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알아보는 '햄릿'의 TMI들...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햄릿' 이야기들...

셰익스피어가 쓴 가장 유명하고, 가장 길고, 가장 난해한 바로 그 작품 햄릿의 원문을 모두 필사했습니다. 사천 사십이 개의 라인(line)에 쓰인 삼만오백오십칠 개의 단어를 한 개씩 한 개씩 모두 다 손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필사하는 동안 간접적으로나마 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동생(클로디어스 왕),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 하는 심약한 아들(햄릿), 아버지와 여동생을 한꺼번에 잃은 오빠(레어티스)의 심정을 느껴볼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6월 초에 필사를 시작해서 꼬박 석 달이 걸려 9월 초에 마무리를 했는데, 다른 일을 좀 하느라 브런치에는 이제야 글을 쓰게 되었네요. 줄거리야 워낙에 유명해서 다 아실 테니까, 제가 굳이 다시 적을 필요는 없을 테고요. 햄릿과 관련된 소소한 TMI를 몇 개만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 1]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먼저 쓰인 작품...


네. 맞습니다. 셰익스피어 연구자들에 따르면 햄릿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먼저 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1601년 경이라고 하는데요. 그 이후에 오셀로(1603년), 리어왕(1605년), 맥베스(1606년) 등을 연달아 집필합니다. (물론, 400년 전 일이다 보니 연구자들에 따라서는 작품이 쓰인 연도가 1, 2년 정도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햄릿 이전에도 수많은 희극(comedy)과 역사극을 런던의 극장에 올리면서 인기 절정을 달리던 극작가였지만, 햄릿 이후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4대 비극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문학적 완성도와 세속적 인기를 모두 한 손에 거머쥐게 됩니다.


[# 2] 햄릿과 '라이언 킹'은 무슨 관계?


디즈니의 '라이언 킹'이 맨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혹시 디즈니가 뭐라고 광고했는지 기억하세요? 제 기억이 맞다면 '디즈니가 최초로 창작 시나리오에 바탕을 두고 만든 장편 만화영화'라고 광고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전에 만들어진 장편들(인어공주,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등)은 모두 원작 동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지만, 라이언 킹은 순수 창작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었죠. 과연 그럴까요? 동물들에게 존경받다가 동생(스카)에게 배신당해 목숨을 잃는 자애로운 왕(무파사),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어린 사자(심바)... 잠깐만요!!! 이거 거의 '동물판 햄릿' 아닌가요?


실제로, 라이언 킹 각본 집필 당시에는 햄릿을 기반으로 작품을 쓰겠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합니다. 스토리라인이 상당 부분 완성되고 나서 제작부 전체 회의를 하던 중에 누군가가 '이거 햄릿하고 상당히 유사한데요'라고 외쳤고, 그제야 작가들도 라이언 킹이 햄릿의 줄거리와 비슷하다는 걸 눈치채게 되었다네요.


[# 3] 햄릿과 '링컨 대통령'은 또 무슨 관계?


미국 제16대 대통령을 암살한 존 윌키스 부스의 형인 에드윈 부스는 19세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였고, 그가 연기했던 햄릿 연기는 그야말로 인기 절정이었다고 합니다. 다섯 살 아래 동생이 아브라함 링컨을 암살한 직후 잠시 연기활동을 멈추었지만 곧바로 재개했다고 하네요.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었고, 사람들 머릿속에는 "햄릿=에드윈 부스"라는 고정관념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부스 가문과 링컨 가문이 연관된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바로 에드윈 부스가 링컨 대통령의 아들인 로버트 링컨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겁니다. 에드윈 부스의 동생인 존 윌키스 부스가 링컨 대통령을 살해하기 직전인 1864년경의 일입니다. 뉴저지주 저지시티에 있는 기차역에서 인파에 밀려 플랫폼에 떨어진 로버트 링컨을 에드윈 부스가 번쩍 들어 올려서 구해줬다고 하네요. 에드윈 부스가 워낙에 유명한 배우였기에 로버트 링컨은 금방 얼굴을 알아보고는 '부스씨 고맙습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물론, 에드윈 부스는 자신이 구한 사람이 누군지는 잘 몰랐고요.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만한 기이한 인연이네요...


[# 4]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리처드 버튼이라는 이름에 익숙하시다면 여러분은 '아재' 자동인증하신 겁니다. 세기의 미녀, 매혹적인 보라색 눈동자의 여인, 우리 시대의 영원한 클레오파트라... 그 엘리자베스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결혼했었던 행운의 사나이가 리처드 버튼입니다. 영국 배우이고요, 햄릿 역할을 오랫동안 공연했습니다.


고전 영화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뭔 소리야? 햄릿은 로렌스 올리비에지!!'라고 말씀하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1948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감독하고 주연까지 하면서 영국 영화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영화상까지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햄릿을 가장 오래 연속 공연한 기록은 다름아닌 리처드 버튼이 가지고 있습니다(18세기나 19세기에도 평생 동안 햄릿을 수백 차례 공연한 배우들은 종종 있었지만 연속 공연 기록면에서는 리처드 버튼이 압도적입니다). 1964년이었고, 총 137회를 쉬지 않고 공연했답니다. 게다가 거의 전회가 매진이 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하네요. 물론, 햄릿 공연 직전에 리처드 버튼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결혼하는 역대급 '홈런'을 치는 바람에 그 덕을 좀 본 거는...흠.. 비밀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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