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틱 연습
예술학교에서 크리틱 수업이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크리틱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크리틱 할 것을 아예 안(못) 만들었기 때문일 경우가 훨씬 많다. 애초에 치고 박을 만큼 작업을 만들어 놨다면 싸움이라도 재미나게 할 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한 학기 2주 간격쯤으로 이 수업도 크리틱 저 수업도 크리틱이니 정신이 혼미해질 밖에. 대학원쯤 되면 좀 다른 의미로 힘들어지는데, 할 숙제가 많다기 보단 워낙 한 과목(?)만 하는 것이다 보니 어설프게 준비를 해오면 말 그대로 탈탈 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클래스메이트들이 재미없어한다!)
나는 딱딱한 파운데이션 강의를 할 때(단체 혹은 개인)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이런 숙제를 내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사진과 작가를 선정하여 자신이 그 사진을 왜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유를 설명할 것. 기법과 역사 등에 대해서 다각도로. 조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자신이 선정한 사진에 대한 비평이 이루어질 때 자신을 그 작업의 작가라 생각하며 디펜스 할 수 있는 연습을 해 보거나, 자신을 제삼자의 위치에 놓고 디펜스 할 수 있도록 준비해볼 것.”
이런 연습을 하는 이유는, 학생의 입장에서 자기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와 그 비판의 수용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를 쉽게 알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내가 배운 수업방식을 조금 더 딱딱하게 만든 것으로, 개인강습이나 좀 더 말랑말랑한 접근방식이 필요할 때엔 내가 실제로 겪고 배웠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기도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방식은 이러하다.
자기 자신이 무엇을 가장 재미있어하는지. 정확하게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다.
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오가는 질문은 아주 화기애애(?)하며 대단히 진솔하고 재미있다. 이 수업에서 만들었던 내 발표물에서 나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비롯해 많은 책을 모았고, 그 때문에 그림(이미지)에는 어떤 공통적인 표현방법 (우리가 클리셰라고 부르기도 하는) 혹은 도무지 말로 할 수 없는 표현법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것에 매료되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에 형성된 의식적, 무의식적 때문에 내가 이미지를 좇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자세히 살펴보면, 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은 돌고도는 형국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고, 그것을 변호해 보거나 자신이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계속 물어보는 연습을 하는것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고, 이것을 통해 자신 작업의 토대를 굳건히 할 수 있게 된다. 크리틱 연습이 되는것은 말할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내 감정을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연습은 중요하다. 내가 단순하게 좋아하는 것, 내게 특별한 의미를 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내가 사회적인 의미로 좋아하는 것 등등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하면 종당에는 내가 스스로 행하는 행위에 대해서 그것을 그 행위가 아닌 다른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 사실 그것을 연습시키는 것이 제도권 예술교육의 핵심이다. "Artist statement"를 써 오세요.라고.
다만 그것이 좀 힘든 이유는, 그래도 예술인데(?!) 최대한 자유롭게, 그리고 예술적으로(비꼬는게 아니고) 그 스테잇먼트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기에, 거기에 어떤 공식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결해서 보기에 좋은 셀프링크 :)
농담+
때문에 "아티스트 스테잇먼트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웹사이트"라는 재미있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https://www.artybollocks.com/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