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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do Lee Aug 27. 2019

그 슬픈 삼성 카메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시리즈 #1


2010년 2월 19일. 나는 www.slrclub.com 사용기 게시판에 삼성 카메라 NX10에 대한 사용기를 올렸다. 이 사용기 때문에 나는 많은 수으 추천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공격을 당했다. 안타깝게도 공격은 인신공격이 대부분 이었다. 왜 내가 이 카메라와 카메라 사업부에 대한 비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아도 내가 지적했던 부분들은 삼성 카메라 사업부가 안고 있던 큰 문제의 핵심이 맞았는데 그 부분을 눈여겨 보는 사람들의 수는 많지 않아 보였다. 


삼성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 핵심은, 그들이 되든 안되든 카메라 산업(사업)을 끝까지 끌고 나가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없었던 것에 있다. 삼성의 카메라 사업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시장에 대한 이해와 목표가 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런 상태면, 그 끝은 어떤 것인지 자명하다. 내가 그들에게 이해와 목표가 없다고 확신한 것은 다음의 여러 가지 사건을 직접 겪고 나서였다.


농담이 아니고, 전설(?)이 된 나의 삼성 NX10 사용기


NX10의 디자인과 조작체계는 지금 보아도 아주 준수하다. 흔히 하는 농담이지만 공학도들을 갈아 넣어 단시간 안에 만들어낸 카메라라 해도, 그 외적 완성도는 아주 훌륭했다. 다만 그들은 카메라가 만들어 내는 화상을 사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리고 이런 식의 본격적인 카메라 (바디와 렌즈가 분리되어 있는)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 또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잘라 말하자면, 삼성의 첫 번째 카메라 NX10의 이미지 프로세스가 형편 없었다. 물론 이미지 프로세스의 좋고 나쁨을 말로 묘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색채가 너무 밋밋하다거나 사진에 입체감이 없다는 식의 얘기는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것만 짚어서 이야기한다고 한다면, 색경계 부분이 뭉개져 나가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주차금지 표지판, 자동차의 테일라이트 등의 표현이 부자연스럽다

이런 경계선 깨짐 현상은 NX10이 가지고 있던 큰 문제였다. 물론 이것은 펌웨어 업데이트나 후계 기종에서 개선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후계기종은 내가 직접 사서 찍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을 느끼고 삼성 카메라 사업부에 직접 문의를 넣었을 때, 나는 이들이 이 사업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혹은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위에 말한 경계선 깨짐 현상이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adobe의 라이트룸과 삼성의 전용 프로그램으로 제공된 현상 프로그램을 모두 사용해 보았다. 결과는 대동소이했고, 때문에 혹시 삼성 전용 프로그램의 다른 세팅값을 알아보기 위해 이것저것 조사를 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이미지를 처리하는 전용 소프트웨어가 삼성 카메라의 독자개발 프로그램이 아니었던 것이다. 범용적으로 RAW 파일들을 처리해 주는 일본제 프로그램인 silkyfix를 라이센스 구입하고, 거기에 삼성 스킨만 덧씌운 형태였다. 물론 이 형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미 완성된 프로그램과 새로 만들어지는 카메라 사이에서 적정한 조율이 이뤄져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NX10의 발매 초기에는 이런 부분들이 전혀 다듬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직접 문의에 대해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지 설명할 수 있는 상담원이 전혀 없었다. 거기에 더해 또 하나, NX10 출시 초기 이 전용 RAW 프로그램은 오직 windows용만 제공했다. 사진-영상-출판의 많은 영역은 그 당시에도 MAC의 비중이 상당했으나 삼성은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이 부분에 대해 문의했을 때 "저희는 글로벌 1위 마켓을 지향하기 때문에 MAC은 지원하지 않습니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답변을 받았다.


