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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호도 Aug 20. 2022

게하 스텝이 되었다 숙소에서 빈대가 나왔다(2)

제주살이 3일차 2022년 8월 3일

출근이 저녁 6시라 여유롭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어제가 첫 출근 겸 교육 날이었는데 만석으로 바쁜 하루였다. 어제 풀지 못한 몸을 침대 위에서 요가로 풀어주었다. 아침에 요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너무 좋았다.


화장실에 다녀와 방 안에 있는 탁자 앞에 앉았다. 탁자 위에 처음 보는 벌레가 뒤집혀 누워있었다. 아직 살아있는 친구였다. 무슨 벌레일까 궁금해서 네이버 지식인에 사진을 찍어 올렸다. 빈대라는 답변이 달렸다. XX!


어제 그렇게 청소를 했는데 왜 못 봤지? 침구를 탈탈 털어 벌레가 또 나오는지 확인했다. 없다. 매트리스를 뒤집어 바닥을 보았다. 없다. 매트리스 커버를 벗기고 지퍼를 열어 내부까지 샅샅이 뒤졌다.(우와, 침대 안에 이렇게 많은 용수철이 있었어? 신기하다.) 눈을 크게 뜨고 안에 있는 솜들을 꼼꼼히 살폈다. 빈대 유충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XX!!!!!!!


다행히 간밤에 빈대에 물리진 않았다.(증상이 늦게 발현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확실하진 않다.) 인터넷에 빈대 퇴치법을 마구마구 검색하였다. 옷과 침구류를 고온 살균하면 벌레가 죽는다고 하였다. 침구는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우선 내 옷가지를 처리하기로 했다. 천으로 된 모든 것들을 캐리어에 넣고 건조기가 있는 코인빨래방을 찾았다.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답장이 오지 않았다. 가게 리뉴얼 준비로 바쁘신 것 같아 빨래방 가는 길에 가게로 직접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사장님께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매트리스도 바꾸고 소독 업체를 부르겠다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3인실을 쓰기로 하였다.(아직 스텝이 나밖에 없어서 3인실도 혼자 쓰기로 하였다. 야호!)


사장님께선 최대한 빠른 일처리를 약속하며 미안함을 계속 내비치셨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옮길 3인실도 빈대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뿐이었다. 어찌 됐든 나도 더 이상 빈대를 번식시키고 싶지 않고 책 잡힐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아 근처(그나마 가까운 게 걸어서 25분이다. 어휴...) 코인 세탁소로 향했다.


고온 건조를 마치고 게하로 돌아왔다. 이미 코인 세탁소까지 왕복 50분 거리를 걸어갔다 와서 진이 빠진 상태였다.(제주의 8월은 정말 정말 정말 습하고 덥다.) 하지만 3인실도 사용 전에 청소를 해야 했다. 빈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번엔 사장님께 청소기도 빌려 청소기를 미친 듯이 돌렸다. 바닥에 놓인 매트리스 3개도 번쩍번쩍 들어 구석구석 꼼꼼하게 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은 매트리스 밑에서 빈대 시체가 나왔다. XX….


질긴 놈. 넌 도대체 어디로 들어온 거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빈대 시체가 오래되어 말라있었다는 것이다. 옮긴 3인실에서는 제발 이 한 마리가 끝이길 바랬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 여기가 아니면 잘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겠다고 글을 쓴 다음날 이런 일이 일어나서 더더욱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옷가지에 서식하는 벌레라니, 옷이 몇 개 없으면 코인빨래방까지 갈 일도 없었을 테다. 누군가는 ‘이게 많다고..?’ 할 수도 있는 나의 짐이지만 내가 그 짐을 다루기 버거우니 이건 짐이 많은 거다.



빈대 퇴치를 위해 찾은 코인 빨래방. 내 멘탈과 건조기가 함께 돌아가고 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면 모든 게 다 용서가 된다. 그래, 빈대도 얼마나 먹고살기 힘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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