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나라가 바뀌어도 부모들은 항상 마음 졸인다...
8월 둘째 주가 되면서 호비와 호지가 다니는 뉴델리 미국계 학교의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미국계 학교는 대부분 8월 중순에 신학년을 시작해서 그 이듬해 5월 말에 학기를 마감하고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따라서, 국제학교의 '개학'은 각자의 고국에서 긴 여름방학을 보낸 학생과 가족들이 다시 입국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며칠간의 시차 적응을 마치고 신학기 개학에 맞춰 학교에 등교하게 된다. 물론 이중에는 기존의 재학생, 처음으로 전학 오는 학생, 그리고 새롭게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입학식은 중요한 행사였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나의 고등학교 입학식은 흡사 군대 열병식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700명이 넘는 신입생들은 60여 명씩 각자의 반으로 나뉘어 열과오를 칼같이 맞춘 후 운동장에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는 목소리 하나로 호랑이라도 때려잡을 거 같던 교련 선생님이 구령대에 올라 학생들에게 군대식 거수경례를 수십 번이나 연습시키고서야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인구 2만 명도 안 되는 깡촌에서 작은 중학교로 졸업하고 처음 대도시 고등학교에 입학한 내가 그때 느꼈던 그 어색함과 두려움은 3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쌀쌀한 봄 날씨에 운동장 주위에 둘러선 신입생 학부모들이 그런 광경을 보며 '아이들이 안쓰럽다'라고 느꼈을지, 아니면 '아이고, 우리 새끼 이제 다 컸네'라고 생각했을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군사문화의 잔재라는 씁쓸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에 비해서, 국제학교의 입학식은 싱겁기 그지없다. 새롭게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몇 월 며칠 몇 시까지 학교 체육관으로 오면 오리엔테이션 시켜주겠다'는 이메일이 여름방학중에 날아온다. 그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면 열과오를 맞춰 군대식 거수경례를 할 필요도 없고, 애국가를 부를 일도 없이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 대한 간략한 소개, 주요 보직을 맡으신 선생님에 대한 소개, 그리고 학교 시설에 대한 소개를 받고는 끝이다. 채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행사는 간략한 대신 입학을 전후하여 엄청난 양의 학교 관련 정보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입학이 행사를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국제학교의 입학은 신입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학교 적응을 돕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이들이 입학하기도 전에 그리고, 입학한 후에도 학생과 부모들은 수십 통의 이메일(주로, 학교 행정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이 가득 차 있다)을 받게 된다. 신입생들은 자기보다 한 학년 높은 (대개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홍보대사(School Amabassador)와 짝이 맺어져 계속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사전 정보를 얻게 된다.
전체 학생들 또는 전체 신입생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는 적은 대신, 다양한 형태의 각종 공식 비공식 소모임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된다. 대개 학년 초인 8월과 9월을 전후하여 학부모회(Parents-Teachers Association)도 구성되고, 학교 운영을 맡을 학교이사진도 새롭게 구성된다. 그리고, 미국이나 우리나라처럼 학생수가 많은 커뮤니티의 경우 해당 국가별 학부모회도 자연스럽게 구성되게 된다. 이 커뮤니티에서 전학생이나 신입생들은 학교가 전해준 공식적인 정보 이외에 다양한 학교 관련 정보들을 추가로 얻게 된다.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된 시점에 Parent-Teacher Meeting이 진행되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든 과목 선생님과 약 10분 정도 짧게나마 만나(거나, 또는 코로나 시국에서는 웹 미팅을 통해)서, 특정 과목에서 어느 정도의 학업성취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를 묻고 대답한다.
개학일이 되면 물론 신입생뿐만 아니라, 재학생도 바빠진다. 새롭게 시작하는 학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홍보대사로 뽑힌 호비와 호지는 신입생만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오늘 학교에 갔다. 다른 재학생들은 내일이나 되어야 학교에 등교할 수 있지만, 자기들은 하루 일찍 학교에 가서 각각 2명씩 배정된 신입생들을 데리고 학교 구경도 시켜주고 이런저런 설명도 해줄거라면서 꽤나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아직 코로나 상황이 안정화되지 않은 인도에서 학교는 온라인 수업 없이 개학을 강행했다. 2차 접종까지 마친 미국계, 영국계, 이스라엘계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다 보니 내려진 결정이다. 덕분에, 1차 접종도 마치지 못한 다른 나라 학생들은 1주일에 한 번씩 항체검사를 해서 그 결과를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학기 내내 감수해야 한다. 일부 학부모들은 여기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고, 나 역시 마음 한편이 불안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비와 호지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다시 생각해보니, 30년도 넘는 그 옛날에 나를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던 날 나의 부모님도 지금의 나처럼 비슷한 걱정과 불안을 느끼시지는 않았을까... 물론, 그 때야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국도 아니었고 상황은 많이 달랐었다. 시대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고, 아이들도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식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항상 마음 졸인다. 시대와 나라와 아이들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겨나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이 개학과 같은 작은 일이던지, 아니면 그것보다 더 크고 새로운 발걸음이던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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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Deleece Cook on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