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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Mar 12. 2023

아다니... 졸지에 주총 180조 원이 사라지다 (3)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조지 소로스까지 등장하는 희극으로 바뀌다

[# 4] 국회의장님!!! 제발 ‘호형호제(呼兄呼弟)’를 허락해 주소서...


아다니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업이다. 1988년에 현 회장인 가우탐 아다니가 창업한 기업으로 자수성가해서 성공한 인도 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다. 오죽하면 힌덴버그 보고서가 나오자 마힌드라 기업의 총수인 아난드 마힌드라는 아다니 사태를 인도 경제에 대한 음모론이라고 제멋대로 규정하고는 대뜸 ‘인도에 대항하여 도박을 걸지 마라(Never, ever bet against India)’라는 국뽕 가득한 뜬금포 트윗(twit)을 날렸겠는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인연 덕분에 아다니가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짐작하는 사실이지만 이에 대해서 인도인들은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방 안에 있는 코끼리"...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언급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를 일컫는 표현...

*** 2014년 총리 선거 운동 당시 나렌드라 모디 당시 후보는 아다니가 제공한 아다니 그룹의 전용제트기를 타고 인도 전역을 누비고 다니며 선거 유세를 했고 이는 인도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모디가 총리에 취임한 이후 아다니 그룹이 중요한 인프라 입찰에 나설 때 마다 인도 정부는 알아서 입찰 조건을 아다니에게 유리하게 바꿔주었고, 인도 경찰들은 알아서 경쟁기업에게 온갖 종류의 혐의를 뒤집어 씌워 압수수색을 해줬다. 물론 입찰 조건 변경과 경쟁사에 대한 수사 착수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쉽지 않다. ***


오히려 온갖 역경을 뚫고 고속성장의 길에 들어선 인도 경제의 발자취와 아다니 기업의 성장의 발자국을 동일시하면서 인도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민족기업’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아다니의 성공이 곧 인도 경제의 성공이고 이것이 곧 힌두교도들이 잘 먹고 잘 사는 힌두트바(Hindutva, 힌두교 우월주의 사상)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렇다 보니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보수주의 색채의 집권세력인 인도인민당(BJP)와 쿵짝이 가장 잘 맞는 인도재벌이기도 하다.




인도 제일의 인프라 기업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는데 인도 정치권이 가만히 있으면 이상할 것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아다니와 모디 총리의 유착관계를 밝히라는 요구, 인도의 증권감독국(SEBI)는 여태까지 뭐하고 있었냐? 집권당 무서워서 눈치보느라 아다니 그룹의 주가조작 의혹을 조사 안하고 있는거냐? 라면서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70%를 훌쩍 넘나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있는 집권 BJP는 크게 당황하지 않는거 같다.


인도 야당 소속 Mahua Moitra의원이 모디 정부와 아다니 그룹의 유착의혹을 제기하며 연설하고 있다. 


의회에서 야당이 아다니와 모디를 연결시키는 발언을 할 때 마다 BJP 소속 의원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고함을 지르면서 야당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는데 국회의장은 BJP 소속 의원들의 소란을 제지하기는커녕 야당 의원에게 ‘시간 내에 발언이나 빨래 끝내라’라며 독촉한다. ‘아다니’라는 이름을 의회 발언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지한 것도 모자라 의회 속기록에서 아다니라는 이름이 모두 지워진 것이 언론의 보도를 통해 밝혀졌고 허탈해진 야당 의원들은 강력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국회의장의 제지 때문에 야당인 Trinamool Congress 소속 Moitra의원은 아다니를 아다니라 부르지 못하고 대정부 질문 내내 Mr. A라고 칭하면서 연설을 마쳤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의 슬픔이 21세기 인도 의회에서 되풀이 된 것이다.


