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면 생기는 일들...

한 달만에 돌아온 인도. 바뀐 듯 바뀌지 않은 '인도스러운 상황들'...

여섯 시간의 비행을 마친 전세기가 인디라 간디 공항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공항 게이트를 걸어 나오자마자 숨 막히게 더운 공기가 온몸을 휘감았고, 마중 나온 운전기사와 함께 짐을 밴에 옮겨 싣는 그 짧은 순간에 등줄기를 타고 굵은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인도에 도착한 것이 문자 그대로 '온몸으로' 체감된다.


1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이곳에 미운 정 고운 정 붙이며 살아와서일까...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언제 한국에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낯설지가 않다. 1년 반 전에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 때는 그리도 낯설었던 풍경들인데...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가족들끼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 달 동안 집안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로 모아졌다.

'도둑이나 들지 않았으려나?'

'에휴... 우리 집에 뭐 훔쳐갈 거라도 있기나 하니?'

'우리 휴가 오고 나서 며칠 안되어 강풍이 몰아쳤다던데, 유리창이나 안 깨졌나 모르겠다'

'비둘기들이 베란다에 얼마나 똥을 많이 싸놓았을지 상상하기도 싫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한발 내디디는 순간, 도둑이 들었는지, 유리창이 깨졌는지를 분간하기도 전에 후끈하게 얼굴을 뒤덮는 열기에 다시 한번 숨이 턱 막혔다. 얼마나 날씨가 더운지 건물 전체가 오븐처럼 데워져서 신발을 벗고 발을 내디디는데 양말을 뚫고 열기가 전해질 정도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숯불가마가 따로 없었다. 차근차근 짐을 옮기고 거실과 침실을 살펴보니, 다행히 도둑도 안 들었고, 유리창도 깨진 데가 하나도 없었다. 다만, 식욕 왕성한 비둘기들이 한 달 동안 우리 집 베란다에서 매우 활발한 용변 활동을 펼치셨다(ㅠㅠ). 굵은 땀방울이 등줄기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흘러내린다.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낮 최고기온이 42도에서 43도를 오르내렸다. 불볕더위에 시간마저 녹아버려 잠시 멈춰버린 듯 했다.




며칠 동안 인도 기준으로도 불볕더위라 할 수 있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재미있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첫째로, 모기가 사라졌다.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모기들도 지쳐서 나타나지 않는다. 하긴, 그 녀석들도 이 무더위 뚫고 날아다니느니 차라리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실제로, 인도에서 모기가 본격적으로 들끓기 시작하는 것은 7월에 몬순이 한바탕 지나가서 이곳저곳에 물 웅덩이가 제법 만들어진 다음부터이다.


둘째로, 온수 스위치를 켜지 않아도 온수 샤워를 즐길 수 있다(ㅎㅎ). 인도의 경우 상수도 시스템이 불안정하여 대부분의 집이 지붕에 커다란 물탱크를 갖고 있고, 보통 새벽에 수돗물을 받아 이 탱크에 보관한다. 하지만, 4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다 보니 지붕에 있는 물탱크가 계속 데워져서 집에 있는 모든 수도꼭지와 샤워꼭지를 틀기만 하면 뜨거운 물이 콸콸콸 쏟아진다. 40도가 넘는 불볕 더위속에서 땀 식히러 샤워했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셋째로, 집안이 온통 컴컴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침 아홉 시만 되어도 35도를 넘는 더위이다 보니, 현지인은 물론이고 우리 같은 외국인들도 필사적으로 태양빛이 집안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인도에 처음 도착해서 집을 보러 다닐 때, 부동산 에이전트가 계속해서 '암막 커튼'이 설치 가능한지를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하길래 처음에는 이해 못 했었다. 하지만, 여름 한번 겪고 나서 단박에 이해했다. 암막 커튼이 아닌 한국식 얇은 커튼으로는 뜨겁다 못해 따가운 인도의 여름 햇살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인도에서는 두 겹으로 구성된 암막커튼이 보편적이다. 창 밖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가 무서워서 한낮에도 암막커튼을 계속 닫아놓아야 한다.


아.. 마지막으로... 이런 불볕더위에서는 항상 머피의 법칙은 신박하게도 그 마법을 발휘한다. 잘못될 일은 항상 잘못된다. 이런 더위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단연코 에어컨... 거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다. 가장 고장 나지 말아야 할 에어컨은 꼭(!), 하필이면(!), 반드시(!) 이런 더위 속에서 고장 난다.


인도에 돌아온 지 나흘째 된 날 거실 에어컨 두대 중 한대가 고장 났다(인도는 아직도 벽에다 매다는 방식의 소형 에어컨을 사용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라면 작은 스탠드형 에어컨 한대라면 충분할 거실에 벽걸이 에어컨이 두 개나 설치되어 있다). 무더위에 쉬지 않고 일하던 에어컨도 '아이고. 힘들어라. 나도 모르겠다'라고 파업을 하고 나자빠져 버린 것이다.


사람이면 잘 타이르고 설득해서 다시 일을 시킬 텐데, 말도 통하지 않는 기계가 나가떨어져 버리니 난감 무지한 상황이다. 에휴... 빨리 집주인에게 전화해서 에어컨 고쳐달라고 요구해야겠다. 안 그랬다가는 우리 가족들 원하지도 않는 사우나 즐기게 생겼으니 말이다.


본국 휴가를 다녀왔는데 바뀐 게 없다. 인도의 날씨는 계속 덥고, 미세먼지 지수는 270을 훌쩍 넘어섰고, 집안의 가전제품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장 난다... 이렇게 우리 가족들의 인도 생활은 바뀐 듯 바뀌지 않고 다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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