4만 톤에 달하는 하수가 강으로 흘러드는데 이 중에서 극히 일부만이 제대로 된 하수처리를 거치기 때문이다. 오염된 물로 인한 공중 보건 분야 피해 - 예를 들어 질병 치료비용 등 - 규모만 매년 67억 달러(8.7조 원)에서 87억 달러(11.3조 원)에 이른다.  오염된 물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하는 5세 이하의 어린이 숫자가 인도에서만 매년 11만 명이 넘는데, 안타깝게도 주로 농어촌 지역에 몰려있다. 이쯤 되면 인도 정부가 수질오염을 공중보건의 해치는 최대의 적이자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규정하여 조속하고 과감한 대책을 세워서 실행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 3] 인도 북중부 상황으로 살펴본 인도의 수질 오염


쿰브 멜라(Kumbh Mela)라는 힌두 축제가 있다. 인도 북중부에 있는 4개 도시에서 돌아가며 열리는 행사인데, 2019년 행사는 알라하바드(Alahabad)라는 도시에 개최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에 열린 행사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2019년 2월 초에 알라하바드를 방문하여 강에 몸을 담그고 죄를 씻어달라는 기원을 올렸다. 힌두교도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갠지스강 유역에서 6년 만에 열리는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이었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강에 몸을 담그는 행사를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물의 오염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쿰브 벨라 축제 개시와 함께 발표된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환경보전 위원회(Uttar Pradesh Pollution Control Board)의 보고서에 따르면 갠지스강 상류 및 하류 모두 목욕에 부적합할 정도로 오염되어 있으며, 특히 대장균의 농도가 목욕에 적합한 한도를 약 40배가량 초과하고 있었다. 대장균이 이렇게나 많이 발견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과 짐승의 인분이 그대로 강물로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환경법원(National Green Tribunal)은 “우타르 프라데시 주정부가 산업계와 사실상 공모(共謀)하여 주요 하천의 오염을 고의적으로 방치했다”라고 판단하고 4천만 루피(약 7억 2천만 원)의 벌금을 주 정부에게 부과했다.


물론 우타르 프라데시 주정부도 할 말은 많이 있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8년 12월부터 갠지스강 유역에서 영업하던 400개가 넘는 염색 공장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갠지스강으로 각종 하수가 유입되는 약 200여 개의 지점에 모니터링 요원을 꾸준히 파견하여 불법적인 하수 방류를 감시해왔었다. 2019년 행사를 대비해서 3개의 하수처리장을 신규 건설하여 알라하바드시 전체의 하수처리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 수질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도시가 설치한 공식적인 상하수도망 밖에서 주민들이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퍼올리고 공업용 및 생활하수를 방류하는 것들이 통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갠지스 강이 갖는 정치적 종교적 의미가 워낙에 크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우타르 프라데시처럼 갠지스 강 유역에 위치한 주정부에서도 갠지스 강의 정화에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다. 실제로 나렌드라 모디가 집권한 이듬해인 2015년에 ‘갠지스강 정화를 위한 국가 미션(The National Mission for Clean Ganga)' 사업이 승인되었고 예산으로는 2,630억 루피(4조 7천억 원)가 배정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가량이 지난 2019년까지 예산 배정액의 불과 25%만이 실제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배정된 예산의 1/4밖에 사용되지 않을 정도로 환경보호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체들을 단속해야 한다. 기업체들에게 추가 비용을 들여 환경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나 설비를 도입하도록 강제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엄하게 단속해야만 한다. 하지만, 기업체들이 납부하는 크지 않는 법인세에 주정부 재정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환경보호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산업계를 압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 보니 불가촉천민들이 주로 종사하고 있고 유권자들의 뇌리에도 ‘공해산업’이라는 인상이 가장 강하게 뿌리 박힌 염색공장만 못살게 구는 것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만만한 놈’만 때리고 있는 것이다. 인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갠지스강의 상황이 이 정도인데 나머지 하천들의 상황은 안 봐도 불 보듯이 뻔하다.




[# 4] 코로나 사태 이후 인도의 수질은...


2020년 이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사태 또한 인도의 수질 개선에 악영향을 미쳤다. 인도 중앙환경보전위원회(Central Pollution Control Board)의 추산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전에도 인도에서는 이미 매일 615톤에 달하는 의료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하루 평균 130톤이 추가로 발생했다. 제대로 된 고체폐기물 처리시설조차 부족한 인도에서는 새롭게 발생한 폐기물을 그저 쌓아놓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발생한 침출수가 크고 작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얼마나 많은 오염을 일으켰는지 알 수도 없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가 가장 극성을 부리던 2021년 5월을 전후해서는 제대로 화장되지 않은 수백여구의 시신이 갠지스 강에 버려지는 끔찍한 일도 있었다. 인도 전역에서 하루 사망자만 40여만 명에 이르면서 화장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화장을 포기한 유족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시신을 갠지스강에 유기한 것이다. 제대로 된 화장은 못 했지만 ‘성스러운 강’에 시신을 떠내려 보내는 것만은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도에 살다 보면 인도인들이 가진 ‘깨끗함’과 ‘더러움’의 개념이 우리의 그것과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에 가끔 놀라게 된다. 예를 들어, 지금도 상당수의 인도인들은 스푼이나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식사를 한다. 이들은 스푼이나 포크가 ‘더러울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음식을 떼어서 입에 넣는다. 이들이 말하는 ‘더러움’은 실제로 스푼이나 포크가 제대로 씻기지 않았을 가능성은 물론이고 자신보다 낮은 카스트가 스푼이나 포크를 만졌을 위험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쿰브멜라 축제를 포함하여 강물에 단체로 몸을 담그는 행사를 진행하고 나면 강물 속의 대장균이 최대 130배가량 폭증하고 오염도가 높아진다는 연구는 잊을만하면 발표되곤 한다. 


하지만 그때 잠시 인도인들의 관심을 받을 뿐이다. 우리와 같은 외국인의 눈에는 사람과 짐승의 배설물이 뒤섞여서 끔찍할 정도로 오염되어 있는 강물이지만 인도인들의 눈에는 자신들의 죄를 씻어줄 ‘성스럽고 깨끗한 물’이다. 몸을 안 담글래야 안 담글 수 없다. 안타깝지만 종교적 믿음과 풍습이 환경 개선을 향한 정부의 정책의지 부족과 겹치면서 인도의 수질오염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성(聖)’과 ‘속(俗)’, 정결과 오염이 혼란스럽게 뒤죽박죽 되어 있는 인도에서는 인간 생존에 가장 기본적 요소인 물의 질을 개선하는 길조차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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