야당 대변인이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법원의 판결로 풀려나고 있다


제1야당인 의회당(Congress Party)의 대변인은 기자회견중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나렌드라 가우탐 모디’라고 칭했고, 이에 화가 난 BJP는 그를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받은 경찰은 득달같이 달려가 인디라 간디 공항에서 그가 탑승한 국내선 비행기를 정지시키고는 그를 끄집어 내리는 코메디 같은 상황을 연출했고 이런 모습은 전국에 그대로 중계되었다. 한마디로 아다니라는 이름이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역린( 逆鱗)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역시 힌덴버그 보고서가 발표된 지 한 달이 넘도록 아다니의 ‘아’자도 입에 담지 않고 그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인도인 모두가 방안에 들어와 있는 커다란 ‘코끼리’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코메디중에서도 최상급 코메디가 펼쳐지고 있다.


모리셔스에 만들어진 역외펀드들


그렇다면 실제로 아다니 그룹은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차입금을 끌어왔는가? 심증은 있지만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힌덴버그 보고서에서 언급한 대로 모리셔스에 위치한 역외펀드의 대부분은 보유 자산중 작게는 89% 많게는 100%가 오로지 아다니 그룹사 주식이다. 게다가 이들 펀드는 모두 1개의 지주회사 소속이다. 수상한 냄새가 아주 솔솔 풍기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경제평론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폐쇄적이고 가족중심적인 인도 기업 중에서 아다니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한 기업이었다’면서 ‘주가 조작’ 보다는 ‘의결권 보호’ 즉, 기업 전체에 대한 통제력 유지 차원에서     역외펀드를 운영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이 모든 역외 펀드는 가우탐 아다니의 친형인 비노드 아다니가 설립하고 직접 운영에 관여했다는 것이 힌덴버그의 주장이기도 하다




[# 5] 아니 왜 형이 거기서 나와?... 갑자기 등장한 조지 소로스


힌덴버그 보고서가 발표된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아다니의 주요 상장사중 일부는 실제로 힌덴버그가 주장한 85% 가량의 가치 하락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등장한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이다. 그는 2020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힌두 국수주의 국가(Hindu nationalist state)’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는데, 2023년 2월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컨퍼런스(Munich Security Conference)’에서 ‘모디 총리와 아다니는 밀접하게 연결된 동료(close allies)로서 그들 둘의 운명은 연결(intertwined)되어 있다’고 발언하면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직접 공격했다. 아다니가 망하면 모디의 정치 생명도 끝날거라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지만 그 나라 지도자는 민주주의자가 아닌거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뮌헨안보컨퍼런스에 참석한 소로스

인도 언론들은 다시 한번 벌집 쑤셔놓은 듯 했다. 소로스가 1992년 영국의 파운드에 대한 공격을 통해 영란은행을 털어먹은 것부터 시작해서 옛날 일을 다 끄집어내어 그를 악마로 묘사하는데 열을 올렸다. ‘인도의 경제가 성장하니까 소로스 같은 투기꾼이 인도를 상대로 싸움을 걸고 있다’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가 탐욕스러운 투자가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시진핑 및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같은 ‘문제적 인물’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해온 자선가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시진핑이나 에르도안 대통령과 같은 레벨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고 있다.


뉴욕에 소재한 작은 공매도 투자회사가 던진 돌멩이로 인도라는 연못에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애써 그 현실을 외면하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다니에 대한 공격은 인도에 대한 공격이라도 되는 듯 민감하게 반응한다. 식민지 시절부터 뼛속 깊이 새겨진 서구 세계에 대한 열등감이 불쏘시개가 되어 ‘화르륵’ 불타오르고 있는 모양새이다. 여기에 소로스라는 ‘국경없는 투기꾼’까지 가세하면서 아다니 사태는 점점 더 등장인물이 많아지고 내용도 흥미진진해져 가고 있다. 인도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정재계 거물들이 등장하는 이 우스꽝스럽고 코믹한 벌레스크(burlesque) 연극은 언제 어떻게 끝을 맺으려나?


결국에는 호형호제를 허락받은 홍길동에게 물어봐야 하나? 아니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


* 이 글은 편집을 거쳐 딴지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s://www.ddanzi.com/ddanziNews/766179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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