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오십여 명이 세상을 떠난 기구한 사연들..

셰익스피어 연극 속 죽음 : 얼마나 많은 등장인물이 왜, 어떻게 죽었나?

오늘은 '죽음'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아.. 너무 많이 놀라지 마시길... 진짜 죽음이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연극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니 말이다...(^_^;) 주연에게도 조연에게도 공평하게 다가오는 죽음…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그러나 너무 심각하지 않게 다뤄 보련다. 하나하나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이면 그나마 좀 덜 심각하려나? 한번 시작해보자.


첫 번째 질문 : 셰익스피어 작품에서는 등장인물이 총 몇 명이나 죽는가?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37개의 희곡에서는 150여 명의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간다. 셰익스피어 연극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대략 1,220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 150명이 넘게 죽어나가니, 사망할 확률이 10%가 훌쩍 넘는다. 셰익스피어 작품에는 애초에 등장하지 않는 게 무병장수의 첫걸음이라 해도 무방할 거 같다.


셰익스피어는 등장인물의 죽음을 다루면서 (1) 관객에게 직접 보여주는 방식(햄릿 제5막에서 햄릿과 주요 등장인물이 죽는 모습), (2) 죽음 직전까지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방식(무대 위에서는 맥베스가 칼을 들고 던컨왕의 침실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까지만 보여준다...), (3)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의 대사 속에서 '누구누구는 죽었다'라고 전달하는 이 3가지 방식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했다.




자, 다시 사망자 수를 헤아리는 일로 돌아와 보자. 셰익스피어를 '영문학의 거장', '영어로 글을 쓴 최고의 작가' 정도로 알고 있던 사람들은 좀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잠깐만... 150명이라고? 이쯤 되면 이건 영문학의 최고봉이 아니라 '살인'의 최고봉 아니야?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150명 나누기 37개 작품을 계산해보면 작품 한 개당 평균 4명 정도는 꼬박꼬박 죽어나간 거 아니야?'....


하지만,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우선, 셰익스피어가 의사와 상관없이 기록해야만 했던 약 70명의 죽음들이 있다. 바로 그가 집필한 역사극 속의 죽음이다. 셰익스피어는 10여 개의 '역사극'을 집필했다. 그의 역사극(그게 '영국 역사극'이던지 아니면 로마시대를 다룬 연극까지 포함하는 전체 역사극이던지)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실존 인물들이다.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왜곡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전투 중에 용감하게 전사한 왕을 두고 '안 죽었어요~~~'라고 쓸 수는 없었을 테니까..




두 번째 질문 : 그럼, 역사극을 제외하고 셰익스피어의 '창작극'에서는 도대체 몇 명이나 죽나?


자, 역사극 속에서 발생한 75건 정도의 죽음을 제외하면 셰익스피어가 창작한 창작극에서 몇 명이 죽는지 그 숫자가 나온다. 대략 75명 정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희극(comedy)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 않으니 이들 사망자는 대부분 비극(tragedy)에서 등장한다는 것을 독자들은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약 10여 편에 불과한 셰익스피어의 비극들... 그러다 보니, 연극 한 편에서 많으면 10여 명도 넘게, 아무리 적어도 4,5명은 가뿐하게(?) 사망한다. 속된 말로 후덜덜한 수준이다.


여기서, 글을 읽는 독자분 들은 다시 한번 살짝 짜증이 날 수 있다. '아니, 정확하게 74명이면 74명, 75명이면 75명이라고 말해줘야지 ‘75명 정도’라니... 도대체 정확한 숫자는 뭐예요?'..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짜증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죽은 사람의 숫자를 정확히 세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며 양해를 먼저 구해야 할 거 같다. 왜 그럴까?



세 번째 질문 : 셰익스피어 연극 속에서 죽은 등장인물의 수를 정확히 헤아리기 어려운 이유는 뭔가?


우선, '연극 속에서 죽은 사람'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진다.


무슨 소리인지 구구절절 설명하느니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맥베스의 4막 2장에서 레이디 맥더프와 그 아들 한 명이 맥베스가 보낸 자객에 의해서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장인 4막 3장에서 잉글랜드에 머물고 있던 맥더프가 자기를 찾아온 로스에게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데, '나의 모든 아이들은 무사한가?'(IV, iii, 177)라고 묻는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던 로스가 결국은 실토하게 된다. 맥더프의 모든 가족들이 맥베스에게 몰살당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때 로스도 분명하게 말한다.


