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즐겨야 하나 찍어야 하나?

카메라와 물아일체가 될 수 있을까?

by Hodo Lee



2010년에 IT'SURREAL 타이틀로 발표한 이 사진은 내가 이 순간을 설계하거나 기다려서 찍은 사진이 아니다. 물론 기본적인 틀인 저 흰 벽의 벙커 공간과 하늘, 그리고 콘크리트의 대비는 내 의도에 들어가 있었지만 저 아이들 셋의 동작이 절묘하게 연속성을 띄는 것은 나로선 상상조차 못 한 일이었다. 디지털 파일을 열어 사진을 추릴 때 이 사진을 보고 너무나 놀라 '내가 이런 장면을 찍었단 말이야?'라고 펄쩍 뛰었던 기억이 난다.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이곳은 이후로도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갔다. 다시 이런 사진을 찍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내가 그런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다는 느낌을 좇은 것이다. 더 긴 이야기는 셀프 크리틱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결정적 순간(앞으로 이어질 글에서 이 위대한 표현을 계속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을 포착한 사진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처음은 전율과 감동으로 시작하고 그에 이어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하지만 여러 상상이 끝나갈 마지막 무렵 거의 항상 이런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만약 나라면 결정적 장면이 내 앞에 펼쳐졌을 때, 그것을 이렇게(혹은 나만의 시선과 방식으로) 사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사진화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물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진술이 부족하여 어떤 순간을 담지 못했다는 가정을 하는 것은 너무 슬픈 이야기다. 오히려 그런 순간에 대비를 하지 못해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정도가 훨씬 안타깝고 현실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 하려는 얘기는 당연히 이런 이야기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우리)가 어떤 결정적 순간을 만날 때, 나는 과연 그 순간을 순수하게 만끽하는 것을 원하는지 아니면 그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기보다는 사진화하기를 원하는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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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미디어예술을 공부하고 작업하는 이호도, HODO LE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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