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일기 | 뉴욕이 내 집이야?
2004년 처음 뉴욕을 둘러보았을 때나 그 이후에 친구들과 여행 혹은 작업이나 일 때문에 방문했을 때 그리고 2013년 내 명의로 월세 아파트를 얻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이토록 뉴욕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나만의 아파트에서 지낼 때조차 나는 내가 뉴욕이란 도시에 대해 어떤 특별한 감흥을 느끼고 있지 않다고 여겼다. 아마도 마음 어느 한 구석에선 내가 하릴없이 뉴욕이란 도시에 매몰되어 버리기를 원치 않는 마음이 있었고, 그것이 나로 하여금 '더 깊이 들어가지도 말고 더 깊게 관계되지도 말 것.'이란 자세를 취하게 한 것 같다. 돌이켜보니 기껏해야 내가 삶을 영위한 한 도시일 뿐인데도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얻은 첫 아파트는 맨하탄의 북쪽 지역으로, 따로 부르는 동네의 이름은 Inwood 혹은 Washington Heights 였다. 맨하탄 안에 있는 아파트로서는 깜짝 놀랄 만큼 월세가 저렴했고, 교통부터 소음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것이 없도록 완벽했다.
하지만 나는 당연하게도(?) 그 당시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상태였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학교는 졸업했겠다, 내 전공으로 난 여기서 뭘 할 수 있는가? 하는 막막함이 날 찍어 누르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저 당시에는 운 좋게도 졸업과 동시에 계약한 갤러리에서 전시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저렇게 집을 정리하자마자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다행히 '해야 할 일'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8월 중순,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되뇌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뉴욕이 내 집이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