"당신의 아내와 자식들이 모두 잔인하게 살해당했어요."

로스 : Your wife and babes savagely slaughter'd.


레이디 맥더프의 아들이 한 명만 죽었다고 계산하면 맥베스에서의 총 사망자는 9명(던컨 왕, 경비병 2명, 뱅쿠오, 레이디 맥더프와 아들, Young Siward, 맥베스, 레이디 맥베스)이겠지만, 그 이상 죽었다고 계산하면 10명 이상이 된다는 거다. 애들 아버지(맥더프)가 자기 자식의 수를 헷갈렸을 리도 없고...(*_*) 맥더프의 대사를 기준으로 하면, 아들 1명만 죽은 게 아니고 또 다른 자식이 최소 1명 이상 죽은 거란 말인가?. ㅠㅠ


여기에, 도대체 중요 등장인물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그 사실 관계 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생사가 정확히 안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겨울이야기(The Winter's Tale)'라고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 중 가장 덜 알려진 작품이 하나 있는데, 거기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안티고너스가 연극 중간에 정!말!로! 갑툭튀로... 아무런 사전 경고나 이런 것도 없이 대사를 마치고는 '곰에 쫓겨서' 무대 밖으로 도망간다.


농담이 아니다. 나 지금 매우 진지한 궁서체이다. 실제로 대본에도 "Antigonus : [Exit, pursued by a bear.]"라고 쓰여 있다. 못 믿으실까 봐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드리고자 한다. 사진의 밑에서 10번째쯤 되는 줄을 보시기 바란다.



자, 그럼 이 등장인물은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을까? 아니면 곰과 싸워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나? 하... 잘 모르겠다. 일단, 나의 상식으로는 곰을 만나면 살아남기가 좀 어려울 거 같다. 아마도 곰에게 물어 뜯기고, 앞발에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서...

sticker sticker

흠... 이쯤에서 상상을 좀 멈춰야 할 거 같다.


여하튼, 이러한 여러 가지 기술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셰익스피어 연구자들이 그의 연극 속 등장인물의 사망자 수를 헤아려 봤을 때, 대략적으로 약 75명 정도가 사망했다는 결론에 동의하였다.(^_^;)


결국 셰익스피어 창작극에서 죽은 등장인물이 약 75명 정도(그나마 정확한 숫자에는 이르지도 못함)라는 결론 쓰려고 이렇게 긴 글을 주저리주저리 썼다. ㅠㅠ




마지막 질문 : 셰익스피어 작품 속 죽음을 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자료 없는지?


가끔은 변태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창의적인 서양 친구들이 있다. 셰익스피어 연극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죽는지를 깔끔하고 이해하기 쉬운 그래픽으로 정리한 차트가 있길래 참고로 게시해 본다.


출처 : https://www.litcharts.com/blog/shakespeare/death-shakespeare-characters-died-shakespeares-tragedies/


혹시라도 그림 같은 거는 너무 어지러워서 싫고 엑셀로 깔끔하게 정리된 거 좋아하시는 독자분들이 있으신가? 그런 분들을 위해서 엑셀로 정리된 파이 차트도 찾아냈다. 400년 전 영문학 고전과 엑셀이라는 '최첨단 컴퓨터 프로그램'이 시대를 초월한 절묘하고도 환상적인 만남을 이루었다. 문학과 기술의 아름다운 만남. 한번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출처 : https://www.openculture.com/2016/01/74-ways-characters-die-in-shakespeares-plays-shown-in-a-handy-infographic.html



* 뱀다리 한 개 :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서 죽은 사람들 숫자를 모두 합하면 30명이다. 8(햄릿)+4(오셀로)+9(리어왕)+9(맥베스).. 꽉 채워서 30명이 맞다.~


* 뱀다리 두 개: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등장인물이 가장 많이 죽는 연극은 '헨리 6세, Part 2'이다. 무대 위에서 죽는 사람 10명을 포함해서 모두 18명이나 죽어 나간다.


* 뱀다리 세 개: 역사극이 아닌 창작극에서 가장 많은 죽음이 등장하는 연극은 '타이터스 안드로니쿠스'라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셰익스피어의 초기 비극이다. 몇 명이나 죽을까? 기대하시라. 자그마치, 14명이 죽는다. 박찬욱 감독이 최고의 복수극이라고 극찬했다 한다고 하니, 얼마나 잔인할지는... 이쯤에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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