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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시작

by 원숭이

오디션 연락이 왔다.

내가 며칠 전에 올린 독백영상을 보고 연락을 주었고 나는 그 오디션 연락에 처음 겪는 감정을 느꼈다.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그리고 미친 듯이 준비했다. 챗지피티랑 예상질문 독백 3개, 그리고 전달해 준 지문까지 미친 듯이 계속 웅얼거리면서 준비했다. 예민해져서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긴장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계속 주문을 걸면서 마음을 잠재웠다.


사람이 웃긴 게 상상은 상상을 넘어간다. 내가 합격했다면 독립영화의 주연이라는 타이틀의 경력이 쌓이고 그 경험으로 내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고 나는 그렇게 알려지게 될 수도 있겠구나.

내게 대운이라는 그 시기가 정말 오는 걸 수도 있겠다.

그렇게 난 하지 않고 싶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의식의 상상을 느껴갔고 그 느낌은 더 오디션을 갈망하게 했다.


오디션 당일.

나는 아침부터 6:20 오디션까지 외우고 뱉고 외우고 뱉고 반복했고, 오디션 장소에 도착했다.

아무도 오지 않았고 나만 5분 전에 도착해 있었다.

빨리 온 특혜로 미리 전체대본을 받아볼 수 있었고 그 대본의 내 역할을 빠른 눈으로 훑고 조그맣게 뱉어보며 연습했다.

같은 배역을 같은 시간대에 보는 경쟁자가 있었는데 그분은 지각을 했고 나는 속으로 아싸! 외쳤다.


내가 예상했던 질문이 나왔고 나는 준비했던 데로 대답하고 지문리딩과 준비한 연기도 잘 해내었다.

경쟁자 분은 버벅거리는 것도 있었고 심지어 소품도 준비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난 됐다.


그렇게 3일간 힘들게 했던 다이어트의 보상으로 그날 저녁 혼자 햄버거 세트를 욱여넣었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다음날 오전에 연락을 준다고 했고 나는 또 상상했다. 이 전체 대본을 훑어야 할까? 아니면 된 다음에 보는 게 좋을까? 그 오디션을 본 날은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새벽 2시에 잠이 들었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계속 메일함만 보았다.

오전에 연락 준다고 했으면서 11:55까지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난 떨어졌나 보다 했다.


그런데 11:58에 연락이 왔다.

아쉽지만 결이 달라서 함께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난 또 그날밤 잘 수가 없었다. 밤에 혼자 소파에 앉았을 때 더 현타가 와서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새벽 2시쯤 다시 다짐했다. 그래 더 열심히 하자. 할 수 있다.


마음에서는 네가 할 수 있을 거 같아? 네가? 이런 말도 들리고 괴롭히지만 잠재워보려고 한다 앞으로 3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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