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장치(Literary devices) 이해하기
저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주로 해외 주재원으로서의 생활을 담은 에세이를 브런치에 쓸 겁니다. 하지만, 가끔은 국제학교로 전학 온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좀 실용적인(?) 글도 쓰고자 합니다. 저희 가족의 적응 경험이 다른 한국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이번 글은 '국제학교 적응 실전 꿀팁 : 영어(3)'에서 이어집니다.
- 짧게 한마디로 대답하면, 문학적 장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영어 수업의 가장 백미라 할 수 있는 에세이 작성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제학교에서 영어수업을 듣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한 개의 unit이 끝나면 essay를 쓰라는 숙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argumentative essay'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몇 주 동안 배운 작품을 문학적으로 분석하는 에세이를 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영어 선생님들이 '언제 언제까지 완성해서 제출해'라는 식으로 무턱대고 에세이 숙제를 내주지 않습니다. 몇 단계를 차근차근 거치면서 학생들과 같이 쓰고 다듬고 다시 고치는 작업을 합니다..
1. 보통 몇 주에 걸쳐 책 전체를 꼼꼼하게 읽고 책에 드러난 주제, 모티브, 각종 인물들은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어떠했는지, 이 작품이 작가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서 정말 폭넓은 토론을 합니다.
2. 그리고는 보통 해당 unit이 끝나기 몇 주전에 학생들에게 예고하죠... 몇 월 며칠까지 몇천 단어 짜리 (또는 몇 페이지 짜리) 에세이를 써야 된다. 친절한 선생님의 경우 주제를 미리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F S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공부했다고 하면
- 주인공 개츠비는 '아메리칸드림'을 성취하였는가? 당신의 의견을 서술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라
- 소설에 등장하는 데이지를 포함한 여성 인물들은 주체적인 여성인가? 의견과 근거를 제시하라
- 소설 속 각종 지명들(이스트에그, 웨스트에그 등등)이 소설의 주제와 어떠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등의 주제를 제시해주고 이중에 마음에 드는 주제로 에세이를 쓰라고 하는 거죠.
3. 선생님에 따라 다르지만, 언제 언제까지는 대략적인 structure를 구성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하시는 선생님도 있고, 도입부(Intro)만 먼저 써서 제출하라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는 본문(body), 또 언제까지는 결론까지 다 작성해서 내야 하고, 마지막 언제까지는 최종 퇴고까지 마친 에세이를 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서너 개의 데드라인을 꼬박꼬박 맞춰가면서 에세이를 써야 합니다.
4. 좀 더 formality에 엄격한 선생님들은 예를 들어,
- 본문은 총 3개의 section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 각 섹션별로 작품의 주제와 부합되게 중요하게 사용된 문학적 장치들을 한두 개 인용하여
- 몇 줄에서 몇 줄 사이로(또는 몇 단어에서 몇 단어 사이로) 작성해라 등등의 세부적인 지시를 하기도 합니다
5. 이쯤 되면 원어민 학생들도 머리가 지끈지끈할 정도입니다. 작품의 주제 파악해서, 선생님이 제시해준 예시 중에서 자기가 마음에 드는 주제문을 고른 후 그 주제문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문학적 장치를 찾아서 에세이를 쓰는 겁니다.
6. 마지막으로 완성되는 에세이를 한두 문장으로 줄여서 요약하자면, '위대한 개츠비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는 강렬한 대조와 은유의 기법을 사용하여 192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던 신흥 부호의 성장과 몰락을 그려냈다' 뭐 이 정도의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 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된 문학적 장치를 꼼꼼히 찾아야 되고, 그 문학적 장치들이 그냥 산발적이고 일회성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주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잘 살펴서 이를 자신의 에세이에 잘 녹여내야 합니다. ㅎㅎㅎ
이쯤 되면 머리가 띵하지 않으세요? 저한테 지금 영어는 고사하고 한국말로 이런 에세이 쓰라고 하면 전 볼펜 집어던지고 그냥 교실에서 나가버릴 겁니다. ㅋㅋㅋ
네.. 아주 많습니다. 구글에서 literary device라고 검색 칸에 쳐보시면 적게는 20여 개, 많게는 40개가 넘는 각종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한한 문학적 장치들을 나름대로 잘 정리한 블로그나 홈페이지가 수십 개 뜹니다. 제가 이 글에서 그걸 일일이 찾아서 되풀이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읽으실 때 주의하실 점을 두세 가지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첫째로 주로 시에 잘 사용되지만 산문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문학적 장치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lliteration(두운), rhyme(각운), assonance(모음압운) 등등은 주로 시에서 많이 사용되며 poetic device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2. 시와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거나 또는 소설에서 주로 사용되는 foreshadowing(복선), anthropomorphism 또는 personification(의인화), simile(직유), methphor(은유), juxtaposition(대립, 병치), hyperbole(과장), dramatic irony(극적 아이러니), allegory(우의, 또는 풍유) 등등도 있습니다.
3.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10여 개의 문학적 장치들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이해해 놓는 게 좋습니다. 예들 들자면
- simile(직유), metaphor(은유), imagery(형상화), symbolism(상징), flashbacks(회상), foreshadowing(전조), motif(모티브, 또는 제재), allegory(우의 또는 풍유), juxtaposition(대립 또는 병치) 등등이 있습니다.
4. 마지막으로 Shakespeare 작품에서 사용된 아주 유명한 몇몇 문학적 장치들을 한번 인용하고 글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몇몇 문장은 워낙에 유명해서 한번 읽어보시면 “아, 기억난다”라는 문장 들일 겁니다.
(1) 햄릿의 제1막 제5장에서 사용된 methaphor(은유)
The serpent that did sting thy father’s life
Now wears his crown. (I.v.39-40)
네 아비의 목숨을 앗아간 뱀이
지금 그의 왕관을 쓰고 있도다.
(2) 맥베스의 제1막 제5장에서 사용된 simile(직유)
Look like th' innocent flower,
But be the serpent under ’t. (1.5.56–57)
겉으로는 순결한 꽃처럼 보이되,
꽃잎 밑에 숨은 뱀이 되세요
(3) 맥베스의 제2장 제2막에서 사용된 allusion(인용)
Will all great Neptune’s ocean wash this blood
Clean from my hand? (2.2.60–61)
위대한 넵튠 신의 바다도 내 손에서
이 피를 씻어낼 수 있을까?
(4) 뜻대로 하소서에서 사용된 metaphor(은유)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II, vii, 142-143)
세상은 모두 연극 부대
그리고 인간군상은 그저 배우일 뿐...
(5)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사용된 foreshadowing(전조)
And if we meet we shall not ’scape a brawl,
For now, these hot days, is the mad blood stirring.(III, i. 3-4)
그들과 다시 마주친다면 싸움을 피하기 어려울 거야
이렇게 흥분된 날에는 사람들의 피가 끓어오르기 때문이지.
* 벤볼리오의 이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Mercutio와 Tybalt가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죠...
이번 편으로 국제학교 수업 중 영어에 대한 글은 마무리하고, 다음 편에서는 영어만큼이나 학생들을 괴롭히는 '역사' 수업에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그 꿀팁을 갖고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글은 '국제학교 적응 실전 꿀팁 : 역사(1)'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