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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Dec 10. 2022

인도가 세계에 선물한 것들...

세계는 인도에게 무엇을 빚졌나?

14억에 달하는 수많은 인구와 세계 6위권의 경제 대국인 인도는 거의 오천 년에 달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인더스 문명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음식과 종교를 만들어가며 인도는 세계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인도가 세계에 선물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수천 년의 인류 역사에서 인류 전체가 인도에게 빚진 것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 1] 숫자 '0'을 인류에게 선물한 인도


우선, 한 가지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0'의 개념(즉, 無 또는 empty)을 처음 생각해낸 것은 인도인들이 아니다. ‘없음’ 또는 ‘존재하지 않음’이라는 개념은 수메르인이나 바빌로니아인들이 남긴 기록에서도 발견된다. 그렇다면 인도인들은 정확하게 어떤 것을 생각해낸 것일까? 고대의 사람들은 비슷한 숫자를 구분하기 위해 빈칸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정작 55라는 숫자가 애매한 간격으로 띄어쓰기 되어 있으면 도대체 이게 55인지, 550인지, 505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원후 6세기경에 인도에 살았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아리야바타(Aryabhata)는 ‘없음’ 또는 ‘존재하지 않음’이라는 개념을 숫자 체계 안으로 편입시켰다. 그가 제안한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숫자가 비어있는 곳에 작은 점을 찍자는 것이었다. ‘무(無)’ 즉, 비어 있던 자리에 ‘어떤 것(有)’을 넣어 보자라는 혁명적인 발상을 한 것이다. 이제 인류는 ‘5·5’와 ‘55·’을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약 100년이 지난 기원후 7세기에 인도 수학자 브라마굽타(Brahmagupta)가 자릿수(positional number)로서의 0에게 'sunya(힌디어로 ‘없음’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없음’을 의미하는 숫자에게 제대로 된 ‘이름’까지 생긴 것이다. 현대의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아라비아 숫자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이후 인도의 숫자 시스템은 인도와 교역을 하던 무역상들을 통해 아랍으로 넘어갔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 시스템이 되어 전 세계에 퍼진다. 가장 작은 숫자인 0이 어느 자릿수로나 사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인도인들은 수학과 과학이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가장 작은 수인 0을 무수히 반복하면 얼마든지 큰 수를 표기할 수 있다. 가장 작고 단순한 0과 1만으로 구성된 이진법을 통해 인류는 컴퓨터를 발명했고, 우주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인도에서 만들어진 가장 작은 발명이 인류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된 것이다.




[# 2] 인류에게 선사한 지적 유희의 최고봉 : 체스


동아시아인들이 즐기는 최고의 지적 유희라면 바둑을 꼽을 수 있고 서양인들이 즐기는 최고의 유희라면 단연코 체스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뜻밖에도 인도에서 유래했다. 기원후 약 6세기경 인도에서 유행하던 차투랑가(Chaturanga)라는 게임이 현대 체스의 원형인데, 4명의 경기자가 각각 한 개씩의 왕, 비숍, 기사, 루크 그리고 4개의 폰을 갖고 두 명씩 연합하여 64개의 정사각형 위에서 싸우는 게임이었다. 현대 체스와 매우 유사하다. 이후 아라비아를 거쳐 페르시아와 유럽으로 퍼져 현재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게임이 되었다.   

차투랑가 게임.. 현대 체스 게임의 원조이다.


체스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이 어렸을 때 최소한 한 번은 해보았을 유명한 ‘뱀 사다리 게임(Snake and Ladder)’도 원래는 인도에서 만들어진 목샤 파탐(Moksha Patam)이라는 게임에서 유래했다. ‘목샤’라는 단어는 ‘해탈’을 의미하는 힌디어로서 단순히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혼의 타락을 경계하고 해탈에 이르기를 기원하는 상당히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게임이다. 1890년경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인들을 통해 서양에 전해졌고 이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서양 윷놀이라 할 수 있는 루도(Ludo) 게임의 기원 역시 현재에도 인도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파치시(Pachisi)라는 인도 게임에서 찾을 수 있다.


뱀 사다리 게임... 이 역시 인도가 원조이다.


[# 3] 인류의 건강도 걱정한 인도 : 요가와 아유르베다


요가의 시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많다. 일부 학자들은 기원전 2,500년경에 존재하던 인더스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지만, 요가라는 말이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대략 기원전 600년 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명상의 방법이자 종교적이고 영적인 수행의 방법 중 하나인데 사람의 정신과 신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서남아시아는 물론 이제는 서양으로도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이 요가를 통해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UN에게 제안하여 2015년부터는 하지(夏至)인 6월 21일이 세계 요가의 날로 정해졌고, 인도에서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앞장서서 요가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인도식 한의학이라 할 수 있는 아유르베다 역시 요가만큼이나 그 기원을 정확히 찾기 어렵다. 기원전 6세기경에 그때까지 전해오던 인도의 온갖 전통의학이 집대성되면서 체계화되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유르베다는 장수를 뜻하는 ‘아유스(ayus)’와 지식을 뜻하는 베다(veda)가 합쳐진 말로 인도의 전통의학을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스파나 마사지와 동의어로 이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양의 한의학과 맞먹을 정도의 유구한 역사와 방대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현대에 들어 서양의학이 많이 보급되면서 아유르베다가 가진 비과학적이고 비위생적인 면들이 많이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도 현대 의료기술이 닿지 않는 인도나 네팔 등지의 농어촌에서는 아유르베다에 의지하는 환자들이 많은 실정이다.


[# 4] 세계 유수의 IT 기업을 이끄는 인도인들


정보통신 분야에서 인도가 세계에 기여한 업적 또한 눈부시다. 간편하게 대용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USB(universal serial bus), 이메일의 폭발적인 대중화를 가능하게 한 hotmail, 전 세계의 정보통신 혁명을 불러일으킨 광통신(fiber optic) 모두 인도인이 직접 발명하였거나 발명에 큰 기여를 했다. 게다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웬만한 IT 기업의 CEO에 인도인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순다르 피차이(구글), 사티야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아빈드 크리슈나(IBM), 샨타누 나라엔(어도비) 같은 사람들이 그러한 경영자들이다. 이렇다 보니 현대 인도의 가장 큰 수출품은 바로 세계적인 경영자들이라는 농담 같은 진담이 유행하는 것이다. 유창한 영어 구사능력, 다민족, 다문화 사회에서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유연하고 포용적인 태도, 성공을 바라는 집요한 의지까지 겸비한 이들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수천 년 전에 인류에 기여했던 것처럼 지금의 인류에게 더 나은 기술과 제품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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