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나의 일이 너무 재미있는데?

일을 좋아하는 엄마들을 위한 방법은 없나요?

by 단단한호두

15년도에 회사를 입사하고 난 후 벌써 8년 차이다. 사원 때는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에 회사가 그냥 다 신기하고 일이 너무 재미있었고, 대리 때는 많은 업무에 시달려 지쳐서 야근도 잦고, 생각보다 많이 주어지는 업무에 힘들 때도 많았다.


과장이 되고 나서도 일은 여전히 많지만, 적절하게 일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고, 내 생각을 담아 일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이 이 분야 대해서는 나를 찾게 되는 것을 경험하며 보람을 갖으며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이 시점에 ‘아이’라는 존재는 크나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완전한 딩크족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낳아야 하긴 할 텐데..'

'나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낳으라고들 하던데..’

'근데 아이를 낳으면 회사는 어쩌지? ' 이런저런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 일하는 게 너무 좋고, 회사에서 계속 인정받으며 커가고 싶은데, 당장 출산, 육아로 1~2년 공백이 생기면 지금의 내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메꿔지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아이를 낳아서 누군가 키워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결국 아이는 1~2년간은 나의 독박육아로 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답답했고, 이 고민은 결국 내가 임신을 할 수 없는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우리 회사는 타 회사에 비해 부서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편이다. 과장쯤 달면 다른 팀으로 옮겨서 더 시야를 넓혀 일해보고 싶다는 나의 생각은, 막상 과장을 달고 나니 출산이라는 방지턱 앞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일시정지 되어있다.



열심히, 그리고 재미나게 일한 탓일까, 과장을 달고 이런저런 팀에서 팀 이동 제안이 왔고 다른 회사들에서도 면접 제안들이 왔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걸리는 건 내가 여자이고, 곧 출산을 하게 되면 이동을 한 부서나 회사에서는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또다시 TO가 비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동을 하지 않는 게 맞겠다 싶으면서도, 살짝 억울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곧 엄마가 될 거라는 이유만으로 인력 시장에서 배제되는 기분.

내가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다고 갑자기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텐데도, 이제 팀 이동 시장에서, 그리고 경력직 채용 시장에서 나는 불청객이 되었다.


‘왜 내가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할까?’

‘왜 여자라는 이유로, 엄마가 된다는 이유로 나처럼 일을 사랑하는 많은 여성들이 이런 취급을 받게끔, 시스템적으로 공백이 생기는 인력에 대한 백업 플랜이 제도적으로 잘 준비되어있지 않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여전히 사회는 여성에 시각에서는 많은 고민을 해보지도 않고 있고, 제도적으로 진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주지 않는 것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말할 때도 눈치를 봐야 한다.

대부분 회사들이 육아휴직을 쓰는 인력에 대한 공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공백을 매워주지 않기 때문에 휴직을 쓰는 사람은 결국 원래 있던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넘기고 가야 하는 상황이고, 그 구성원들은 결국 같은 월급을 받으며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눈치를 안보며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런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임신을 하는 것만으로도 불청객이 되어버리는 현상은 어떻게 해결을 해볼 수 있을까?

가장 근본적인 건 남자도 육아 휴직을 강제적으로 할당하여 남자, 여자 상관없이 육아휴직에 대한 공백을 회사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해결할 제도를 마련하게 만드는 것이다.


'남자도 여자처럼 당연하게 아이가 생기면 육아휴직을 쓰게 되는 사회 분위기라면, 여자만 인력시장에서 그만둘 사람으로 평가되어 배제되지 않지 않을까?'


공백을 메꾸는 일은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정부, 기업들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육아휴직으로 생기게 된 공백은 아이가 어려 양육을 위해 그만둔 여성들 중 다시 사회에 복귀하고 싶어 하는 여성 풀을 이용하여 다른 육아휴직자들의 공백을 메꾼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2년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7명 중 1명(17.2%)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자녀교육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고 그중 42.8%, 즉 10명 중 4명은 육아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고 한다.

그중 6세 이하 자녀와 함께 사는 여성이 56.3%로 가장 많다고 한다. 아직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아이 양육으로 인해 직장 내 많은 자리를 잃어가는 중인 것이다.



이 인력들을 사용해서 육아휴직 인력공백을 메꾸고, 여성들에게는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많은 아빠들은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끔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어떨까?



아이를 고민하면서 아이와 내 커리어 중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아이를 고민하는 나에게는 참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다.

나는 여전히 둘 다 잘 해내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은 둘 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아이를 더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아이를 갖더라도 육아 때문에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게끔 정부, 사회에서 많은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부득이하게 공백이 생기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대체인력에 대한 유연한 고용, 그리고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회사 업무, 고과, 진급등에 대한 페널티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 더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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