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일차 2022년 8월 2일
게스트하우스(이하 게하)에 입실을 하였다. 게하라고 썼지만 사장님들이 숙박 사업은 거의 접고 카페와 식당 운영에 집중하기로 하셔서 사장님 두 분의 집 겸 스텝 숙소였다. 내가 묵기로 한 독채 1인실(야호!)은 오래 사용을 안 했는지 먼지가 꽤 쌓여 있었다. 괜찮다. 나는 지금 처음으로 생긴 '내 방'에 굉장히 설레어하고 있는 중이니까.
방충망만 남기고 방문과 창문을 모두 열었다. 마스크를 끼고 ‘청소 노래’도 세팅한 다음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하였다. 앞으로 두 달간 내가 살 공간이니 창틀 구석까지 깨끗하게 닦았다. 마땅한 청소 도구가 없어 물티슈로 바닥을 닦고 있으니 때가 잘 닦이지 않았다. 방바닥을 5번 정도 닦았는데도 물티슈는 계속 더러웠다. 한 여름의 제주는 찜통 속이어서 땀이 줄줄 흘렀다. 바닥 닦고, 땀 닦고, 바닥에 떨어진 땀 닦고... 기력이 소진되는 게 느껴졌다. 바닥 청소는 내일마저 하기로 하였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에어컨을 틀었다. 세상에…! 에어컨에 곰팡이가 잔뜩 슬어있었다. 유튜브에서 에어컨 청소 영상을 검색해 보고 따라 했다. 1분 만에 포기했다. 이 모델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다. 게하 사장님께 에어컨 청소를 요청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돈을 내가 내더라도 에어컨 청소는 해야겠고, 청소 업체 예약이 엄청 밀려있을 것 같은 직감에 우선 업체에 전화를 돌렸다. 한 업체에서 내일 시간을 내서 와주겠다고 하였다. 일이 잘 풀리는 예감에 기분이 좋았다.
사장님께 에어컨 청소 업체를 불렀다고 이야기했다. 사장님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셔서 나도 고개를 15도가량 기울이고 눈썹을 추켜올렸다.(읭? 왜 그러시죠?) 사장님은 업체를 불러 이미 모든 에어컨 청소를 하셨다고 했다. 그런데도 왜 속까지 곰팡이가 슬어있었는지 궁금했지만 제주가 너무 습해서 그러려니 했다. 어쨌든 내일부터는 깨끗하고 상쾌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