이 시점에서 나는 삼성카메라 사업부가 이 사업을 정확한 목표 없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 프로세스의 문제점과 소프트웨어 개발 미흡, 전문 대응인력 부재 그리고 MAC지원 부재 등에 대해 비판하기 위해 해당 리뷰를 작성해 올렸고 그것은 매우 큰 반향을 (추천과 욕설)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저 일을 겪은 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욕을 먹으며 (처음 NX10의 발표를 보자마자 나는 주변인들에게 추천했고, 많은 사람들이 NX10을 샀다. 나도 샀고, 지인들도 사고 나도 울고 지인들도 울었다...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기대가 없었다면 이것을 샀을 것이며, 애정이 없었다면 비판을 했을 것인가!?) NX10을 처분하고 다시는 삼성카메라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 후 삼성카메라가 어떤 분전을 거쳤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와서 보자면 2014년에 삼성이 출시한 NX1은 지금 봐도 훌륭한 스펙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 시기 2013년 말에는 이미 소니가  a7을 발표하며 미러리스 인터 체인지블 렌즈 카메라 시장의 판도를 뒤엎고 있었으며 그 이후 누구도 소니의 폭주를 막을 수 없었다. 소니는 니콘과 캐논이 가지고 있던 DSLR을 기본으로 하는 전문가 시장까지 그들의 ILCE시리즈로 치고 들어왔으며 2019년 현재 카메라 시장의 패권은 사실상 소니에게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7년, 소니의 이런 폭주가 이어지는 와중 삼성은 카메라 사업을 전면 철수시켰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카메라 사업부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은, 비록 최고급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카메라 시장의 형태는 최고급 카메라를 기준으로 형성된다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삼성카메라는 첫 기종 NX10을 발표한 이후(위의 몇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무조건적으로 시장에서의 최상위 기종을 계획하고(135 포맷을 지향했어야 한다) 발표했어야 한다. 


아니, 그들이 그 사실에 무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비꼬는 것이 아니고) 실례일 것이다. 니콘 캐논의 최고급 기종이, 그리고 소니가 파고든 최고급 프로 지향의 기종들이 그들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크지 않다는 것을 그들이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문가 영역에서의 최고 기종 자리를 차지하려(그래야만 하위 기종들 또한 팔리기 때문에) 그들이 혈투를 벌이는 이유를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다만 삼성카메라는 어쩌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구축하려고 조금의 무리수를 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가 어떻든 삼성카메라의 발걸음은 전략적으로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말한 것처럼, 시장에 대한 이해(혹은 오해)와 목표의 부재가 해당 사업을 롱런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본다. 적어도 단 한 번이라도, 이것은 이 시장에서 최고의 것이다(혹은 135 포맷 지향을 발표해 곧 최고가 될 것이다)라는 인상을 그들은 심어줬어야 했으나 그 절호의 기회에서 그들은 어쩌면 너무나 소극적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와는 완전히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삼성은 이 카메라 시장을 완전히 냉정하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또한 절대 비꼬는 것이 아니다. 2010년경엔 이미 그 이전 2000년 초부터 2008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디지털카메라 산업의 기세가 꺾일 대로 꺾인 때였다. 이 시기에 어쩌다가(도대체 왜 어쩌다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사업에 뛰어들 때, 진짜 시장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양산업인데 우리가 왜 여기에 뛰어듭니까? 그럴 바엔 스마트폰과 반도체에 더 투자하는 것이 낫습니다."라고.  



2008년 첫 미러리스인 마이크로 포서즈가 발표되고 2010년 8월 소니가 그들의 첫 APS-C 미러리스 카메라인 NEX-5를 발표하기 전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치고 들어온 삼성카메라는 세계 최초의 APS-C 미러리스 카메라인 NX10으로 나름대로 초기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하지만 앞에 설명한 것처럼 초기의 조금은 어설픈 행보와 장기전략의 부재가 결국 그들을 카메라 산업의 역사에서 퇴장시키고 말았다. 그들이 사업이라는 개념으로 보았을 때 애초에 사양산업인 카메라 산업에서 철수한 것은 사업적 측면에서는 옳았던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2019년, 일본이 우리나라에 전쟁과도 같은 수준의 도발을 계속하는 이 시기, 삼성이 잠깐 손댔던 카메라 사업이 제대로 된 방향을 가져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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