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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호도 Aug 21. 2022

제주바다에서 물놀이 후, 바베큐 구이가 되었다

제주살이 4일차 2022년 8월 3~4일

8월 3일


제주도로 휴가를 온 친구(이하 토깡이)와 연락을 했다. 뭐야?! 내 숙소 바로 옆이잖아? 마침 사장님들이 가게 리뉴얼 준비로 갑작스러운 휴무를 주셔서(야호!) 바로 토깡이와 약속을 잡았다.


입도하자마자 빈대 때문에 맘고생하던 차에 본 익숙한 얼굴은 정말이지 큰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토깡이 옆엔 낯선 얼굴, 친구의 남자 친구(이하 철수)가 있었는데 성격이 무지 좋으셔서 저녁식사 두 번만에(우린 모두 대식가다.) 금세 친해졌다.


여행하러 제주도에 온 건 아니었는데 여행객들과 어울려 같이 여행을 하는 게 꽤 재미있었다. 다시 집에 돌아가 출근하기 싫다는 토깡이의 푸념을 들으며 나는 돌아갈 집(아니, 돌아가고 싶은 집이라고 해야 하나?)이 없다고 말하려다 참았다. 이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면 안 된다.



8월 4일


가게 출근이 저녁 6시라 낮에 토깡&철수네와 물놀이를 가기로 하였다. 뽀얀 피부의 소유자, 철수 오빠는 어제 물놀이의 여파로 온 몸에 화상을 입어 해변에서 쉬기로 하고 나와 토깡이만 물에 들어가 놀았다. 토깡이네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여행객답게 물놀이하기 좋은 스팟과 스노클링 마스크, 튜브, 핸드폰 방수 케이스까지 야무지게 챙겨 왔다. 덕분에 몸뚱이 하나만 가져온 나도 신문물을 장착하고 세련되게 놀 수 있었다.


토깡이와 나는 물고기들이 밥 먹고 똥 싸고 집으로 들어가는 걸 구경하기 위해 스노클링 마스크를 썼다. 난 스노클링 마스크의 숨 쉬는 튜브가 불편해서(고개를 깊이 처박아 튜브로 물이 들어올 때의 짠맛이란!) 요가로 단련한 우짜이 호흡으로 잠수를 하며 놀았다. 뇌에 산소가 부족해져 머리가 띵 할 땐 튜브 위에 널브러져 둥둥 떠다니며 명상(이라 하고 실은 졸기)을 했다. 휴가철이라 사람이 많았지만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서 나 하나쯤 여유롭게 떠다닐 공간은 충분했다.


그렇게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시원한 바닷물과 뜨거운 청춘의 패기로 이겨낸 우리는 온몸이 홀라당 타버리고 말았다. 토깡이는 갈색 토끼에서 검은 토끼로 진화를 했고 나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손, 다리 부분이 벌겋게 익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잘 논 흔적’이라고 스스로 뿌듯해하며 별 생각이 없었다.


토깡&철수네와 작별 인사를 하고 가게로 출근을 했다. 한창 일 하고 있는데 내 몸이 이건 정상적인 ‘탄 피부’가 아니라며 사인을 보냈다. 뭔가에 스칠 때마다 다리가 가려웠다. 약국에 가서 화상 스프레이와 화상연고를 사고 싶었지만 여긴 제주도였다. 근처에 약국은 단 하나뿐이고 저녁 12시 퇴근 후 상비약을 살 수 있는 가게는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가장 찬물로 샤워를 했다. 밖이 얼마나 더운지 찬물도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에어컨 아래에 누워서 찬 바람을 쐬다가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도 수영을 하다가 까슬까슬한 시어서커 이불에 다리가 스쳤다. 헉, 숨을 몰아쉬며 눈을 번쩍 떴다. 누군가 내 허벅지에 성냥을 긁어 불을 붙인 듯했다. 진정하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내가 누워 있는 이불이 시어서커인지 시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바늘 이불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십수 년 물놀이 인생에서 선크림 안 바른 날이 더 많건만... 이렇게 화상을 입은 적은 처음이었다. 알고 보니 제주 하늘은 공해가 없어서 햇빛이 엄청 세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 도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주로 시원한 몸빼바지에 긴 남방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다니신다.



스노클링 입수에 앞서 만반의 준비를 하는 토깡이와 나.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와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토깡이. 현무암이 날카롭게 뾰족해서 발바닥에 구멍 뚫리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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