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용어의 문턱은 높아요

3분 사진강의 노트 #18

by Hodo Lee

일본의 유명한 문필가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비교적 젊은 시절 수필집의 머리말을 보면 대충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내가 하는 말을 모두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글을 쓰지 말자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확하진 않아도 뜻은 대충 이런 맥락이었다. 이 글을 읽을 때의 나는 시건방진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아니 아저씨, 너무 잘난 척하는 태도가 아니신가!?”라고 3초 정도 오해했다. "나는 원래 많은 것을 알지만 그것들을 애초에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언뜻 생각한 것이다. 당연히 저 말의 뜻은 그와는 정 반대의 의미로 이런저런 얘기들을 당연하고 잘난 듯 누구나 다 안다는 듯한 태도로 늘어놓아선 안된다는 의미였다. 그 예로 칵테일 김릿의 예를 들었던가? 김릿이라면 김릿이라고 쓰는게 아니라 드라이 진과 라임 주스를 적당한 비율로 섞은 칵테일이다-라는 식으로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준다는 식으로 말이다. 자세한 생각은 나지 않지만서도…


이 시계는 오메가의 흔치 않은 뚜르비용 모델로... "야! 뚜르비용이 뭔데 대체!!!"


그런데 어찌 된 운명인지, 나는 저 말의 힘에 꽤 강하게 속박되어 글을 쓸 때 가능한 한 조금이라도 전문적인 용어나 나만 알 것 같은 서브컬처 용어가 나올 성 싶으면 그것을 빙글빙글 길게 풀어서 쓰는 경향을 갖게 되었다. 이것의 단점은 말이 중언부언 길어지는 만연체가 된다는 것인데(이것은 글 쓰는 이들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일일테다) 어찌 된 일인지 무슨 사명감처럼 되도록이면 그런 잘난 척 전문적인 용어나 외래어들을 마구 늘어놓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글이 아무리 늘어져도 어지간하면 길게 풀어쓰는 행동을 택하고 있다.


솔직히 용어는 둘째치고 이런 전문(?) 장비만 늘어놔도 숨이 턱 막히죠


그런데 요즘 줄기차게 써 내려가고 있는 사진과 사진기 관련 글에서는 그런 전문적인 용어들을 글을 읽는 사람이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전문적으로 보든 취미로 보든 뭔가 한 꺼풀 일상세계에서 넘어선 세계는 결국 그들만의 세계이기 마련이고 거기에서는 사용하는 언어에 단계(?) 비슷한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에스컬레이터와 비슷한 형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쉬운 입문용 언어부터 꼬이고 꼬여 근원조차 알기 힘든 매니악한 용어들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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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미디어예술을 공부하고 작업하는 이호도, HODO LE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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