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또렷한 눈매와 코 그리고 두툼한 입술로 살아가는 시은. 시은은 날씬하고 예쁘다는 이유로 살아가는데 힘든 순간이 적었다.
“시은이는 예쁘니까 괜찮아”라는 말로 시은의 실수와 모든 부정의 것들은 긍정으로 바뀌었다. 시은은 예쁘다고 얘기 듣는 게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어서 누가 예쁘다고 해주는 게 당연했다. 오히려 예쁘다는 소리를 안 해주면 기분 나빠했다.
그 옆에 있던 하정은 시은이 미치도록 부러웠고 질투가 났다. 친구라는 명목으로 옆에 있었지만 사실 시은처럼 되고 싶었다. 아니 시은보다 더 예쁘다고 인정받고 싶었다.
하정은 시은이 하는 모든 것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화장법 옷스타일 그리고 성격까지. 시은이 싫어하는 연예인은 하정도 싫어했고 시은이 좋아하는 음식은 싫어도 좋은 척했다.
그렇게 하정은 외모에 집착하게 되면서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하정은 누군가에게 미친 듯이 쫓겨 달아나면서 문이 나와 문을 열면 또 문이 나왔고 또 그 문을 열면 다른 문이 나왔다. 그렇게 문을 열면서 도망치다가 등에 칼을 맞고 칼을 맞은 채 또 다른 문을 열면서 또 등에 칼을 맞았다.
꿈에서 깨어나면 비 맞은 듯 식은땀으로 온몸이 젖었다. 하정은 그럴 때면 왠지 모를 두려움에 한동안 꼼짝 못 하고 가만히 누워있다가 찬물을 한 컵 먹곤 했다.
하정은 그 꿈속의 누군가가 실제로 날 괴롭힌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건 시은이라고 생각했다.
날 옆에 두고 더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거겠지.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외모를 자랑하는 거겠지. 이러한 생각들로 하정이 시은을 싫어한 지는 오래되었다.
하정은 시은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