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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34

그래서 넌 지금 어디?_오전

by 원숭이

아침 7시 부스스하고 적당히 떡진, 어제 묶은 머리가 흐트러져 있다.

“엄마 일어나 아침이야”

한 마디에 나는 오늘도 일어나 탈탈탈 계란을 풀면서 다하지 못한 하품을 질겅질겅 해본다.


계란밥 나물반찬 물만두 군만두 사과 그래놀라요구르트

이 만만한 아침식사 메뉴들을 뺑뺑이 돌리면서 김치냉장고에서 어머님이 건네주신 홍삼을 챙겨 남편을 준다.


“여보 오늘도 파이팅”

출근하기 전 남편의 애쓴 아침 한 마디에도 “엉” 하며 고개를 돌리고 아침 먹자 소리친다.


나름 관리해 보겠다며 사과와 땅콩잼을 질겅질겅 씹으며 아이에게 아침밥을 먹여보고 안 먹으면 화도 내보고 협박도 해보고 협상도 해본다. 결국 먹는 양은 비슷하다.


오늘도 어린이집 출발을 9시 넘기고 부랴부랴 챙겨 나가느라 또 못 씻고 나왔다. 마주치는 어린이집 부모들에 하하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뻘쭘히 지나간다.

누구야 오늘도 재밌게 놀아~ 너스레도 떨어보면서.


등원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찬 바람공기를 한입 가득 먹어본다. 오늘은 바람이 공기가 하루가 어떤지 한 모금 먹어본다. 쓰다 달다 오묘하다 이상하다 이런 느낌 하나 없고 그저 매번 시원하다.


집으로 돌아와 널브러진 아이의 옷들 아침의 흔적들을 주섬주섬 주워 정리하고 잠시 멍하니 하루의 시작을 정리해 본다. 오늘 대충 스케줄이 이렇네 그럼 집 청소할 시간이 언제 있겠네 없겠네 그림을 잡아보고 남편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다. 오늘은 집 더러워 미안.


재빨리 씻고 밖으로 나간다.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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