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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Mar 08. 2023

아다니... 졸지에 주총 180조 원이 사라지다 (1)

인도 주식시장은 물론 산업계/정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스캔들

2023년 1월 24(화), 뉴욕에 소재하는 공매도 전문 투자기관인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라는 작은 회사가 자사의 홈페이지에 100여 페이지짜리 보고서 하나를 공개했다. 제목을 아주 자극적으로 잘 뽑았다. 


‘아다니 그룹: 어떻게 세계 3번째 부자가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기를 치고 있는가?(‘Adani Group: How the world 3rd richest man is pulling the largest con in corporate history?)’ 


종업원이 10명도 안 되는 회사가 이 보고서를 발표하자마자 인도 최대 재벌 기업의 주가 총액 중 절반이 넘는 1,500억 달러(1,500억 원이 아니다. 1,500억 달러.. 원화로 대충 180조 원이다!!!) 가량이 공중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골리앗이 아주 제대로 나가떨어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1] 자... 일단 몇 가지 기본적인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우선, 공매도가 뭔지부터 좀 알아보자. 일반적인 주식투자는 싼값에 주식을 사서 미래에 비싸게 팔아서 돈을 번다. 하지만, 공매도는 이 것과 반대이다. 비싸게 팔아놓고 나중에 싸게 산다. “이게 무슨 요상스러운 소린가?” 생각되신다면,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오늘은 3월 8일이다. 악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을 6개월 후인 9월 8일에 (예를 들어) 10만 원을 받고 넘기겠다는 계약을 맺는다. 6개월 후인 9월 8일이 도래했는데 실제로 그 기업에 악재가 발생해서 주가가 6만 원까지 떨어졌다면 나는 시장에서 6만 원에 주식을 산 후 당초 계약에 따라 매수자에게 10만 원을 받고 넘길 수 있으므로 4만 원의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다. 현재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미래에 판다는 의미에서 공매도(空賣渡, short selling)라는 말이 유래했는데, 개념을 이해하기 조금 어렵다면 ‘주가가 떨어지면 돈을 버는 투자방법’이라고만 이해해도 충분하겠다.


1937년 5월 3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힌덴버그 비행선 폭발사고


자, 이번엔 힌덴버그 리서치라는 공매도 전문 투자회사에 대해서 알아보자. 여러 가지 주식 투자 방법 중에서 위에서 설명한 공매도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회사이다. (회사 이름은 1937년 5월 6일, 미국 뉴저지 주에서 36명의 사망자를 발생케 한 힌덴버그 비행선 화재사고에서 따왔다. ‘인재(人災)가 더 큰 재앙을 만들어내기 전에’ 공개하여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까놓고 얘기해서 공매도 투자로 돈벌이를 하는 회사이다.) 


2017년 설립 이래 16개 기업에 대한 심층 조사 후에 이들 기업의 주식에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2020년 10월, 당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전기차 트럭 제조회사인 니콜라(Nikola)에 대한 조사 보고서로 일약 명성을 얻었다. 힌덴버그는 니콜라의 창업자인 트레버 밀튼이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다양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는데, 이후의 조사결과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졌다. 가장 대표적이고 코미디 같았던 사실은 언덕길에서 트럭을 굴려놓고는 전기로 주행하는 듯 조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시장에서는 ‘전기 트럭’이 아니라 ‘중력 트럭’이라는 비아냥거림이 한동안 유행했었다.


마지막으로 아다니 그룹과 그 창업자인 가우탐 아다니(Gautam Adani)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우탐 아다니는 1962년 6월 구자라트주의 아마다바드에서 평범한 섬유 유통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이아몬드 유통업의 중심지인 뭄바이에서 다이아몬드 유통업으로 제법 많은 돈을 버는 등 젊은 시절부터 사업수완이 뛰어났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1988년 무역 회사인 아다니엔터프라이즈(Adani Enterprises)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가 현재 아다니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후 자신과 동향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당시에는 구자라트 주지사, 2014년 이후에는 인도 총리)의 비호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조달하여 항구, 공항, 발전소 등 인프라를 건설하고 운영해 왔는데, 최근 2, 3년 사이에 주가가 엄청나게 오르면서 전 세계에서 3번째 부자의 자리에 등극하기도 했었다. 한 마디로 국가 재정이 부족한 인도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가 대신 인프라를 건설해주는 착한 민간 건설업체’인 셈이다. 무일푼에서 시작해 인도 최대의 기업을 일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김우중 회장이나 강덕수 회장과 비슷한 면이 있다. 물론 이 두 인물에다가 정경유착이라는 토핑(topping)을 듬뿍 얹어야만 아다니 회장으로 변신 가능하다.


왼쪽이 가우탐 아다니 회장, 오른쪽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


[# 2] 힌덴버그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힌덴버그 보고서의 주요 주장은 대략 서너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① 첫째, 아다니 그룹은 모리셔스를 포함한 다양한 조세회피지역에 역외펀드(off-shore fund)를 설립한 후 이들 회사가 아다니 그룹 관련 주식 가격을 조작했고, 

② 둘째, 이렇게 부풀려진 주식 가격을 근거로 자사주를 금융기관에게 제공하고 막대한 부채를 끌어왔으며, 

③ 셋째, 이렇게 도입한 부채 규모가 회사의 사업성과에 비해 과도하고, 최근 2, 3년간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주가(株價)는 최대 85% 이상 하락해야만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④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아다니 그룹은 회계부정, 주가조작, 증권법 및 외환관리법 위반, 탈세, 자금세탁 등 다양한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였다. 


힌덴버그는 약 2년에 걸친 치밀한 조사를 거쳐 보고서를 완성했으며, 자신들은 아다니 그룹 주식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공표했다. 


인도의 증권거래법상 아다니의 주요 계열사처럼 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의 경우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은 총 발행주식의 7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힌덴버그 보고서의 주장에 따르면, 아다니 그룹과 총수 일가는 동 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모리셔스 등 조세회피 지역에 역외펀드를 만들고 이들이 시중에서 거래되는 25% 중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주식거래를 통해 주가 부풀리기에 나선 후 해당 가격을 근거로 대출받은 거액을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타 계열사에 대여하는 방식을 지속해 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다니 그룹의 지주회사인 Adani Enterprises를 포함하여 대표적인 7개 계열사의 주가를 분석해 본 결과, 이들은 최근 3년간 최대 20배 이상 주가가 상승(예 : Adani Total Gas)하는 등 급격한 가격 변화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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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다니... 졸지에 주총 180조 원이 사라지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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