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의 눈높이에서 전하는 현실적인 조언들...
몇주전 첫째 딸 호비가 학교 홍보대사로 선발되었다. 각 학년별로 몇 명씩 뽑힌 홍보대사들의 가장 중요한 일은 학교에 새롭게 전학 오는 학생들의 적응을 도와주는 일이란다. 금년 가을학기에 새롭게 전학 올 학생 두어 명이 호비에게 배정되었는데, 이 친구 중 하나(이름을 보니 한국 학생이다)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 이번 여름방학에 뭘 준비해야 할지를 물어왔다.
올해 10학년을 마치는 호비에게 배정된 그 학생은 이번 가을에 10학년을 새롭게 시작하는 학생이란다. 바로 1년 선배가 전학생에게 학교 적응 꿀팁을 전해줄 수 있도록 학생을 배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저께 저녁 호비가 그 학생에게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지를 나와 자기 동생(현재 9학년 재학 중)에게 물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나누었고, 어제 호비가 그 학생에게 답장을 보냈다.
호비에게 양해를 구하고 호비가 그 학생에게 보낸 편지를 그대로 브런치에 싣기로 했다. 편지 속 이름만 삭제하고 원문을 거의 그대로 옮겼으며,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파란색으로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중학교 고학년이나 고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국제학교에 전학시켜야 하는 부모님, 그리고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
안녕 OO야!
일단 여름방학 동안 10학년을 준비할 때, 영어에 가장 집중하는 것을 추천해. 영어 수업은 누구에게나 다 어렵거든. 9학년도 마찬가지고 10학년도 마찬가지고 영어 수업시간에 셰익스피어 작품 하나는 꼭 읽고 그 작품에 대한 에세이를 써. 예를 들어, 지금 9학년에 있는 내 동생은 Romeo and Juliet를 읽었고, 10학년에 있는 나는 Macbeth를 읽었어.
어떤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을지는 매년 바뀌지만, Romeo and Juliet, Macbeth , Midsummer night's dream 이 세 개는 Sparknotes라는 사이트에서 등장인물, 줄거리, 주제를 꼭 파악하고 오는 것이 좋아. 내 친구는 Macbeth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왔다가 책 하나도 이해 못해서 많이 힘들어했거든.
* 일단, 가장 먼저 명심해야 할 사항은 '국제학교 영어 시간에는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라는 역설적인 사실이다. 국제학교 영어시간에는 '영어로 쓰인 문학'을 가르친다. 이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 학교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국제학교의 경우 보통 8-10학년 영어시간에 고전작품(고대 그리스나 로마 또는 길가메시 같은 고대 신화), 셰익스피어의 연극, 시(근대 또는 현대시), 그리고 현대 소설 작품 등을 골고루 읽는다. (원어민 학생들을 포함해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하는 2개의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코 '셰익스피어'와 '시'이다.
* 대개 중학교 고학년이나 고등학교 저학년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 중 그나마 조금 짧고 철학적인 깊이가 그리 깊지 않은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밤의 꿈, 십이야, 맥베스 등의 작품을 읽는다.
수학이나 과학은 사실상 준비는 별로 필요 없어. 여기는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니고 천천히 꼼꼼하게 나가는 편이어서 어려움은 별로 없을 거야. 이미 알 수도 있겠지만 여기 학생들은 다 같은 계산기를 써. 이 계산기가 IB 전문 계산기인데, 무조건 이 모델명으로 가지고 있어야 해. 학교에서도 팔기는 하는데, 한국이 더 저렴해서 이번 여름에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내가 정확한 계산기 모델명과 사진을 첨부할게.
* 보통의 경우, 학교에서 아예 IB 시험용 계산기를 지정해서 해당 계산기만을 사용한다. 입학 전 학교에 문의하면 자세한 모델명을 알려준다.
역사는 한국에서 배우는 역사와 많이 달라. 역사를 제2의 영어라고 생각하면 돼. 일 년 내내 에세이를 다섯 개 정도 쓰는데, 자료 조사를 다 우리가 해. 이 과목이 가장 자율적이지만 그만큼 처음엔 많이 어렵지. 하지만 미리 준비해 갈 수가 없기에 도착해서 선생님한테 차근차근 물어보면서 배우면 돼.
학교 생활 팁을 주자면, 처음 왔을 때에는 힘들겠지만 외국인 친구를 만드는 게 중요해. 학교에 한국인 정말 많거든... 근데 대부분 다 몰려다녀서 한국어가 꽤 자주 학교에서 들려. 한국인들끼리 다니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야. 단지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면 영어도 회화도 훨씬 빨리 늘고, 선생님들도 그런 학생을 더 좋게 평가해.
* 한국학생들끼리 주로 몰려다닌다는 것을 선생님은 물론 외국학생들도 다 알고 있다. 둘째 딸 호지가 처음 학교에 등교했던 날, 호지를 맞이하러 온 홍보대사(외국 아이였다)는 10분도 안 되는 짧은 설명을 건성으로 마치더니 '너는 어차피 한국 학생들하고 몰려다닐 거니까 너를 한국애들 그룹에 소개해 줄게'라고 이야기하고는 쌩하니 가버렸단다. 호지는 당연히 기분이 엄청 나빴다고 한다...ㅎㅎ
* 참고로, 첫째 딸 호비와 둘째 딸 호지는 지금의 학고에 오기 전에 약 6년간 프랑스 학교에 다녔었기 때문에 외국 친구들을 사귀는 거에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한국학교만 다니다가 처음으로 국제학교에 오는 학생들이라면 당연히 부담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처음 몇 주 동안 한국 학생들과 주로 어울리느냐, 아니면 적극적으로 외국 학생들과도 사귀느냐가 그 학생이 학교에 머무르게 될 전체 기간 동안의 교우관계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은 수업시간에 참여하는 태도를 많이 보여야 해. 발표도 최대한 많이 하고, 또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한테 수업 도중에 물어보거나 아니면 끝나고 물어보는 게 좋아. 여기 선생님들은 자기를 많이 찾는 아이들을 되게 좋아하시거든. 많이 메일을 보내거나, 질문을 하거나, 발표를 할수록 선생님이 점수 주시는 것에 대해 더 관대해지시고 점수를 더욱 잘 주셔.
여기까지가 나의 팁들이고, 언제든지 학교 대해 궁금한 점 있으면, 메일로 보내!
혹시 인스타해? 인스타로 연락하는 게 더 편리하면, @(호비가 자기 인스타 주소를 적었다. ㅎㅎ)로 물어봐도 되고. 내 여동생이 너랑 같은 학년인데 동생한테 바로 물어보는 게 나으면 @(호지의 인스타 주소도 적었다. ㅎㅎ), 여기로 물어봐도 돼!
* 역시나 '요새 아이들' 사이에서 대세는 인스타그램인가 보다...ㅎㅎ
내가 쓴 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쭉 살다가 해외로 온 게 처음이면 많이 두렵고 떨릴 수도 있지만, 여기 학교 다 금방 적응하더라고! 재밌게 보낼 수 있을 거야.
해외로 살러 온 게 처음이 아니라면, 기대해도 좋아!
그럼 이만..
*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