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라는 단어의 공포감

엄마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육아'

by 단단한호두

“독박육아”라는 단어는 아이를 갖기도 전에 두려움을 주는 단어이다.

결혼하고 5년째 내가 끊임없이 아이 낳기를 망설였던 이유도 바로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이다.


남편도 최선을 다해서 육아를 하겠지만, 결국 주 양육자는 내가 될 수밖에 없고, 육아휴직도 남편의 회사의 경우 제도적으로는 당연히 남자도 육아휴직을 낼 수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없기 때문에 내가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는 분명하게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아이를 갖겠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 아이를 한, 두 명씩 낳아서 기르는 친구들, 선배들을 통해 육아 얘기를 듣다 보면 독박육아는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은 맞벌이를 하고 있고, 여자가 보통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 정도는 기본적으로 사용한다. 물론 이 1년도 눈치 보여 못쓰는 경우도 매우 많다!


아직은 육아휴직은 여자에게만 한정되는 제도일 뿐 남자가 아이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는 여태 한 부부 밖에 보지 못했다.



아침에 6~7시에 출근해서 회식에 야근이면 거의 9~10시가 돼야 돌아오는 남편들, 그때까지 아이 육아는 온전히 아내의 몫이다. 남편이 출근해 있는 시간 동안 아이 기저귀 갈기는 20번, 분유 먹이기는 8번, 목욕시키기 1번, 여기에 우는 아이 수시로 달래고, 놀아주고, 재우기, 젖병 소독하고, 아기 빨래하기, 각종 가사 등 쉴 틈이 없다.


내 자식이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것과 힘듦은 다른 문제이다.


여자들은 하루에 12시간이 넘는 시간을 정신없이 혼자 보내며 출산 이후에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내 몸의 변화들을 온전히 겪으며, 그리고 다 회복되지 못한 몸을 갖고서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조그마한 아이를 24시간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과 긴장감을 오롯이 혼자 견뎌내고 있다.


배워본 적이 없기에 육아를 하며 처음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막막함,

하루 종일 내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와 답답한 집안에서 갇혀 있어야 하는 돌봄의 시간들..


이런 시간 속에서 두려움과 불안함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산모들은 적게는 산후우울감, 심각하게는 산후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남편 역시 아이가 태어나면 쉬운 것은 아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최대한 일찍 퇴근하려 하지만, 야근이 잦은 회사이거나 회식이 많은 회사라면 눈치가 보이고, 집에 와서도 쉬지 못하고 집안일과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체력 소모가 많이 되며 부부간에는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무리 남편이 도와준다고 해도, 결국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은 육아를 도와주는 존재이고,

남편도 최선을 다해 육아를 도와주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독박육아라는 단어의 근본적인 원인해소와 남녀 각자의 힘듦의 갭은 좁아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독박육아라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의 약 2배인 1.67명이고, “라떼파파”라는 단어까지 나오게 된 스웨덴에서 조금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제도 및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1991년부터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를 도입해서 부부에게 주어지는 480일 중 남성이 의무적으로 90일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게끔 하였다.


부모동시 육아휴직제를 도입해서 남성의 육아 참여를 제도적으로 장려하고, 또한 양성평등 보너스 제도를 도입하여 부성 육아휴직 시 세액공제의 추가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자녀가 초등 1학년까지는 최대 근로시간의 1/4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여 부모 모두가 함께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돕고 있다.


즉, 나라와 기업 모두 남편이 굳이 육아휴직을 안 쓸 이유가 없게 만든 셈이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남성의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로 제도를 만들어 놓은 회사들은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휴직, 육아단축근로는 여성에 국한되어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수의 남성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육아휴직을 사용 시 승진할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이직이나 자격증 등 육아와 병행하여 다른 일을 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여전히 있고, 회사에서 실제로도 고과나 인사배치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종종 기사를 통해 볼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도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대부분의 남성이 당연하게 육아휴직, 육아단축근로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 심각한 출산율도 올라가고, 지금보다는 독박 육아하느라 힘들어하는 여성들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남녀 모두가 아이 양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나와 같이 독박육아가 두려워서 아이 갖기 망설여지는 기혼 여성들의 고민을 조금 더 덜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아쉬움과, 회사와 가정에서 눈치를 보며 최선을 다하는 기혼 남성들에게 부담감을 덜어주고, 인생의 찰나인 사랑스러운 내 아이의 어린 시절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아직은 정부에서는 여자를 중심으로 육아 휴직 기간을 늘리거나, 단순하게 출산하면 얼마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만 제도를 보완하려고 하는 것이 아이를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는 조금은 답답하다.

남자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그리고 남자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게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독박육아"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 있게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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