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주로 해외주재원으로서의 생활을 담은 에세이를 브런치에 쓸 겁니다. 하지만, 가끔은 국제학교로 전학온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이 학교 상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좀 실용적인(?) 글도 쓰고자 합니다. 저희 가족의 적응 경험이 다른 한국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일단, 앞으로 제가 쓸 몇 편의 글은 8학년에서 10학년(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고학년에서 고등학교 저학년)에 국제학교로 전학 오게 된 학생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에서 쭈욱 중고등학교를 다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거창한 교육학 이론 이런거 전혀 없구요, 당장 내일모레 국제학교로 전학와서 영어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 떨어진 중고등학생 자녀분들과 부모님이 즉시 활용 가능하신 팁 위주로 적어봤습니다.
미리 강조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저는 교육전문가도 아니고, 입시 전문가는 더욱더 아닙니다... 다만, 지금 인도 뉴델리에 있는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제 두 딸의 국제학교 적응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현장 경험 그대로의 날 것 같은 생생한 정보'를 전달해드림으로써, 다른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국제학교에 전학 온 학생들 특히, 그전까지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 없이 처음으로 8, 9, 10학년으로 국제학교에 오게 된 학생들이 영어에서 겪는 어려움은 고통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매우 심한 편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로, 영어라는 외국어를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것 자체에도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둘째로, 국제학교의 영어 수업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 맞습니다. 영어 수업시간에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고요. 그럼 뭘 가르치냐고요? 영어로 쓰인 문학을 가르칩니다. 영어로 쓰인 소설, 시, 희곡을 읽는 문!학!수!업!을 합니다. 이걸 절대로 잊으시면 안 됩니다.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문!학!수!업을 한다는 걸 말이죠.
자... 여기서 첫 번째 팁 나갑니다.
바로, 국제학교 영어 수업의 전체적인 구조를 먼저 이해하자...입니다
보통의 경우 국제학교 영어수업은 다양한 문학작품을 일년 내내 다루게 됩니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1) 고전문학 작품 하나, (2) 셰익스피어 희곡작품 하나, (3) 근대 또는 현대 시, (4) 근대 또는 현대 소설로 크게 카테고리를 분류한 후 이들의 순서를 적절히 배치하여 unit을 구성하고 이 unit들을 수주 동안 가르치고 다음 unit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1년이 지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고전 문학작품으로는 '길가메시'를 배운 후, 그 다음 unit에서는 셰익스피어 희곡으로는 맥베스, 그 다음 unit에서는 위대한 갯츠비 소설을 배우고... 말하자면, 이런 식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특정 unit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도 합니다. 각 unit에서 문학 작품 하나를 통째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습니다.
평가 방법은 학교나 선생님마다 다르기 때문에 딱 잘라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대부분 한 unit이 끝날때마다 읽었던 작품에 대한 문학비평 에세이를 쓰고 그 에세이로 평가를 받습니다. 영어 작문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서 드러나는 거죠. (물론, 문학비평 에세이가 아니라 문학작품 내용을 현실에 접목시킨 argumentative essay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대한 갯츠비'를 다 읽고 나서, 그 작품에서 작가는 무슨 주제를 드러내고자 했는지, 그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어떠한 문학적 장치(literary device)를 사용했는지, 사용된 문학적 장치들은 어떠어떠한 측면에서 작가의 주제 전달을 도와줬는지... 등등을 논리정연하게 써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각종의 문학적 장치들, 직유, 은유, 의인화, 두운, 각운 등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언젠가 이러한 문학적 장치에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글을 한편 쓰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외국인 학생은 물론이고 원어민 학생조차 가장 어려워하는 바로 그분, the Bard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셰익스피어는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한 학년에 반드시 한 작품은 읽고 지나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한 작가입니다(저 궁서체로 다섯 번 썼습니다!!). 영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워낙에 대단하니 어쩔 수 없죠.. 문제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원어민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어렵다는 겁니다. 1600년대 영어로 쓰인 작품인데 쉬우면 이상한 거죠.
대개의 경우 저학년(예를 들어, 8, 9학년)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 중 철학적 깊이가 그리 깊지 않은 작품들을 주로 다룹니다. 예를 들어, '한여름밤의 꿈', 또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작품이죠. (참고로 둘째 딸 호지가 9학년 때 '로미오와 줄리엣' 배웠습니다.) 학년이 올라가서 9, 10학년에서는 조금은 수준이 높아져서 맥베스 같은 작품을 다루게 되고요, 11, 12학년(IB과정이 있는 학교에서는 IB과정이 되겠죠..)에서는 좀 더 수준이 높은 리어왕, 햄릿, 또는 흔하지는 않지만 줄리어스 시저를 가르치는 학교도 있다네요.
따라서, 여기서 두 번째 팁 나갑니다...
학생이 진학하게 될 학교에 있는 다른 한국 학부모하고 연락이 되시면 가장 먼저 영어 수업 구성에 대해서 정보를 요청하세요. 특히, 셰익스피어 작품 뭐를 읽었는지를 좀 알아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에 그런 정보를 알려줄 만한 한국 학부모를 못 찾으셨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정답을 모르니 찍어야죠. 아이들이 입학할 학년에 맞춰서 셰익스피어의 주요 작품에 미리 좀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1) 출국날짜가 얼마 안 남으신 경우라면 : 민음사나 주요 출판사에서 번역해서 발간한 작품들(제가 위에 적어드린 '한여름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맥베스', '리어왕', '햄릿', '줄리어스 시저' 정도...)을 꼭 사셔서 읽어보세요. 문고판이라 분량도 얼마 안 되고요, 값도 쌉니다. 이런 데서 쓸데없이 돈 아끼지 마세요. 한번 사두시면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두고두고 크고 작은 도움이 됩니다.
제 첫째 딸 호비와 같은 반이었던 한국 학생 한 명은 맥베스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맥베스와 맥더프도 구별하지 못하고 엄청나게 고생하다가 그 unit을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등장인물이 누군지도 구별 못했으니 그 작품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에세이를 썼겠어요? 안 봐도 비디오죠.ㅠㅠ
(2) 출국날짜가 조금 여유가 있으시다면 : Sparknotes 사이트의 도움을 받기를 적극 권장드립니다. 외국학생들은 물론 원어민 학생들도 극찬하는 최고의 학습보조 사이트입니다. 회원가입도 필요 없고요, 내용도 알차고, 가르치는 수준도 상당히 높습니다.
그런 사이트가 있는지도 몰랐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셨다고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다음 편에 그 사이트에 대해서 아주 조목조목 분석하고 파헤쳐서,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활용하실 수 있을지, 국제학교 입학을 앞둔 우리 중고등학생 자녀들의 적응에 도움이 되실지를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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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umbnail photo : William Shakespeare from pixabay.com
-> '국제학교 적응 실전 꿀팁 : 영어(2)'으로 이어집니다. Sparknotes를 활용해서 중고등학생 자녀의 국제학교 적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꿀팁을 정리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