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와 이미지

3분 사진강의 노트 #7

by Hodo Lee

문자와 이미지

아래 [Horst Faas / During the Vietnam War on June 18, 1965 173rd Airborne Brigade Battalion member Larry Wayne Chaffin smiles for the camera.]는 위대한 사진임과 동시에, 이미지 안에서 (재)형상화되어 보이는(지시되는) 문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진이기도 하다.


An American soldier wears a hand lettered War Is Hell slogan on his helmet, Vietnam, 1965-1.jpg Horst Faas / During the Vietnam War on June 18, 1965 | 우리는 병사의 눈과 헬맷의 문자를 거의 동시에 인식한다.


이 병사가 헬맷에 쓴 것이라 추정되는 "WAR IS HELL"이란 문구는 이 사진을 볼 때 아주 즉각적으로 우리에게 인지된다. 이것과 거의 동시에,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그 너머에 있는 진심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병사의 눈빛 그리고 미소를 보게 된다.(첨언을 하자면, 인물 사진에서 기술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눈의 캐치라이트가 살아있기 때문에 그 눈빛에 더욱 시선이 가게 된다.)


여기서 표정과 문구, 어느 쪽을 먼저 인지하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즉 이미지와 문자를 우리가 찰나의 순간에 복합적으로 거의 동시에 인지하게 된다는 사실에 있다.


이 인지 현상은, 우리가 이 병사가 가진 미묘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적 표정에서 읽게 되는 감각(호소력, 아름다움, 아련함 등등)과 동시에 그가 가지고 있는 전쟁을 지옥이라 칭하는 감각 또한 상상하게 만든다. 물론 "WAR IS HELL"이란 문구가 포스트잇에 쓰여 있고 그것이 한 사무실 컴퓨터 옆에 붙어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엔 그것만의 복합적인 감정 전달의 힘이 있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보다 이 사진 이미지가 조금 더 강렬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 병사의 표정을 실제 보며,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저 문구를 통해 상상하기 때문이다.


결국 저 병사의 얼굴과 문구 한 마디는 많은 자잘한 부분들을 뛰어넘어 우리의 마음 저 깊은 곳에 충격과 울림을 준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며 여기서 사진(이미지) 안에 글자(문장)가 들어갈 경우 그것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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