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을 회상해 본다면...
뉴욕이 다른 미국의 어느 도시와도 다른 이유는 대중교통의 밀도라고 할 수 있다. "지하철과 버스라면, 시내의 어디든 '언제라도' 갈 수 있다."는 개념이 통용되는 미국의 도시는 뉴욕뿐이다. 다른 도시들 중 샌프란시스코나 시카고 등 몇몇 손에 꼽는 도시들은 어느 정도 대중교통이 갖춰져 있긴 하지만 '서울사람'기준으로 보자면 서울에 가장 근접한 것은 뉴욕이고 나머지는 "으잉?"의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 지하철, 철도, 버스로 이루어진 교통 시스템을 총괄 운영하는 것은 MTA [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로, 뉴욕에 살다 보면 좋든 싫든 MTA의 신세를 늘 지고, 때때로 고마움도 느끼며 때때로 한숨도 쉬게 된다.
알파이자 오메가인 지하철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개통된 지 100년도 훌쩍 넘은 시스템이다 보니 놀라울 정도로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뉴요커들이 서로 약속시간에 대해 약간의 여유를 할애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안, 지하철이 또 터졌거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버(나 리프트등)를 제외하고 실제 사용하기 편리한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자가용이나 버스, 택시 혹은 헬기(...)등 다른 교통수단들도 있지 않겠는가 싶겠지만 그도 그렇게 만만치 않다. 버스는 스케줄표 대로 도착하는 경우가 반타작이라 하더라도, 뜬금없는 디투어(우회)가 거리 행사에 따라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러시아워에 걸릴 경우 도착시간 가늠이 불가능하다. 제대로 돌아가는 상황이 반을 넘는 게 신기할 따름이지만, 지하철에 비해 그다지 믿음직스럽지는 않다. 특히 노선상 맨해튼을 중심으로 브롱스, 롱아일랜드,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는 장거리 노선들은 그 수가 많지 않아 접근성도 떨어진다.
자가용으로 말한다고 한다면 도로사정은 건너뛰고 "주차"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볼티모어에서 맨해튼으로 이사하고 처음 3년간 차를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그만해! 그건 미친 짓이야!"라고 말해줄 만큼, 주차난은 심각하다. 주차 요금과 룰이 어찌나 비싸고 까다로운지, 깜빡 알람 한 번 못 지켜 차가 견인되어 600달러와 한나절이 홀라당 날아간 일도 있다.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뉴욕 지하철은 뉴요커들이 매일 타는 '대체로 모두를 위한' 이동수단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안에선 대체로 모두가 평등해진다. 남녀노소 선악미추를 불문하고 메트로 카드 긁는 요령이며, 비상문을 맘대로 넘나드는 요령, 갈아타는 지점 선점등과 같은 로컬 룰들이 있고 그것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지켜진다.
그중에서도 메트로 카드 긁는 요령이 뉴요커와 관광객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알맞은 힘과 속도로 긁어야 하는 것이 메트로 카드다. 한 타이밍이 아주 오묘해 오래도록 사용해 본 경험이 없다면 당황하게 된다. 보통 일주일 정도 지나면 이 타이밍을 알 수 있게 되는데 정들자 이별이라고, 관광객으로서 뉴욕을 떠날 때 그 감이 오니 안타깝다. 아 물론 그런 거 없이 잘 타시는 분들도 많죠! :-)
최근 듣기로는 메트로카드는 없어지고 애플페이와 각종 터치방식으로 결제 시스템이 바뀌었다니 그걸 보러라도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립고 지겨운 애증의 뉴욕 지하철이란, 꼭 그런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